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 찾으라면 당연히 언어생활이고 대화방법이다. 왜냐하면 언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파워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힘으로 누군가를 심리적으로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것이 말의 힘이다. 그래서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지금 내가 배우자를 향해 사용하는 언어의 습관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사실 부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 누군가의 외도나 불륜, 도박, 음주 등등의 심각한 문제일 거라 예상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향한 비난, 정죄, 판단, 험한 욕설, 인격비하의 말이 습관이 될 때가 훨씬 많다. 이런 말들이 상대방의 가슴에 박혀서 상대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악감정만 남게 된다. 이런 불통으로 인한 부부 사이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감정적으로 부부가 격해 있을 때 나온 험한 말들과 인격모독으로 얼마나 많은 남편과 아내가 고통받는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험한 말을 줄이고 긍정적인 언어만 사용해도 관계는 좋아진다.
결혼 생활 20년째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말을 조심하려고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것은 언어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혼초엔 나도 남편도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데로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속 시원히 쏟아낸 말들을 다시 주워 담느라 둘 다 고생을 무척 했었다.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것이 아무리 견고한 듯 보여도 말 한마디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더 신중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거나 싸움을 할 때도 서로에게 욕설을 하거나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는 인격모독적 발언은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 이럴 거면 끝내. 헤어지는 게 낫겠다. 이혼해" 등등 선을 넘는 발언 또한 하지 않는다. 갈등이 생겨서 싸움을 할 때 많은 부부들이 갈등의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정당하고 옳은가만 주장한다. 그리고 상대 배우자는 얼마나 부족하고 나쁜 사람인지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화를 아무리 오래 해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소리만 반복하며 자신을 방어하거나 상대를 비난하는 말만 하게 되는 것이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말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도 모두 진실이라는 것을 남편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남편에게 감동받은 기억은 나에게 예쁜 목걸이를 사주거나 비싼 선물을 했을 때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좌절될 때" 괜찮아.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 너 만큼만 하라고 그래.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라고 말해줬을 때이고, 내가 너무 슬퍼서 울고 싶을 때 " 실컷 울어. 울고 싶은 만큼 울어. 내가 있잖아" 등등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그러니 나 또한 남편을 칭찬하고 기를 살려주는 말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이런 서로를 향한 격려와 위로의 말들이 이민생활을 하고 힘든 세상 살아가는 큰 버팀목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능하면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을 하려고 하고 비난이나 정죄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사이의 신뢰와 친밀감을 무척 견고하게 만들었다.
우리 부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말을 하찮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린 일찍 알았다. 이 흩어지는 말이 배우자의 가슴속에 박히는 순간 독이 되어 배우자를 병들게 할 수도 있고 초능력 영양제가 되어 지치고 쓰러지는 배우자를 벌떡 일으키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독약보다는 좋은 보약을 많이 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우리의 관계를 튼튼히 만들어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