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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희 May 01. 2021

일본을 건너 뛰는 태양

서울역 대합실,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탈 생각도 잊은 듯 대합실 구석 구석에 몰려 TV를 주시하고 있다. 화면에서는 휴전선상의 경의선 철길과 남쪽에 위치한 도라산역을 번갈아 비추고 있다. 휴전선상의 철길에는 남측의 한희원 총리와 북측의 김성철 위원장이 개통 테이프를 끊기 위해 서로 걸어서 다가서고 있고 이들을 내외신 기자들이 둘러싸고 있다. 도라산역에 대기하고 있는 열차의 화물칸마다 대한적십자사 마크를 부착한 쌀과 의료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다음 열차에는 국방색 위에 새로 산뜻하게 푸른색을 입힌 굴삭기와 땅을 다지는 로드롤러등의 건설 중장비들이 굵은 와이어로 단단히 고정된 채 대기하고 있다. 열차의 마지막 칸에는 객차가 한 량 더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는 몇달 동안 머리를 기른 후 깔끔하게 이발을 한 국군 공병대 장병들이 역시 적십자사 마크가 달린 푸른색 조끼와 모자를 쓰고 흥분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비록 건설장비를 운용하기 위한 공병대라 하지만 남북 최초 군사 교류의 상징성도 갖고 있다. 통일부의 북한에 대한 수해 복구 지원이 열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거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한은 몇 시간의 마라톤 당국자 회담 끝에 극적으로 경의선 개통과 함께 수해 복구 열차를 처음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TV 카메라는 '남북 경의선 개통식'이라는 자막과 함께 다시 휴전선을 비추고 있다. 실로 남북의 대동맥을 잇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철길의 침목 사이를 겅중거리며 뜀 뛰듯 다가 선 김성철 위원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먼저 손을 내민다.


"총리님 반갑습니다."


"위원장님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한희원 총리가 환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하지만 핑그르르 젖어 오는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투드득 떨어질 것만 같다. 총리의 답례말에는 그 동안의 한 많은 남북관계를 담고 있는 듯하다. 양측의 실무진이 하얀 면장갑과 가위를 건네 준다. 대낮인데도 화면을 정확히 담으려는 카메라맨들의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번쩍인다. TV 카메라가 테이프를 막 끊고 있는 남북한 대표들의 손을 클로즈업한다. 양쪽에서 축포가 요란스럽게 터지면서 상징적으로 남겨놓았던 남북한 사이의 철조망이 노란 안전모를 쓴 인부들에 의해 걷혀 진다. 한희원 총리와 김성철 위원장이 다시 한번 악수를 굳게 하며 뒤로 물러난 후 디젤 기관차가 뚜우!  기적 소리를 울리며 힘차게 전진을 한다. 


같은 시각 독도 서남쪽 한국영해 12마일 지점, 일장기를 단 100톤급 정도의 소형 민간 선박 2척이 독도를 향해 시위하듯 항해를 하고 있다. 이들 배에는 일본의 대표적 우익단체라 할 수 있는 사도회 회원 20명이 분승해 타고 있다. 일본내 폭력단체들과도 연계되 있는 이들은 독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남쿠릴열도 해역의 북해도 인근 북방 4개섬과 일본이 강점하고 있는 조어도 등에서도 가끔 해상 시위를 벌이는 극우단체다. 영해를 깃점으로 양쪽 해상에는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의 순시선 두 척이 자국 민간 선박을 호위하듯 따라오고 있고 한국 영해에서는 해경의 소형 경비정 한 척이 저지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멀리 후방에는 3,000톤급의 태평양 7호가 만약의 사태를 우려해 상공에 헬기를 띄운 채 대기하고 있다. 해경 경비정이 확성기를 통해 일본말로 경고 방송을 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민간 선박은 귓구멍을 틀어 막았는지 독도를 향해 유유히 다가 온다. 


보다 못한 해경 경비정이 방어 수칙에 따라 단계적 저지에 들어갔다. 독도 경비함들은 비공식적이지만 거의 정기적으로 독도 방어훈련을 해 왔다. 국가안보회의(NSC) 역시 수시로 독도방어태세를 점검해 왔다. 독도 방어수칙은 총 네 단계로 진행된다. 일본의 순시선이나 불순 세력이 독도 해상 12마일 지점에서 40미터 전방까지 지점까지 접근하면 경계 상태의 전진 추적을 실시하고, 1단계로 30미터 지점으로 접근시 즉각 헬기를 띄운다. 2단계로 24미터 접근시 1차 경고 저지를 하고 3단계 15미터까지 접근하면 차단 방어를 하고 12미터 까지 접근하면 나포 준비를 하다가 마지막 4단계 영해 진입시 즉각 나포한다.


경비정이 방어 수칙의 3단계를 이행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며 선두의 민간 선박을 함체로 막아 섰다. 이 때 후미에 쳐져 있던 일본 선박이 급가속을 하며 경비정을 우회해 독도 방향으로 돌진하고 있다. 선박을 막아서던 경비정이 급하게 함수를 90도 돌려 앞서 빠져 나간 민간 선박을 따라 잡으려 고속 기동을 하지만 스큐류 2개를 더 가동하며 35노트에 육박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일본 민간 선박을 따라 잡기엔 역부적이다. 그 뒤에 정지할듯 했던 또 다른 민간 선박이 같은 속도로 경비정을 우회 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이미 빠져 나간 선박을 따라 붙는다. 경비정이 열심히 따라가지만 거리는 계속 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상공에 떠 있던 헬기가 급 강하를 하며 나란히 달리는 민간 선박들을 제지하기 위해 위협을 해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러는 사이 후방에 있던 태평양 7호에서 소형 고무보트가 투입 돼 고속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민간 선박들을 막아 보지만 이 또한 날 파리에 불과했다. 독도 연안에 대기중이던 삼봉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00톤급의 육중한 덩치를 피해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갔다. 분당 200드럼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소화포가 있지만 2백미터 이상 멀찌감치 돌아가는 민간 선박을 주저앉힐 수는 없었다.


독도 접안 시설의 콩크리크 구조물 위에는 10여명의 울릉경찰서 소속 독도경비대 전투 경찰들이 단독군장으로 민간인들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독도와 인근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모든 장면들을 미리 정보를 접한 양국의 방송헬기가 카메라로 잡아 빠짐없이 본국으로 송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도의 현재 상황을 경의선 개통식을 중계하는 화면 하단에 작은 화면을 하나 더 띄워 생중계하고 있었다. 남북한이 통일로 가는 잔치를 벌리는 이 마당에 일본의 극우행동대원들이 초를 치고 있는 장면인지라 TV를 보며 손뼉을 치던 한국민들이 이를 갈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비정을 따돌린 민간 선박 한 척이 거의 20킬로미터의 한국 영해를 순식간에 통과해 독도 접안 시설로 충돌하듯 들이치며 행동대원들이 상륙을 했다. 민간인 신분인 일본인들과 독도를 경비하는 전투 경찰 사이에 일련의 전투 아닌 육박전이 벌어지고 있다. 머리에 일장기가 박힌 띠를 두르고 죽기 살기로 덤비고 있지만 타국의 민간인들이기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뒤로 주춤 주춤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때 섬의 윗쪽 경비 초소에 거치 돼 있던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일본 민간인들의 뒤로 위협사가 가해졌다. 


일본 민간인들과 전투 경찰들이 잠시 멈칫 하는 사이에 뒤따라 온 일본 순시선에서 독도 경비 초소로 30밀리 발칸포가 불을 뿜으며 순식간에 기간총좌가 박살이 난다. 단 한번의 위협사 후 사태를 관망하기 위해 몸을 내밀던 해경의 몸이 그대로 절벽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TV를 시청하던 한국 국민들이 거의 동시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눈깜짝할 사이다. TV 화면에서는 벌써 우리측 경비함과 민간 선박을 따라 영해를 침범한 순시선 사이에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장을 문을 박차며 헐레벌떡 달려 들어 왔다.


"각하! 아니 대통령님! 실제상황입니다."


"보고 있소."


대통령이 일어서서 눈을 부릅뜨고 TV를 시청하며 책상을 두 손으로 집고 버티고 있다.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국방장관 연결하시오."


전방 시찰를 마치고 돌아오던 국방장관의 휴대폰으로 통화가 연결됐다.


"대통령이오."


"네 대통령님 보고 받았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발령하겠소. 독도비상작계를 시행하시오."


"옛! 알겠습니다. 보고 받고 있었습니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발동하는 사이에 독도에서는 한국 경비함과 일본 순시선 사이의 교전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독도에서 이렇게 한일간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군 전투준비태세를 발동하는 데프콘3를 발령할 수는 없었다. 데프콘이 발령되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자동으로 한미연합사측으로 이관되게 되어 있다. 한국군만의 독도 비상 작계(작전계획)에 의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으로 해군사령부만 단독작전으로 동해 함대가 출동하게 되어 있었다. 


이러는 사이 독도 접안시설의 콘크리트 위에서는 동료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전투 경찰들이 이미 상륙한 일본 민간인들을 K-2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개 패듯 돌려치고 있었다. 그러나 20여명의 숫자를 당해 내기는 어려웠다. 개머리판에 머리통이 깨지면서도 죽자사자 달겨드는 터라 점차 밀리는 형국이다. 곧 이어 당도한 경비정의 해경들이 공포를 쏘며 합류해 민간인들을 완전 제압한 후 업드리게 해 놓고 포승줄로 묶고 있다. 


독도 경비함 삼봉호, 5,000톤급 경비함인 삼봉호의 20밀리 발칸포가 총열을 회전시키며 일본 순시선을 향 해 불을 뿜었다. 총구를 미쳐 돌리지 못한 일본 순시선의 브릿지로 총탄이 날아 들었다. 브릿지를 겨냥한 것이 실수였다. 일본 순시선의 발칸 총탄이 태평양 7호의 발칸포좌를 긁고 지나갔다. 윤중형 경장이 운용하던 발칸포좌를 돌려 보지만 이미 기능이 멈췄다. 둥그런 방탄판을 적의 기관총탄이 두둘겨 대고 있다. 방탄유리는 이미 날라갔다. 멀리서 태평양 7호가 뒤늦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만약을 우려 해 동해상에 대기중이던 대조영함이 해군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출동했다. 두 대의 대잠 링스 헬기와 한대의 참수리급 함정을 초계로 세워 위풍당당하게 바다를 질주하고 있다. 그 뒤에 비슷한 크기의 충무공 이순신함이 뒤를 따르고 있고 독도 인근 해역에 도착할 때 쯤이면 동해를 순시중이던 초계함들도 합류하게 되어 있었다. 대조영함은 한국 해군의 차기 구축함 사업에 의해 대우조선해양이 자체 기술로 설계 건조한 KDX-II급 스텔스 구축함이다. 대조영함에는 5인치 주포 1문과 30밀리 기관포 그리고 근접방어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우리 기술로 제작 취역한 214급 손원일함과 림팩훈련에 참가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209급 장보고함이 독도 심해를 초계하고 있었다. 이 중 1,800톤 규모의 214급 장보고함은 공기불요장치인 AIP를 탑재해 209급의 일곱배인 최대 20일간 잠함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 20노트의 속력으로 19,200킬로미터를 항해할 수 있어 태평양까지 작전반경을 넓힐 수 있다.


해군 1함대 참수리 고속정 362호, 동해를 초계하던 참수리 고속정 정장인 윤현우 대위가 개방된 무전망으로 들려오는 독도 경비함의 전투 전황을 들으며 수심에 가득 쌓여 있다. 다름 아닌 해양경찰서 소속으로 해경 경비정에 근무하는 형 윤중형 경장의 안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해군 갑판상사였던 외할아버지의 권유로 동생 윤현우 대위가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면서 형도 해경에 지원해 두 형제가 동시에 동해를 사수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한편, 동해 상공에서 370킬로미터까지 탐지할 수 있는 APS-145 레이더로 한국 측 대응을 주시하던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가 무전으로 동해 함대의 접근을 통지했다. 이를 수신한 일본 해자대 88함대 전단이 독도를 향해 발진하고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막강 제1호위대군이다. 9,000톤급의 이지스함을 중심으로 5,000톤급 이상의 구축함 7척 등 총 8척의 대형 함정과 8대의 대잠헬기로 구성되 88함대라 불리는 제1호위대군이 작전을 핑계로 동해상에 전개되 있었던 것이다.


우익단체를 앞세워 일을 벌렸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의 사주를 받은 일본 행정부는 그동안 기회만을 노려왔던 독도를 강점하기 위해 전격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각본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다. 이들 제1호위대군이 학익진을 유지하며 독도를 향해 최고속도로 달려가고 있지만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 한척 없이 그들과 맞아들여야 할 판이다. 한국 해군사령부에서 한미연합사에 조기경보기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우방국들의 대치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일본의 목적과 계획은 단순 했다. 단기적 목적은 메탄하이드레이트 채굴을 방해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독도를 강점해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다. 그들의 계획은 독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켜 이 지역을 분쟁화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이고 만약 한국이 무력 충돌을 회피할 경우 군사적 대치에 의한 긴장 상태를 지속시키며 미국의 비호하에 유엔의 중재를 끌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미국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도 '섬 탈환 훈련계획'이라는 육해공 자위대 합동 훈련을 해 오고 있을 정도로 독도 침탈을 획책하고 있었다.


일본 NHK 방송은 2대의 방송헬기를 투입해 독도의 현재 상황을 일본 전역에 생중계하면서 자신들이 편집한 화면을 CNN에 제공하고 있었다. 세계인을 상대로 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셈이다. 한국으로 역 송출되고 있는 CNN 화면에서 독도경비대의 전투 경찰들이 일본 민간인들을 구타하는 장면과 일본 순시선의 브릿지가 총격을 받는 장면을 자막과 함께 연속적으로 내 보내고 있었다. 현지 상황은 일단 양측 경찰이 상당량의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순시선은 브릿지가 파괴되어 지휘 능력을 상실했고 한국측 경비함은 발칸포가 파괴돼 더 이상 대응 사격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독도 동도의 접안시설 위에는 일본 사도회 회원들이 무릎이 꿇린 채 머리를 숙이고 있고 뒤에는 전투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한편, 독도 서남쪽 바다 속에는 214급 잠수함 손원일함이 동력을 차단한 채 조용히 누워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패시브 소너를 통해 들려 오던 각 종 수상 함정들의 시끄러운 항주음 소리가 잠잠해졌다. 발칸포로 예상되는 소음과 함정을 망치로 때리는 듯한 소음도 멎은지 오래다. 작전이 완전 종료될 때 까지는 정숙을 유지한 채 귀만 열어 놓고 있어야 한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실, 대통령이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뒷편에 배치된 프로젝션 TV의 4분할 된 화면으로 KBS와 MBC 그리고 일본 NHK와 미국의 CNN 방송이 독도의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다. 전시라면 국방부 벙커나 계료대의 합동참모부 벙커에서 회의를 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저들이 우리측에서 헬기를 띄을 경우 즉각 추락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현재의 고착 상태를 당분간 유지시키겠다는 속셈으로 보입니다."


국방장관이 현재의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일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지만 우리로서는 최대한 속전 속결로 사태를 끝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는 없는 상황이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m어보며 뾰족한 수가 없는지 그 해결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회의는 계속 걷돌고만 있을 뿐이다. 해군 군사력이 절대 열세인 지금으로서는 전면전이 아닌 대치 상태만으로도 버거운 일이다. 이때 KBS 화면에서 북한의 대응을 보도하고 있다. 


'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전 인민의 이름으로 우리의 신성한 령토인 독도를 침범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전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일본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들의 죄과를 뇌우치고 병력을 철수시키는 동시에 전 우리 민족 앞에 엎드려 백배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다. --- 우리는 독도를 실효 관리하고 있는 남조선 정부의 요청이 있을 시 용맹무쌍한 우리 인민군대를 파견할 용의가 있다.'


북한 관영 TV를 녹화 방영한 화면을 주시하던 참석자들이 무표정한 반응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일본의 독도 침략 시도가 있을 때 마다 늘상적으로 흘러 나오는 북한의 반응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럴때마다 남북한이 한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북한의 해군력이라야 잠수함전대와 고속정이 고작인데 그걸로 무력시위라도 도와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허 허."


국방장관이다. 국민의 안위와 주권국 영토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장관이 이런 마당에 웃음을 흘리는 것을 보며 대통령이 눈살을 찌푸린다.


"반장관님! 일본측하고는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까?"


"허무맹랑한 억지를 부리고 있어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럴테지요. 미국은 어떻습니까?"


"그쪽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사국들이 풀어야 할 일이라며 철저히 발을 빼고 있습니다."


회의는 계속 공전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순간에도 일본 NHK를 통해 방영되는 화면에는 일본 전역에서 한국을 규탄하는 반한 데모 장면을 내 보내고, 서로 사전에 합의라도 한 듯 몇 분 후에는 같은 장면이 CNN을 통해 흘러 나왔다. 이런 모습들을 국내 TV를 통해 고스란히 보면서도 우리 국민들은 분통만 터트리고 있을 뿐이다. 이 때 대통령의 핸드폰이 삐릭 삐릭하면 멧세지 수신을 알린다.


'긴급! 집무실로 오셨으면 합니다.'


비서실장이 보낸 문자 메세지다.


"회의들 하고 있으세요. 나는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문 앞에서 비서실장이 두 손을 단정히 모은 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경호실장과 함께 걸어 들어 온다. 비서실장이 나즈막한 소리로 대통령의 귀에 속삭인다.


"박철웅위원장이 급히 전화를 부탁해 왔습니다."


"그래요? 연결해 보세요."


비서실장이 얼마전 집무실에 설치한 박철웅위원장과의 핫라인 비화폰을 들고 버튼을 누른다. 상대방이 대기하고 있었던 듯 바로 전화를 넘겨 준다.


"네 접니다."


'저희 지도자 동지께서 남측에 색다른 제안을 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신다면 시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박철웅 위원장이 인사도 없이 바로 본론을 꺼내 논다.


"그래요? 어떤 내용입니까?"


'자세한 내용은 암호 메일로 전송했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석연찮은 모습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고 자신의 책상에 앉는다. 한참을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던 대통령이 결심이 선 듯 비서실장을 부른다. 


"비서실장! 수방사령관 사령부에서 대기하라 하세요. 내가 그리 갈겁니다. 그리고 경호실장, 지하 통로로 이동할테니 준비하세요."


영문을 모를 일이지만 국가 비상사태가 발령된 싯점이라 대통령의 지시대로 둘 다 급박하게 움직일 뿐이다.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실, 대통령과 이세창 사령관 둘 만이 밀담을 주고 받고 있다. 


"가능하겠어요?"


"문제없습니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수행해야 합니다."


"대통령님 걱정하지 마십시요."


"그래요. 시도해 봅시다."


고성 금강산 관광 도로 북측 통문,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다. 수십대의 관광 버스가 미등만을 켠 채 고성에서 금강산을 연결하는 북측 통문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측 경비 초소의 경비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쇠창살의 철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 제낀다. 미리 북측을 향해 대기하고 있던 북한제 짚차가 속도를 맞춰 움직인다. 버스 안에서 검은색 대테러복장을 착용한 젊은 대원들이 속삭인다.


"중대장님! 방금 북측 통문을 통과한 것 같습니다."


"그래 박중사 6.25 이후 전투원으론 우리가 처음이지."


중대장이라 불린 대원의 목소리가 무뚝뚝하긴 하지만 여성스럽다.


"중대장님! 이런 밤중에 다이빙한 경험 있으세요?"


"경험이야 많지만 이렇게 칠흑같이 어두운 밤엔 나도 처음이다. 걱정하지 마라. 야광판만 잘 보면 돼."


옆 자리 부대원의 머리를 톡 톡 치고는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 다리위에 올려 놓는다. 북측 통문을 통과하면서 혹시나 해서 방탄헬멧을 쓰고 있었다. 헬멧을 벗은 머리 모양새가 이상하다. 여성 중대장이다. 한 밤에 버스를 타고 이동중인 병력은 수방사 예하 35특공대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에는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특수부대들이 여럿 있다. 35특공대도 그런 부대중의 하나지만 그들의 명성 때문에 지금은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다. 강도 높은 기초체력 훈련을 바탕으로 특수전 부대원들이 이수하는 각종 특수 훈련을 마스터하고 이외에도 대테러 진압에 있어서의 건물 소탕등의 CQB기술과 화학테러 상황에서도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세계 최정예 부대다. 유난히 미모의 여성 비율이 많아 다른 부대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수백명의 특공대원들이 북측의 안내를 받아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북한 원산 비행장, 활주로 옆 주기장에 수십대의 AN-2 기체가 횡대로 늘어 서 있다. 북한이 운용하는 AN-2는 중무장 병력 8명을 태우고 시속 160킬로미터의 속도로 900킬로미터 정도를 운행할 수 있고 기체의 특성상 레이더 탐지가 어려워 기습 작전에 유리하다. 북한은 이런 기종을 300여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남한에게는 게릴라의 후방 교란이 우려되는 두통거리였다. 비행복을 착용한 북한군의 AN-2기 부대장과 대테러복을 착용한 남한의 35특공 대대장이 주기장에서 조우를 했다.


"대대장 동무 어서 오시라요. 안둘기 비행대대장입네다"


버스에서 하차한 후 중대장들을 소집하던 남한군 특공 대대장을 알아 본 북한군 비행 부대장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민다. AN-2기의 북한식 명칭은 '안둘'이다. 주기장엔 버스에서 하차 한 부대원들이 중대별로 대오를 정렬하고 있다. 좁은 차 안에서 갇혀 수백리길을 왔지만 피곤한 기색이라곤 전혀 없다. 비행장의 희미한 조명을 받아 눈빛만 반짝일 뿐이다.


"반갑습니다. 이런식으로 만나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그러실거요. 저도 마찬가집네다."


둘이 동지로서 전의를 다지 듯 손을 굳게 잡고 아래위로 흔든다.


"돌아오는 길이 꽤나 멀텐데 문제 없겠습니까?"


"걱정마시라요. 우리네 민족을 위한 작전인데 그 까짓게 문제가 되갔습네까? 기체야 어짜피 일회용이고 돌아오다 동해 바다에 빠져 죽어도 고저 영광이지요."


특공대대장이 염려하는 것은 AN-2의 항속거리다. 일반적으론 900킬로미터가 넘는다곤 하지만 정원을 채워 탑승한 경우에는 운항 거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아는 안둘 부대장도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일부러 너스레를 떨고 있다. 기체별로 8명씩 조를 지어 탑승을 한 후 한꺼번에 두 대씩 주기장을 이륙한다. 총 24대의 AN-2기가 하늘로 치솟아 양쪽 날개끝에 눈에 보일듯 말듯한 항공등을 깜박이며 동해로 빠져 나간다.


원산 울릉도간 중간 지역 동해 상공, 12조 팀장인 김희경상사가 부대원들을 돌아보며 한 명씩 방탄헬멧을 착용한 머리를 두드리며 굳은 악수를 한다. 대원들의 가슴에 달린 수방사 마크에는 35 특공대를 상징하는 독거미가 그려져 있다. 대원들이 개인화기를 다시 한번 점검한다. 진압복에 매 달린 최류탄을 흔들어 이상 없슴을 확인하고 K-1소총을 들어 장탄을 한 후 안전고리를 확인한다. 일반 부대원들이 K-2 소총을 사용하는데 비해 특공대는 휴대가 간편한 K-1 소총을 애용하는 편이다. 대원들이 마지막으로 권총을 꺼내 점검을 한다. 남성 대원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제 예리코 941을 선택하지만 여성 대원들은 좀 더 가벼운 M10 리볼버를 애용하는 편이다. 


AN-2기들이 일제히 기수를 낮춰 수면 바로 위를 날고 있다. 야간투기경과 계기판만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가 아니면 위험천만한 비행이다. 울릉도 북쪽을 통과한 기체들이 일제히 기수를 올려 수평을 유지한 후 특공대원들을 토해 낸다. 원 편제는 12명 한 팀이지만 지금은 8명을 한팀으로 구성했다. 패러글라이더를 편 대원들이 서로 팀원을 확인하며 공중 편제를 완비한 후 글라이더 케이블을 조종하며 기류를 타고 독도 상공으로 흘러 들어 간다. 


일본 제1호위대군 이지스함 레이더실, 한 낮의 살풍경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2명의 정복 군인이 레이더실을 지키고 있다. 잠시 동안이지만 레이더에서 모래가 뿌려진 듯이 무수히 많은 희미한 점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레이더를 지켜보고 있던 당직 장교가 고개를 갸우뚱 한다. 무전기 마이크를 잡고 호크아이를 호출한다. E-2C 호크아이는 벌써 몇 번째 교대 비행을 반복하고 있다.


"호크아이 방금 레이더에 수상한 점 없었나?"


"확인하고 있지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져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알겠다. 이상."


호크아이의 레이더에서도 탐지가 됐지만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으니 단념하고 무시하는 수 밖에 없다. 그 보다는 세계 3위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해자대의 막강 이지스체계를 과신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독도 상공, 수백대의 패러글라이더들이 편대를 이루며 다가 오고 있다. 12조 김희경상사가 야간투시경을 밀어 올리고 GPS와 고도계를 번갈아 확인한 후 다시 야간투시경을 쓰고는 하강을 계속 한다. 낚시대용 야간 케미라이트를 부러뜨려 자신들이 착지해야 할 목표물을 대원들에게 지시한다. 총 8개의 목표물 중 3개조가 한 목표물을 겨냥해 소리없이 하강 한다. 아래쪽에 보이는 육중한 선체가 주위의 조명등에 의해 전체 윤곽이 들어 난다.


일본 제1호위함대 이지스함, 일단의 무리들이 브릿지 좌우측 통로로 떨어져 내린다. 이지스함의 함미와 함수부로도 검은 천을 휘날리며 착지한다. 브릿지에 가볍게 착지한 특공 대대장이 패러글라이더를 둘둘 말아 한 구석에 쳐 박고 일어나 사위를 둘러 본다. 전원 이상없이 착지했음을 확인한 후 야간투시경을 밀어 올리고 왼쪽 팔뚝에 장착한 휴대용 무전기의 스위치를 돌려 켠다. 얼굴에 테이프로 부착한 헤드셋에서 칙칙 거리는 소음이 연달아 들린다. 시계의 초침을 보며 5, 4, 3, 2, 1 입속으로 숫자를 세던 대대장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7대의 구축함에서도 길게 꼬리를 흔들며 신호탄이 연달아 올라 간다. 작전 개시다.


"전원 무전 개방, 작전개시!"


브릿지를 포위하고 있던 대원들이 조타실 문을 돌리고 발로 차며 들이 닥친다. K-1이 불꽃을 뿜으며 조타실에 있던 해자대 장교와 하사관들을 쓰러 뜨린다. 탄두를 제거하고 대신 고무 총탄을 장착한 대터러 진압용 총알이다. 근접에서 발사된 고무총탄이 일본 해자대 장교의 갈비뼈를 부러 뜨린다. 이렇게 하나 하나 문을 부수고 들이 치며 제압해 나간다. 이지스함의 해자대 장교들이 권총 한 번 뽑아보지 못하고 포로가 되어 한 방으로 구겨지며 들어 간다. 만약을 대비해 실탄을 장착한 권총은 뺄 필요조차 없었다. 일부는 최류탄을 던져 넣고 들이 닥치지만 특공대원들은 눈하나 깜박이질 않는다. 훈련으로 내성이 다져진 모양이다. 


"1조 보고."


"1조 완료."


"2조 보고."


"2조 작전 완료."


"3조 보고."


볼에 붙은 마이크를 잡아 당긴 특공 대대장이 한 조 한 조 돌아가며 점검을 한다. 다시 신호탄을 뽑아 들은 대대장이 아직도 은은히 조명탄이 타며 떨어지고 있는 하늘을 향해 빨간색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저 멀리서 엔진 소리가 나며 해군 UDT들이 고무 보트로 바다를 가르며 달려 온다. 1시간도 채 안되어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이지스함을 포함한 8척의 군함이 무장해제 된 채 한국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한국 영해를 침범해 나포된 것이다.


일본 내각 회의실, 새벽에 발생한 제1호위대군 나포로 인하여 일본 내각의 각료들이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 갈 것이라 예견했는데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아연실색이다.


"관방장관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우리 호위대군이 어떻게 그리 쉽게 나포될 수 있단 말이오. 아니 나포란 말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 귀신에라도 홀린거요?"


"아직 정확한 사태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관방장관이 그저 서류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이때 방위청장관이 위성사진을 들고 들어와 관방장관에게 건네준다.


"방금 미국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사진이 들어왔습니다."


동해의 주요 지역을 미국의 군사위성이 시간대별로 촬영한 고해상도 적외선 사진이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확대했다. 해상도 20센티미터급의 고화질로 자동차 종류까지 분간할 수 있을 정도다. 


"이것을 보면 원산에서 AN-2기 24대가 발진해 울릉도 서부 상공에서 특공대를 투하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사진에서와 같이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우리 함대로 내려 앉고 있습니다."


관방장관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방위청장관을 올려다 본다. 


"아니 우리 함정에서 대응을 못했단 말입니까? 하늘에 초계기까지 떠 있었잖습니까?"


"사실, 그게 이지스체계의 맹점인 것 같습니다. 대함 대공 방공 능력은 뛰어나지만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날씨 때문에 육안으로도 어려웠을거고요... 그리고 함정을 운용하는 해자대 병력들이라야 비전투원이서..."


"어떻게 된 겁니까?"


총리가 궁금한지 관방장관에게 상황 설명을 주문한다.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특수부대가 야음을 틈타 침투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사진을 총리에게 건네주며 설명을 한다.


"그럼 이번 독도 사태에 북한군이 개입을 했다는 얘깁니까?"


"현재로선 그런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큰 일 아닙니까?"


각료회의에 배석한 모든 사람들의 어안이 벙벙하다. 남북한이 군사공조로 대응을 한다면 일본으로서는 남북한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아무리 첨단군사력을 견지해 온 일본 자위대지만 버거운 일이다. 예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장관님!"


방위청장관이 조용히 관방장관을 부른다.


"방금 미 CIA쪽에서 제공 된 정보에 의하면 한국 수방사령부의 35특공대가 움직였답니다. 북한의 개입도 맞는 말이지만 남북한 군사 공조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허! 우리 일본을 상대로 남북한이 군사공조를 한다?"


총리대신이 혀를 찬다.


"우리도 언제까지나 미국 정보에 의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실시간 영상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고해상도 첩보위성과, 미국처럼 규모 있는 대외정보기관이 필요합니다."


관방장관이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대국화를 위한 첩보위성 발사와 미국식 일본판 CIA의 창설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 실패를 정보부족으로 돌리고 있다. 일본은 그 동안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후 내각 관방장관 휘하의 내각정보조사실만으로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동해항 1함대 사령부, 먼 바다에 나포된 일본 배들이 줄지어 떠 있고 부두에는 독도에서 체포된 일본 사도회 회원들과 해자대 병력들이 무장해제된 채 열을 지어 서 있다. 주위에는 한국군 병력들이 K-2 소총을 들고 포위한 채 감시를 하고 있다.


동해항 1함대 사령관실,  한국 해군 동해 1함대 김성찬 제독이 일본 제1호위대군 제독과 각 함장들을 면담하고 있다. 뒤에는 권총을 든 해군 헌병들이 경계를 하고 있다.


"당신들은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했소. 인정하시오?"


"인정합니다."


"양국이 전쟁 상태가 아니기에 이나마 예우를 하는 것이오."


"제독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전시라면 당연히 포로로 취급해야 한다. 전시가 아니더라도 작전에서 패했기 때문에 패장이다. 적의 수장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나로서도 일이 어떻게 진전이 될지 상부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천막 생활을 하셔야 합니다."


"일부 부상자들이 있습니다."


"일고 있소. 이미 조치하고 있으니 염려 마시오."


한미일 양국 해군은 환태평양군사훈련(RIMPAC)을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다. 말이 우의지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영국과 캐나다 및 호주가 참여하고 있지만 주력 함정과 병력은 한미일 해군이다. 그 동안 림팩에서 거둔 한국 해군의 성과는 동맹국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할 정도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예인기가 끌고 가는 표적기를 함포로 떨어트리는 훈련이 있다. 일본의 실력은 표적기는 커녕 예인기를 격추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은 재미 삼아 표적기가 아닌 중간의 예인줄을 정조준해 끊어버리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한국 해군이 재원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훈련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림팩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타국의 해군들을 긴장시킨다.


이번 일본 호위대군 나포로 인해 전세계의 이목이 또 다시 한국으로 집중했다. 아니 전세계인이 경악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지스와 스텔스 체계를 갖춘 일본의 첨단 해군이 포 한번 쏴 보지 못하고 한국군에게 무릎을 꿇었으니 인류 군사사 최고의 토픽감이다. 하여튼 일본으로선 치욕의 날이요 한국으로선 이순신 해전 이후 최고의 경사다. 전 세계 매스컴들이 동해항에 정박중인 일본 함정들과 일본 해군 포로들의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회의실, 이세창 수방사령관이 새벽에 전격적으로 시행된 작전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어제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완벽한 작전 수행과 전과에 대한 놀라움으로 희색이 만연하다. 앞으로의 일본의 대응이 주목되긴 하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된 이번 작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세창 사령관의 마지막 설명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북한군 안둘비행대대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번 작전이 수행될 수 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AN-2기 24대 대부분이 회황 중 연료부족으로 원산 앞 바다에 추락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북한 해군에 의해 구조되긴 했지만 3명의 조종사가 실종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분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이세창 사령관이 작전의 전과를 북한군 안둘비행대대에 돌리며 브리핑을 끝마쳤다. 


"사령관, 우리 35특공대 대원들께 국민을 대표해 치하드립니다. 그리고 북한군 안둘비행대에도 남한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려야겠습니다. 국방장관은 실종된 비행사들에 대한 수색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세요."


대통령의 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회의 분위기를 바꾼다.


"자 이제 일본의 대응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쪽 요구 사항을 정리해 주세요."


독도 서남방 심해 일본 오야시오급 잠수함, 전격적으로 작전이 시행된 다음 날 새벽 수상에 계류중이던 함정들이 일제히 한국쪽으로 빠져나간 후 통신이 두절된 오야시오급 잠수함의 함장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졸지에 미아가 되었다. 함대 전방에서 안전 통로를 개설하는 역할을 하던 잠수함이 명령 수신도 못하고 본함을 잃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정말 미치겠네."


"통신부이라도 올려서 본대와 교신을 시도해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여긴 한국 해역이야. 위에는 아직도 한국 함정들이 즐비하다고."


함장이 부함장을 질책한다.


"좋다 본함대가 갔다면 우리도 간다. 조타실 방위잡고 본함대와 같은 경로로 따라 들어 간다. 죽더라도 같이 죽는다."


방향을 수정한 오야시오급 잠수함의 스크류가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독도 서남방 214급 손원일함, 통신부이를 올려 대조영함의 명령을 수신한 손원일함이 일본 오야시오급 잠수함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함장님 오야시오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방향을 우리쪽으로 잡고 있습니다. 현재 심도 120, 5노트로 증속하고 있습니다. 8분 후면 우리 위를 지나칠 것 같습니다."


"이 자식들이 죽음의 계곡을 넘고 있구만."


함장이 혀를 끌끌 찬다. 대조영함에서 일본 잠수함이 우리쪽 해역으로 이동시 즉각 격침하라는 지침이 하달된 상태다.


"그대로 놔둬. 500미터까지 벌어졌을 때 후방에서 공격한다."


"음문을 보면 다카시오입니다. AIP를 탑재한 최신형입니다."


"다카시오라... 그래 다까주지."


독도 서남방 심해 일본 오야시오급 잠수함 다카시오, 기도 비닉을 위해 더 이상 증속을 못하고 5노트의 속도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앗! 후방에 발사관 주수음입니다. 거리 500."


소나팀장의 급작스런 어뢰경보에 은밀히 잠행하던 오야시오급 잠수함 선내가 발칵 뒤집혀 졌다.


"기관실 최대 증속, 어뢰실! 빨리 기만체로 바꿔."


만약을 대비한 공격을 위한 89식 중어뢰만을 장전해 놓았었다. 어뢰를 빼내고 기만체로 바꿔 끼우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전속력으로 거리를 이격시켜야 했다.


"앗! 어뢰 발사! 총 2발입니다."


"급부상!"


현재 거리에서 기만체도 없이 어뢰를 따돌릴 방법은 없었다.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급부상하면서 수중통신으로 항복 전문을 보내는 수 밖엔 없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최신형 잠수함을 배당받은 자신의 자존심이 너무나 쓰려왔다. 잠깐동안에 함장이 명령을 뒤집는다. 


"다시 잠함, 잠함하면서 선체 180도로 회전한다. 어뢰실 어뢰발사 준비."


어뢰실에서 SUT어뢰를 빼다 말고 함장의 급작스런 명령에 다시 장전한다. 명령 번복도 혼란스럽지만 45도 각도로 급부상하다 다시 곤두박질치는 통에 승조원들이 더욱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함체가 90도쯤 방향을 바꿨을 때 소나팀장이 어뢰와의 거리를 확인한다. 


"거리 400. 두발 다 청상어입니다. 현재속도 40노트."


"좋아 같이 죽는다. 개자식들. 어뢰 4발 발사!"


89식 어뢰 4문이 스윔아웃 모드로 빠져 나간다.


독도 서남방 214급 손원일함, 청상어 발사 후 빠져나가기 위해 함체를 뒵집다시피 요동을 치는 오야시오급을 유유히 관망하던 손원일함이 긴장을 한다. 소나실에서 어뢰경보를 발령한다.


"어뢰 4발 발사! 89식입니다."


"선체를 뒤집을때부터 알아봤다. 정면 도전하겠다 이거지. 청상어 현재거리는?"


"예 250입니다."


"좋아, 액티브 탐신 모드로 돌려. 놈들 기만체 쏠 틈도 없을거야."


"유도선 절단했습니다."


"기만체 사출, 급속 잠항한다."


그 누구보다도 독도심해 지형과 해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함장이다. 오야시오급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오야시오급의 음문을 탑재한 청상어가 액티브 소나로 탐신하며 적의 심장을 향해 45노트의 속도로 증속한다.


"거리 50."


"충격 대비하라."


아무리 먼 거리지만 물 속이라 충격파에 대비해야 한다.


'쿵! 쿠궁'


어두 컴컴한 심해 바다속에 연속해서 두 발의 청상어가 붉은 구름을 만들며 폭발을 한다. 


"명중입니다."


"89식 어뢰 기만체 물었습니다. 폭발합니다."


'쿠궁'


머리위에서 폭발음과 함께 충격파가 선체를 때린다. 이어서 연속해서 2발의 폭발음이 내려 온다.


"한대는 배회합니다."


"돌다가 가라 앉겠지."


"오야시오 침좌합니다."


심해의 수압이 잠수함 선체를 오그라뜨리는 소리가 들려 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깡통 우그러지는 소리가 섬??하다. 승조원들의 비명소리가 섞여 있는 듯 하다.


"부상했으면 살 수 있었을텐데. 불쌍하군."


손원일함의 함장이 같은 잠수함 함장으로서 연민의 정을 느끼는 듯 혼자 중얼거린다.


외교통상부 기자실, 계속되는 한국 발 특종으로 인해 세계의 눈과 귀가 대한민국으로 몰려 있는 가운데 외교통상부 장관이 독도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입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선제 발포로 촉발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한국의 공식 입장은 어떤겁니까?"


일본의 대표적 우익신문인 산케이신문의 서울 지국장이다.


"구로다 기자. 우선 한가지 당신한테 주의를 주고 싶은데, 여기는 동경이 아닙니다. 이런식의 질문은 당신 나라의 총리에게나 가서 하시오."


구로다에게 주의를 준 외교통상부 장관이 전체 기자를 대상으로 구로다의 질문에 대한 대응적 발언을 이어 나갔다.


"위협사와 조준 사격을 구분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는 누가 먼저 발포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누가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했는가가 중요하다 이 말입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우리의 영토 안에서 일어 났습니다. 일본은 계획적으로 일본 우익단체를 선동해 앞잡이로 이용했고 자국 민간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결국은 군대까지 동원해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했습니다."


"한국의 과잉 대응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군사 충돌이 아닐까요?"


한국에 대해 망발을 일삼는 구로다 기자가 계속해서 딴죽을 걸고 있다.


"구로다 기자! 마지막 경고요. 이 자리는 당신이 나를 인터뷰하는 자리도 아니고 한일회담장도 아닙니다. ?i아내기 전에 얌전히 있으시오."


외교통상부 장관의 마지막 경고를 방은 구로다 기자가 마땅찮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마이크를 독점하려 하는 구로다에 대한 타국 외신기자들의 눈총도 따갑다. 


"워싱턴포스트 카라 스위셔입니다. 일각에서는 한일간에 문제를 계속 일으키고 있는 독도를 양국이 공동 관리하는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요."


"저희는 일부에서 나 돌고 있는 독도 한일 공동관리라는 잇슈는 일본의 음모에 의한 평화를 가장한 정치선전의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관리들마저 공공연히 독도 공동관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에 매수된 것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가지 더 확실하게 말씀드릴 것은 우리의 영토인 독도가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의 나라 땅을 침탈하려는 일본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슴을 여러분들은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미리 배포된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캔디 크롤리 CNN 기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독도 근해에서 나포된 일본 함정들과 승무원들에 대한 처리 문제입니다. 한국측의 향 후 계획을 설명해 주십시요."


카메라맨을 대동한 금발의 CNN 여성 기자가 질문을 한다. 어깨에 짊어진 각국의 ENG카메라들이 일제히 외교통상부 장관을 향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첫째, 독도에 상륙한 일본 민간인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법령에 의하여 구속 수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법정에서 처리할 문제입니다. 두번째 우리 독도경비대와 경비함에 대한 발포와 우리 경찰을 살상한 일본순시선 승조원들에 대해서는 그 죄의 경중을 따져 최고 사형까지 집행될 수 있슴을 알려 드립니다."


기자실이 술렁거렸다. 이것은 앞으로 또 언제 도발할지 모르는 일본순시선에 대한 일종의 엄포였다. 


"다음, 일본 군함과 그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발표한 바와 같이 향 후 전적으로 일본의 대응에 달려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일본 해자대의 행위를 선전포고로 간주함과 동시에 전 승무원들을 포로로 대우할 것 입니다. 군함에 대해서는 타국 영해를 침범한 군사 무기와 물자에 대해 국제적으로 되돌려 준 예가 없슴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확고하면서도 강경했다. 국제적인 관례로 봐서도 군함은 되돌려 줄 용의가 없으며, 승무원에 대해서는 향 후 일본의 대응에 따라 조치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기자회견에 앞서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은 전 일본 내각 전체 명의의 사과 각서와 배상을 요구하였고 아울러 일본 국회에 대해 재발 방지 결의문을 요구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의 우익선 기자입니다. 일본쪽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독도 진압 작전이 남북한 합작품인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본 해자대 소속의 잠수함 한 척이 침몰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새벽 작전은 남북한이 공조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일본의 독도 침략 야욕에 대해서는 남북한 국민들 모두 편치 않다는 것 입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일본 잠수함 실종에 대해서는 저희들도 아직 구체적 정보가 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북 군사 공조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아닌 애매모호한 말로 대신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서류를 정리해 자리를 뜨고 있다. 


일본 내각 회의실,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의 기자 회견을 멀티비젼을 통해 지켜보던 내각 각료들이 쓰디 쓴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는다.


"관방장관, 우리 잠수함 다카시오는 어떻게 되 가고 있습니까? 구조할 방법이 없나요?"


"다카시오가 통신부이로 마지막 구조 요청을 한 이후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침몰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독도에 근접한 한국 영해라 그들의 협조 없이는 구조 작업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뭐요?"


"독도의 남쪽 수역은 동도에서 조금만 나가도 바다 낭떠러지와 같은 단애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카시오가 마지막 통신을 보낸 위치라면 해저 천미터가 넘는 심해입니다. 구조할 방법도 없지만 완전히 압괴되어 전 승조원이 사망했으리라 판단됩니다."


일본 내각 회의실에는 한숨 소리만 흘러 나왔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총리각하. 미국 대통령께 중재를 요청해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외무대신이다. 중간 과정이야 어찌되었든간에 애초에 미국 대통령의 은밀한 요청으로 일이 시작되었으니 그쪽에도 책임이 있지 않겠냐는 심정이 실려 있다.


"나도 그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한국이 미국 대통령의 중재를 받아 들일지는 의문이오."


"총리각하. 2,400여명의 우리 해자대원들이 구속돼 있습니다. 사태 해결이 늦어질수록 내국의 여론은 더욱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외무대신이 더욱 압박을 한다. 일본 총리가 뭔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관방장관, 저들이 선전포고 운운하고 있습니다. 무력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까?"


총리의 돌연한 발언으로 회의실에 일순 긴장이 돈다.


"총리각하, 자위대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야... 한국쯤은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질 않소?"


"우리 국방력은 지금껏 내치와 방어를 목적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경찰예비대로 시작해 지금 규모의 자위대까지 50년이 걸렸습니다. 방어적 개념의 자위대가 공격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5년은 더 필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군비 증강에 더욱 박차를 기해야 합니다. 그 후라도 늦지는 않을 겁니다."


"알겠소."


총리가 맨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사이 외무대신이 나선다.


"이번 일로 남북한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국민정서로 볼 때, 한국인들은 어려워질수록 단결력을 보입니다. 애초에 제가 우려했던 것은, 일이 잘못되면 반일감정을 뛰어 넘어 남북화해와 민족공조로 이어지지 않을 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이쯤에서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일본 내각회의의 결론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와 '되도록 빠른 수습'으로 모아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총궐기했던 일본측 우익들이 침묵을 지키는데 반하여 한국의 국민들은 연일 반일데모로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아직 국가비상사태는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느긋한 상황이다.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던 대통령이 한가한 모습으로 전재결재시스템인 이지원에 접속해 통상적 업무를 보고 있다. 비서실장이 들어 선다.


"대통령님, 백악관에서 화상회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연결하세요."


대통령이 예견하고 있었던 듯 선뜻 대답을 한다. 몇 분이 지난 후 미국 대통령과 화상회의가 연결되었다. 술을 한잔 했는지 얼굴이 불콰한 미국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요즘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그리 편하지는 못 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아차했는지 정색을 하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미국 CIA의 한국인 테러에 대한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된 상태는 아니다. 그것마져 깜박했던 모양이다. 한미 양국의 문제를 건너 뛰려는 듯 일본쪽 본론을 꺼내 든다.


"일본이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


"심한정도가 아니지요. 군대를 동원한 계획적 침략행위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독도를 항구적 한일 공동 관리지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습니까?"


"허!"


화상회의에 배석하고 있던 미국측 관리들이 먼저 몸을 벌떡 일으킨다. 일본의 작전이 성공했을때를 대비해 준비한 발언이 튀어 나온 것이다. 카메라를 주시하며 발언하던 미국 대통령이 멍청히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배석해 있던 미국 국무장관이 손사레를 치며 입모양으로 뭔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어렴풋이 느낀 미국 대통령이 다시 카메라를 응시하며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에 한국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친다.


"대통령님 말씀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은 분명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에 대한 적절한 사죄와 보상이 있기 전에는 일본과의 대화는 없슴을 분명히 밝혀 드립니다. 아울러 귀국에서도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 거론할 필요가 없슴을 밝혀 드립니다."


일본의 요청으로 중재를 시도했던 미국 대통령이 바보가 된 채 한미 국가 최고 대표자간 화상회의가 종결됐다. 배석했던 미국측 국무위원들이 나가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런 저능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민들이 원망스러웠다.


청와대 국가안보회의실, 안보회의 위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대통령님 그리고 위원 여러분 좋은 소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외교통상부 장관이 들어서서 대통령께 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에 앉을 생각도 없이 좋은 소식이 있슴을 선포한다.


"일본측이 드디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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