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선택이 된 시대이다. 그래서 결혼의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이유 중에는 자신이나 배우자가 모든 면에서 "안정적"일 때이길 바라기 때문인 것 같다.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자신도 배우자도 나름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전세라도 작은 신혼집도 있어야 하고 또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모아논 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라도" 준비되고 안정이 되었을 때 결혼을 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재산이 많고 직장이 안정적이라 해도 불완전한 것이 인간의 인생이고 안정과 행복은 절대로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립을 분명히 필요하다. 결혼을 하고도 부모에게 신세를 지거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결혼생활이라면 당연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모든 것을 갖추고 싶어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안정이라는 욕구는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만 원을 벌기 시작하면 200만 원이 되어야 안정될 것 같지만, 200만 원을 벌면 300만 원 400만 원을 벌어야 안정될 것 같다. 돈을 아무리 잘 버는 사람들도 스스로 자신의 수입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안정을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문제일 수도 있다.
누군가 결혼의 묘미는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한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 바닥에 있으면 있을수록 올라갈 확률이 많기에 더 좋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말씀에 100% 공감한다. 능력도 실력도 부족하고 인격적으로도 부족한 사회 초년생 두 사람이 함께 부딪히고 노력하고 격려하며 아껴주며 10년 뒤 20년 뒤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성장과 성과를 또 함께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이 결혼 최고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이제 20년째 결혼생활을 접어든 우리 부부를 보아도 남편의 친구들과 제 친구들의 결혼 생활을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누구 하나 번듯하고 화려한 결혼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당시 우리 모두는 불안 불안하고 아슬아슬했다. 미국에서 방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아기 낳고 방 2개로 옮기고, 직장도 바꾸도 또 때로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도 하고 그 와중에 아기도 낳고 집도 사고.. 그렇게 함께 성실히 살다 보면 실력도 늘어나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부부가 서로 성실하게 자신의 삶에 충실한다면 20년 30년 후엔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부부는 가장 훌륭한 동지이자 친구가 된다.
20대 중후반 삼십 대 초반 불안정한 삶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또한 서로의 인격이 미성숙하고 모난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결혼은 모나고 부족한 서로를 지탱해주고 깎여가며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그렇게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함께 쌓아 올리고 만들어간 것들을 함께 축하하고 감사하는 것이 결혼의 진수이다. 이렇게 함께 성장하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부부는 닮아가고 하나되는 것이다.
결혼의 관건은 배우자의 스펙이나 안정이 아니라 둘이 함께 만드는 결혼에 대한 헌신과 신뢰에 달려있다. 달콤한 사랑이란 명목하에 아무 노력도 헌신도 인내도 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절대로 행복해 질수 없다. 그러나 맨땅에 함께 집을 짓듯이 서로를 의지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쌓아올린 가정은 그 어떤 세상의 풍파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든든한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결혼의 불행도 행복도 어찌 보면 둘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불행한 결혼생활도 행복한 결혼생활도 모두 두 사람에게 달려있다. 완성된 결혼이나 완벽한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배우자와 함께 만들어갈 결혼을 계획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부부의 헌신과 노력에 따라 결혼은 미친 짓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축복된 관계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