나는 친구가 많이 없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남편이 나에겐 최고의 친구이자 치료사이고 육아 파트너이다. 모든 것을 그와 공유할 수 있고 나를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남편이다.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여전히 함께 있으면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다. 남편과 나는 서로가 이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부단히 노력했다.
이런 깊은 소통의 관계는 단순히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가 단단히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주변의 다양한 친구와 두루두루 지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생에서 나를 유일하게 이해해 줄 그 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다. 나에겐 그 한 사람이 있었기에 미국에 홀로 살아도 외로움을 못 느끼고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다행히 오래전에 "착한 사람" 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착한 딸, 착한 며느리, 착한 엄마 등등을 포기하고 살았다. 대신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탐색을 여러 각도로 많이 했다. 내가 언제 즐거운지, 언제 행복한지 , 언제 화나는고 언제 불편한지 등등에 대한 나의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는 더 나답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을수록 내가 힘들고 넘어질 때 스스로 어떻게 해야 회복하는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였다.
덕분에 나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살아왔다. 그것이 때로는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책임지는 삶을 살았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늘 나를 알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랬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나는 남편과 살면서 유머와 웃음의 힘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가끔은 내 마음을 짓누르고 숨 막힐 것 같았던 상황도 그의 유머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때론 내가 원하지 않던 상황이 닥치더라도 쓸데없이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마 남편이 없었다면 나의 걱정과 불안의 감정이 나를 함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유머와 웃음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