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큰 딸과 막내딸은 저녁에 집에 있는 브라우니 믹스로 맛있는 블라우니를 만들었다. 이층까지 맛있는 브라우니 냄새가 가득했지만 나는 한 입만 맛보고 내일 아침 커피와 먹을 생각에 참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식탁 위에 있어야 할 브라우니가 없었다. 그리곤 식탁 바닥엔 누가 초콜릿 범벅을 해 놓았다. 우리 집 막내 '쿠퍼'가 혼자 독식을 한 흔적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아침 7시, 한참 꿈나라에 있을 큰 딸을 깨우며 " 음식을 했으면 잘 치워놔야지! 쿠퍼가 브라우니 다 먹었어. 식탁 위에 음식 두지 말라고 했잖아!" 한마디를 하고 문을 닫았다. 그런데 잠시 뒤 , 웬만한 일로 그 시간에 잘 일어나지 않는 큰 딸이 벌떡 일어나며 나를 쫓아 나왔다" 엄마! 개는 초콜릿 먹으면 안 되는데. 초콜릿은 개한테 toxic(독)이야!"라고 말하며 발을 동동 굴리는 것이었다.
" 에이 설마.. 초콜릿 먹는 다고 큰일 날까.. 봐~ 쿠퍼는 말짱하잖아!" 독을 먹었다기엔 너무나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있는 쿠퍼를 가리켰다. 그러나 딸은 인터넷을 찾아보라고 난리를 쳤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진짜 그랬다. 개에게 초콜릿은 독이었다. 특히 코코아 파우더는 초콜릿보다 훨씬 더 안 좋다는 것이다.( 브라우니는 주 재료가 코코아 파우더이다 ㅜㅜ) 심하면 발작에 죽을 수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바로 뛰쳐나갔다. 아이들 학교는 남편에게 맡겨 둔 채..
소형견은 아니지만 어제 만들어놓은 브라우니의 1/2을 혼자 독식했고 또 정확히 언제 먹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5개월 지난 강아지를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쿠퍼가 정말 이렇게 떠나면 아이들에게 너무나 큰 슬픔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9시에 여는 동물병원을 기다리지 못하고 응급 동물병원으로 직행했고 다행히 가자마자 쿠퍼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쿠퍼가 먹은 브라우니를 거의 다 토하게 하긴 했지만 먹은 양이 많고 언제 먹은 지 정확하지 않아 오후 3시까지 입원을 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라 하고 나오면서 받은 진료비는 996 불!!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다. 응급으로 왔으니 200-300불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치료비에 약값에 입원비가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또 잊고 있었다. 여기는 미국! 병원비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정말 미친 듯이 비싸구나 싶었다. 사람이고 개고 절대 아프면 안 되는 곳이 미국이다 ㅜㅜ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치료를 다 한 것을 그리고 브라우니로 우리 넷째를 읽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12시 반쯤 병원에서 쿠퍼가 안정이 된 것 같으니 퇴원을 해도 된다는 말에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사람과 똑같이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막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3시 전에 퇴원을 함으로 300불 정도 환불도 받았다. ( 어찌나 기쁘던지 ^^)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일이 뭔지도 모르는 쿠퍼는 생전 처음 만들어 본 개죽( 감자와 두부를 섞어서 끓은 죽)을 맛나게 먹고 거실에서 넉 다운이 되었다. 아마 처음 가본 병원에 스트레스를 받은 듯했다.
한 동안 집에서 브라우니를 못 만들 것 같다. 700불짜리 브라우니는 한 번으로 족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