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은 기질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모든 것이 반대이다.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무척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있을 때 무척 즐겁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면 남편은 너무 지겹고 답답해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데로 따라가다 보면 나는 금방 지치고 힘이 들었다. 그러나 서로를 많이 알아가면 갈수록 그 다름의 간격을 조율하고 맞추어가는 것이 쉬워졌다. 지금은 서로를 배려하며 또 자신을 지키며 그렇게 완벽히 밸런스를 이루기에 함께 있어도 힘들지 않게되었다.
거기다 나는 겁이 많고 불안이 높아 금방 긴장하고 경직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쓸데없이 진중하고 심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천성이 장난꾸러기에 호기심 대마왕이다. 속된 말로 그냥 보기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 같다. 장난과 재미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위험 또한 개의치 않는 사람이다. 항상 얼굴엔 늘 누군가에게 장난치고 놀려먹을 준비가 늘 되어 있는 사람 같다. 그래서 나는 처음엔 너무 가볍고 진지하지 못한 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그러나 어느샌가 나는 남편의 장난에 물들어 갔고 그렇게 웃음의 힘을 알아버렸다. 마치 요즘 하는 드라마 스물하나 스물다섯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 너만 보면 웃음이나'라고 말하는 것처럼 남편과 함께 있으면 늘 웃음이 난다. 그래서 나를 웃게 해주는 그 사람과는 늘 함께하고 싶게 되어있다.
유머의 힘을 말하자면 신이 내린 꿀 팔자이자 유명 드라마 작가의 아내로 더 유명한 장항준 감독의 일화도 있다. 벌이가 시원찮았던 무명시절이었던 옛날, 당시 이미 유명가수가 된 윤종신 씨에게 밥값 신세를 많이 졌다고 했다. 그러나 윤종신 씨는 장항준 감독을 위해 술값이나 밥값을 내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웠기 때문에 오히려 자진해서 바리바리 술과 음식을 싸들고 장항준 감독의 집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고 방송에서 말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웃음의 힘은 사실 엄청나다. 웃음은 나의 불안과 경직된 마음을 날아가게 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열지 못했던 마음의 빗장이 흐르륵 자연스럽게 열리게 했다. 세상 혼자 심각하고 무거웠던 내 마음을 한바탕 웃음으로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만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함께 있을 때 웃을 일이 많으니 당연히 관계는 좋아졌다. 사실 심각한 부부는 사소한 것도 심각한 싸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웃으며 사는 부부는 심각한 일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웃음의 마법이었다.
많은 부부들이 함께 있는 시간을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은 함께 있는 동안 재미있는 시간 즐거운 시간의 경험이 적었기 때문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부도 때론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지만 부부는 반드시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 그 경험들이 바로 관계를 든든히 다지고 만들어 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신혼초엔 까불기만 하는 남편이 내심 늘 못마땅했다. 하지만 내가 20년이 지난 내가 보는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고 웃기다는 것이다. 그의 위트와 유머는 마음을 살리는 엄청난 마법의 약과 같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보고 인간 비타민이라고도 했다. 그 마법의 약의 혜택을 매일매일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