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평안한 밤을 보내는지..

잠은 너무 중요하다.

by 원정미

사회성 부족과 불안으로 상담신청이 들어왔었다. C는 5학년의 아주 똑똑하고 예의바른 학생이였다. 엄마와 남동생과 사는 C는 그 나이답지 않게 매우 어른스럽게 행동했다. 부모는 얼마전 헤어지고 지금 함께 사는 엄마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엄마 또한 오랫동안 불안으로 약을 복용하고 치료를 받고 있었고 동생도 심각한 ADHD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C는 항상 아래위로 검은 색 옷을 입고 등교했다. 학교에선 공부는 무척 잘하는 똑똑한 학생이였지만 친한 친구가 없다고 했다. C가 말하길 마음에 드는 친구도 없고 또래 아이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선 책을 읽으며 쉬는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상담을 시작하면 나는 늘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질문부터 한다. 특히 아이들에겐 밥은 잘 먹고 잠은 잘자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놀 친구들은 있는지, 누가 괴롭히지는 않는지, 공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그리고 특별히 집에 큰 문제나 변화가 있지는 않은지. 만약 이 질문들에 별 어려움이 없다라고 대답한다면 아이의 상태는 일단은 그리 심각하다고 고려하지 않는다. 일상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C는 날마나 악몽을 꾼다고 했다.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이 두려울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이미 엄마의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남동생의 상태는 C의 일상에 큰 스트레스가 많았다. 엄마는 자신의 문제로 이미 한계를 경험하고 있었고 철이든 C는 엄마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있는 듯 했다. 한 마디로 C의 불안는 그녀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C에게 밤에 꾸는 악몽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C는 자신의 집이 갑자기 불에 타는 꿈을 거의 매일 꾼다고 했다. 거기서 아무것도 할 수없는 자신은 너무도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담담하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하는 C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꿈은 어쩌면 C의 내면을 너무나 잘 보여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5학년 밖에 되지 않은 학생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장애를 가진 엄마 그리고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동생을 보고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착한 C는 공부잘하고 집안일을 동생을 잘 돌보며 그렇게 엄마를 도와주고 싶어한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은 엄마의 현실의 무게앞에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까지 C의 마음을 너무 잘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숨기고 싶었던 두려움과 걱정이 꿈을 통헤 나타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C는 너무 빨리 철들어 버린 것 같았다. 차라리 너무 힘들다고 울고 하소연하는 모습이 였다면 나는 오히려 덜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담시간 내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며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는 C가 나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도 않았고 또 학교에서의 상담시간은 고작 30분 정도라 늘 시간이 모자랐다. 다행히 엄마는 C를 많이 걱정했다. 엄마도C가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며 그냥 아이답게 크길 바랬다. 엄마와 상의후 C는 좀 전문적인 상담을 하는 곳에서 상담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C와는 작별인사를 했다.

인간에게 잠은 생각보다 너무 중요하다. 우리 신체의 면역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잠을 자는 동안 에 감정적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유에서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첫번째 신호이다. 특별히 C처럼 반복되는 악몽은 억압된 부정적 감정의 폭발인 경우가 많다. 마음안에서 보내는 구조신호와 같다.


특별히 아이들에겐 그야말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다. 한마디로 평범한 일상이 아이들에겐 너무 중요하다. 그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했던 C가 가끔 생각이 난다. 코로나로 자유롭게 외출하고 여행다니고 사람을 만나던 일상을 잃어버렸다며 아우성이지만 잘먹고 잘자고 있다면 우린 감사해야할 지도 모른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것도 누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C가 그 평범한 일상을 회복했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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