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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Sep 10. 2022

북리뷰'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브런치  구독자인 전지은 작가님의 책이다. 40년 중환자실 간호사의 이야기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겁 많고 소심하고 너무 내향적인 사람이라 뭐든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해 보는 것은 선호하지 않지만, 책을  통해서 다른 직업군의 이야기 , 새로운 문화와 도시 이야기 , 그리고 도전하고  역경을 극복해 내는 스토리는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허구 속의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기에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그래서 나는 소설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수필집, 여행기, 자기 계발 서적을 더 즐겨 읽는다.


그중에서도 이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하는 병원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숙연하게 하면서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준다.  아무리 착하고 선한 사람이라도 죽음과 질병, 그리고 사건과 사고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인생은 때론 불공평하여도 불합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불행과 죽음은 우리 삶에 큰 교훈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인간은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달려가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끝이 있고 그 끝이 언제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죽음을 인지하고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은 분명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그런 면에서 매일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에서 일상을 보내셨기에 어디에서도  진심을 다하고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으신 작가님의 삶이었던 것 같다.


모든 이야기가 드라마에 써도 될 만큼 가슴 아프고 때로는 감동적이었지만 내가 놀랐던 것은 작가님의 글솜씨였다. 아마 작가님의 글이  그때의 상황을 때로는 극적으로 또 때로는 담담하지만 여운 있게 만드는 면이 있는  것 같았다. 간호학과는 분명 이과인데 어떻게 이렇게 글을 통해 세밀한 묘사를 하시고 또 적절히 자신의 생각을 잘 버무리시며 글을 쓰실까 의아했다.  문과와 이과가 적절히  접목되신 진정한 르네상스형 사람이신가 보다 했다. 그리곤 어린 시절부터 문학소녀이셨고 아버님이 전도유망한 시인이셨다는 글에  속으로 " 그럼 그렇지! "라는  안도감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글을 못쓰는 이유는 내 안에 그런 DNA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나의 변명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아서. ^^ 반대로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오빠는 우여곡절 끝에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고  얼마 전  책 출간 준비 중인 나의 글을 보고 이해는 되지만 재미있지는 않다고 '팩폭'을 날렸다. 마치 감기약 사용설명서 같다고.(헐).. 설명을 줄이고 묘사를 해보라는 오빠의 충고를 듣고 머리로는 알겠으나 살면서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시도에  꽤나 머리가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빠가 말한 글에서의 묘사가 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좀 알 것 같았다.  아. 이렇게 표현하는 거구나 하며. 처음은 스토리로 읽었으나 다음엔 작가님의 문장 표현에 집중하며 읽어보고 싶다.


 한 챕터 챕터 속에 나와있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단순히 슬프고 감동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삶도 돌아보게 한다.  정말 나라면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나?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이 훨씬 많은 중환자실 이야기이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마음은 충만해진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 같기에. 이 기적 같은 하루를 충만하게 잘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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