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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Oct 06. 2022

모든 행동엔 다 이유가 있다.

박수홍 씨 사건을 보며...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구설수 한번 없던 박수홍 씨가 형의 재산 횡령 문제로 행복해 보이던 가족의 실체가 온 세상에 까발려졌다.  사실 나는 오래도록 의구심이 있었다. 나이 50이 넘은  그를 바라보면 어딘가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 때문이었다. 그건 어린아이의 순수함이나 호기심이 아닌 뭔가 모를 미성숙함 이었다. 참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선해 보이는 그 모습 어딘가 아직 어린이 티를 벗지 못한 듯한 찜찜함이 있었다.


그러 요즘 박수홍 씨 사건을 뉴스를 보면서 " 어쩐지.. 그럼 그렇지.. 다 이유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50이 넘도록 재산관리를 스스로 하지 않고 결혼이나 큰 대소사에 자신의 의견보다는 부모와 가족의 의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는 얼핏보면 엄청난 효자처럼 보인다. (사실 나는 이런 이유로 효자/효자를 무척 경계하는 편이다. 많은 효자/효녀는 대부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심리적 어린아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그는 아동학대 피해자였던 것이다. 그를 아동학대 피해자로 바라보니 모든 그의 행동이다 딱 들어맞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하면 모든 면에서 성숙하고  독립적이라 착각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심리적 성숙과 직업적 성공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 중에서 비인격적인 갑질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실수, 횡령, 성매매, 마약, 도박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격적 성장과 성숙은 개인의 심리적 독립과 성숙이 이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고, 아동학대 피해자들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불안정한 애착으로 인해 심리적 성숙을 이루어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꼭 필요하다.


형의 재산 횡령 문제로 소송 중인 그가 아버지와의 접견신청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방검복"을 입고 갔다.  이 말은 즉슨 그는 아버지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너무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고 그는 과거에 그런 경험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버지는 아들을 공격했다. 그래서 여전히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는 자식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자녀의 신변을 위협함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고 살았을 것이다. 보호받아야 할 양육자에게 공격을 받는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드는 아이로 자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의 유일한 생존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기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스스로 힘이 생겨도 그 고리를 끊고 나올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줄에 묶여 생활한 아기 코끼리는 자신이 그 줄을 끊어낼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생겨도 끊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걸 학습된 무기력이라 한다.


아동학대 피해자들 어린 시절부터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고 세상에 대해 전혀 다른 색안경을 끼고 산다. 처음엔 그것이 진짜 세상인 줄 알다가, 어느 순간 색안경이 벗겨지고 나면 분노하고 절망하고 아파한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속고 살았다는 것에 크게 충격을 받는다.  아마 박수홍 씨도 지금 벗겨진 색안경으로 인한 충격에 많이 아파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안경을 오래 쓰고 있었던 만큼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모든 부모가 성숙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부모가 건강한 방식으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니 내가 살기 위해 때로는 그들과 단절해야 할지도 모르고 영원히 화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부모의 존재로 그의 존재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모의 착한 아들, 형의 착한 동생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가 원하고 바라던 삶을 새로이 만들어 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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