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therapist Jul 15. 2022

나는, N잡(job)녀..

남편이 장난 삼아 요즘 나를 잡(job)녀라고 부른다. 원래의 시작은 N잡러 (여러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에서 시작한 말인데 내가 여성임으로 줄여서 잡녀(?)가 되었다. 요즘 여기저기 일하는 곳이 많아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가정 주부로서 요리하고 빨래하고를 제외하더라도, 낮에는 주로 남편의 직장에서 사무일을 보고 일주일 몇 번은 상담실로 상담을 하러 간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칼럼을 써야 하고 또 지금은 출판 중인 책이  탈고 중이라 다시 원고를 살피고 있다. 원래 이렇게 바쁘지 않았는데 남편 사무실의 직원이 한 달 동안 자신의 고향, 베트남으로 휴가를 떠났다. 고작 한 달 때문에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하던 일을 내가 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과 아침을 대충 챙겨 먹고 저녁 준비를 해 놓은 다음 남편이 일하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전화받고 물건 정리하고 포장하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등의 사무일을 한다. 그리고 일하는 중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쓰거나 책 원고의 수정을 보고 있다. 그리고 오후 2-3시쯤 사무실 일을 잽싸게 마쳐놓고 나와 예약이 되어 있는 내담자를 만나기 위해 상담소로 운전을 하고 간다. 부모 면담이나 아이 상담을 하고 나면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저녁을 먹은 후 뒷 설거지는 주로 남편이 하기 때문에 나는 내 방으로 다시 올라와 오후에 했던 상담의 상담일지를 쓰고 낮에 보았던 원고 수정을 살핀다. 그러고 나면 거의 저녁 9-10시이다.


사실 어떤 분들에게는 이정도의 바쁨은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하루에 4-5시간도 안자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그건 그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와 활동량일뿐 나는 아니다. 정말 남편의 말대로 밖에만 나가 있어도 방전이 되어 돌아오는 나같은 저질 체력에겐 너무 정신 없는 삶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세 아이들은 거의 방치 수준이다. 다행히 큰 딸과 시어머니가 돌아가며  낮에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지만, 어떤 날은 아침에 얼굴도 못 보고 나올 때도 많다. 사실 이렇게 매일매일 계속 살아야 한다면 못할 것 같다. 사무직도 나에게 한 달이라는 정해진 시간이 있고, 원고 수정도 열흘이라는 기한이 있다. 그래서 지금 너무 바빠도 '잠시 잠깐 동안만'이라는 안도감이 있다. 그러나 만약 기약 없이 매일 이렇게 바쁜 워킹맘이라면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 거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기업이나 바쁜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내가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것이고, 또 세 아이들이 이제는 조금 커서 그렇게 엄마손이 그렇게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감사하다. 그리고 상담일과 출판하는 일은 생계와 직접 연관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마음이 훨씬 크기에 그나마 덜 힘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녀(?)는 오늘 너무 피곤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최고의 며느리가 되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