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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Feb 08. 2022

막내가 예쁘다

미국나이로 만 8살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가 가면 갈수록 예쁘다. 그 아이가 특출 나게 예쁘거나 재능이 많거나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아닌데도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신통방통하다. 아침에 이제 혼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하고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것 자체가 기특하고 학교 갔다 와서  스스로 숙제하는 것도 신기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tv 프로를 보면서 득거리는 것도 예쁘다. 그냥 아이가 그 나이 아이답게 자라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신기하다.


사실 막내를 향한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막내보다 11년 먼저 태어난 첫째가 만 7-8살쯤엔 나는  이런 마음으로 눈빛으로 첫째를 바라보지 못했다. 그때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첫째 아이를 부산스럽고 말 안 듣고 나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만 하는 존재로 바라봤다.  그래서 얼른 크기만을 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첫째도 막내만큼 밝고  예쁜 아이였다. 하지만 내 마음 상태가 그러지 못했다. 아이를 키울 만큼 성숙하지도 여유롭지도 못했다. 거기다  처음 엄마가 되어 무척 서툴렸지만 아이에 대한 욕심이 가장 많기도 했다. 그냥 첫째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때 내 욕심때문에 아등바등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막내를 키우면서는 그 흔한 타임아웃이나 엄포를 놓은 적도 거의 없다. 당연히 체벌도 없었다. 그렇다고 막내를 오냐오냐 키우지도 않았다. 정말 육아라는 것은 훈육, 그야말로 부모의 말로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  훈육은 아이의 기질과 발달과정을 이해하면서 적절한 한계 설정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때릴 필요도 소리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단호하고 중립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면 되었다. 당연히 막내도 부모가 정한 한계 설정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실수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예전처럼 화가 나지 않았다.  그 나이에 그런 실수와  잘못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다시  찬찬히 설명하고 기다려주면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어쩌면 세 아이 중에 가장 까다롭고 에너지 많고 도전적인 아이여서 키우기 힘든 아이였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지금 가장 편안한 육아를 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터득한 노하우일 수도 있고 세월이 가져다준 안정감일 수도 있다. 확실히 세월이 흐를수록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 내 인생과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가장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육아라는 것이 영원하지도 않고 엄마 노릇도 정말 한때라는 것을 너무 많이 느낀다. 그렇게 빨리 크길 바랬던 아이가 정말 훌쩍 커버려 내 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내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주는 시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짧다는 것도 알기에 순간순간이 더 소중하다.


 한마디로 내가 십여 년 전 보다 많이 성장하고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마음의 틀을 확장시키고 성숙하게 되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가장 큰 수혜자는 막내이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이가 커가는 기쁨 함께하는 시간의 기쁨을 느끼며 아이를 바라보니 아이가 예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육아 19년 차쯤 되어 육아의 기쁨을 알게 된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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