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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동희 May 01. 2021

반민특위의 부활

국군 서울지구병원 수술실, 119 헬기로 긴급 후송된 2명의 환자가 동시에 대 수술을 받고 있다. 경호원 중 한 명은 총알이 오른쪽 늑관을 뚫고 들어가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이나 먼저 총을 맞은 경호원은 불행히도 과다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안재홍 팀장의 형인 제이크도 심장 관통으로 수혈과 산소공급기에 의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알을 찾지 못해 봉합을 못하고 있다. 엑스레이 화면에서도 총알을 발견할 수 없자 의사가 서둘러 봉합을 지시한다. 천만 다행이라면 총알 구멍이 작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수술실 앞에는 피범벅이 된 안재홍팀장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초조한 심정으로 수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나온다.


"선생님! 어떻게 됐습니까?"


안재홍 팀장이 의사 앞으로 달려가 급하게 묻는다.


"생명은 건졌는데 혼수상태가 오래될 것 같아요. 피를 너무 흘려서 산소결핍에 의한 뇌 이상 증세가 올 수도 있습니다. 깨어나더라도 정밀 검사를 해 봐야 합니다. 다른 한 분은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요."


청와대 관계자들을 둘러보며 총상을 입은 경호원의 상태를 알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안도를 하며 의사에게 감사를 표 한다.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 어떻게 남의 나라땅에 들어와 함부로 총을 쏘고 계속해서 민간인에 대한 테러를 일으킬 수 있을까. 상식적인 선에선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집요하고 무서운 나라다. 대통령이 녹지원을 내다보며 걱정에 한숨을 쉰다.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 온다. 


"대통령님! 수술실에 들어 간 두명은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경호실장이 대통령의 뒷통수에 대고 병원쪽 상황을 보고 한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국정원장은 들어오고 있습니까?"


"예 도착할 시간이 다 되 갑니다."


"다들 앉으세요."


모두들 착석하려는 찰라에 국정원장이 노크를 하고 들어 선다.


"어서 와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어서 앉으세요."


국정원장이 손에 들고 온 물건을 탁자에 내려 놓으며 소파에 앉는다.


"이게 뭡니까?"


"놈이 사용한 총입니다."


"이 휴대폰이 총이라구요?"


"예 그렇습니다."


국정원장이 나사가 풀려 있는 휴대폰을 분해해 늘어 놓는다.


"대단한 놈들입니다. 여기 이 폴더를 180도 돌려 덮으면 장전이 됩니다. 첫발이 발사되면 그 다음 총탄은 개스힘으로 자동 장전 되도록 돼 있습니다. 이 윗부분이 탄두고 아랫 부분은 탄피가 필요없는 고체화약입니다. 총을 발사해도 탄피가 남질 않습니다. 탄두도 물에 녹는 물질로 되어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흔적도 없이 분해됩니다. 더 특이한 것은 공이가 필요없는 전자식 뇌관으로 휴대폰의 버튼을 눌러 전기 스파크로 발사합니다. 전체적인 구조가 공항 보안검색대의 엑스"


"됐습니다. 그 정도면 됐어요."


대통령이 손을 내 저으며 국정원장의 말을 가로 막는다.


"이번엔 도대체 어떤 놈들입니까?"


"예, 둘 다 CIA 요원으로 숨진 케빈이란 자는 한국 지부에 상주하던 인물이고 안재홍 팀장의 형으로 확인된 제이크는 북경에서 어제 입국했습니다."


"이번엔 확실하게 증거를 잡았지요?"


"미국에서 발급된 패스포트와 입출국 기록을 확보했고 시신은 일단 분당 국군수도통합병원에 안치해 놓았습니다."


"비서실장! 미국 대사 호출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미 대사관 CIA 한국 지부 사무실, 첫번째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는데 둘째 셋째 작전이 연속 실패해 심사가 틀어진 CIA 한국 지부장이 손톱을 씹으며 고심하고 있다. 버시 대사가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밀고 들어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일 말입니까?"


"지부장은 신문도 안봐요?"


버시 대사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지부장을 다그친다.


"아 예,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청와대에서 호출이 왔어요. 나한테라도 귀뜸을 좀 해 주세요."


"대사님께서는 모르는것으로 하시는게 더 나을겁니다."


"케빈이 대사관 소속인데도 모른척 하란 말이요?"


지부장의 말에 버시 대사가 화를 벌컥 낸다.


"업무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충돌로 처리해야지요."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 버시 주한 대사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가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함께 집무실로 나오자 벌떡 일어 나 고개를 숙인다.


"대통령님 안녕하셨습니까?"


"우리가 안녕해서 당신을 부른 것 같소?"


대통령이 뚜벅 뚜벅 걸어와 상석에 앉는다. 앉자마자 버시를 노려본다. 버시가 어쩔줄 모르며 대통령의 시선을 피해 반기문 장관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대사! 우리라고 베네수엘라처럼 하지 말란 법이 없소. 경고하는데 반 백년 우방을 적으로 만들지 마시오."


베네수엘라는 남미 국가중 가장 강력한 미국의 우방이었다. 그러나 미 대사관 해군무관의 간첩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냉랭해지기 시작해 지금은 준 적국과 같은 상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무기 금수 결정을 내리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자국내 F16 전투기를 적성국으로 분류되는 이란에 매각하고 러시아산 무기로 대체하겠다고 발표 할 정도로 양국의 교류는 단절되고 서로 으르렁거리는 관계가 되었다. 근래 들어서는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이란과 연대해 석유수출 결제 대금을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등 미국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지휘 한 것으로 판단되는 한국 주재 CIA 지부장과 닐 중령을 추방하겠소."


"대통령님! 과하십니다."


해명 아니 발뺌할 기회도 없이 한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고에 버시 대사가 얼이 빠졌다. 영문도 모르고 졸지에 한국내에 정보망을 유지 관리하는 지부장과 무관 한명이 추방되게 생겼으니 얼이 빠질만도 하다.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국민 발표를 하고 미국의 사과와 CIA 지부장 추방을 추진하시오. 그리고 케빈이란 자의 시신도 넘겨주시오."


"대통령님! 제이크도 함께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그 자가 당신 나라의 시민권자인지는 모르나 한국 국적을 보유한 엄연한 한국인이오. 허튼 소리 하지 마시오."


버시 대사의 염치없는 소리에 대통령이 단박에 면박을 준다.


"비서실장! 버시 대사 배웅하시오."


버시 대사가 인사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이 먼저 일어 나 집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대통령 면담이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로 끝이 났다.



정부종합청사 브리핑실, 몇 주간 준비와 검토를 마친 후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 언론 중대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 약간의 내용을 흘려 보낸터라 내.외신 기자들과 카메라로 종합청사 브리핑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CIA의 우리 국민 테러등의 적대 행위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하며, 부시 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다."


기자들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웅성거린다. 자세한 내용이 계속 발표되겠지만 한국이 미국에 대해 이 정도의 강력한 항의를 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한국의 핵 개발 시도와 이에 따른 청와대 도청 사건으로 양국관계가 급속히 악화된적이 있지만 박정희가 시해되고 전두환이 쿠데타로 집권하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정상화된 바 있다. 


"지난 울진에서의 포항공대 양동근 교수 일가족 살해 사건, 지리산에서의 한국 국민 암살 미수 사건,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의 총격전 등 일련의 모든 사건들이 미국 CIA의 공작에 의해 자행되었슴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리산에 출동했던 대통령 전용 헬기에 대한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한국 대통령을 암살 기도로 간주합니다."


발표 내내 한쪽 벽에 위치한 프로젝션TV를 통해 당시 사건들의 자료 화면이 방영되고 있다. 특히 반기문 장관이 잠시 발표를 중단한 사이 '미국 CIA 요원, 제이크 길렌할(한국명 안재훈)'이란 자막으로 상체를 모자이크 처리한 병상에서의 증언에 기자들의 얼굴이 한번 더 굳어졌다.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의 대 언론 발표 장면은 전체 지상파 방송들이 생중계를 했고 미국 CNN과 영국의 BBC에 의해 전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미국 CIA의 자국민 테러 소식을 접한 한국 국민들은 분노는 대단했다. 일주일 내내 저녁마다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운 국민들이 미국 규탄을 소리높혀 외치며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와 '한미 FTA 반대' 구호와 부시 미 대통령의 화형식까지 진행되어 경찰들을 긴장시켰다. 방송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을 재구성해 다큐멘타리식으로 앞 다투어 내 보내 국민들의 반미 물결에 기름을 부었다.



국군 서울지구병원 입원실, 한달 내내 병실을 지키던 안재홍 팀장이 형의 병세가 호전되자 국정원의 안내로 비밀리에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올라가고 지금은 국정원 직원 두 명만이 번을 서고 있다. 2개월이 더 지난 지금은 거의 완쾌되어 병원 주위를 산책하기도 한다.


"원장님께 대통령님을 뵐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고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제이크가, 아니 이제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안재훈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다.


"일단 말씀은 드려보겠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소."


"원장님께 따로 말씀드리겠지만, 청와대 주위도 대청소해야 할 것이오."


전 CIA 요원이었던 안재훈씨의 제보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에 대한 국정원의 대대적인 도청기 탐색 작전이 이루어졌다. 각종 탐색 장비들이 동원되었고 본관 내외부의 기계와 전자장치들을 분해 재조립하는 등 일상적인 반도청 업무가 아닌 대대적인 수색이 실시 되었다. 심지어는 정원의 곤충들까지 모조리 잡아 들여 검사를 했다. 그 결과 국정원이 인지하고 있던 잠자리형 도청장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녹지원의 소나무에 드릴로 파고 집어넣은 레이저 음파 검지기와 초소형 카메라도 발견하여 제거 되었다. 반 도청 보완작업으로 본관의 유리창들을 두툼한 4중 안전유리로 교체하고 무진동 코팅까지 완료했다. 청와대 경호원외 일반 근무원들에게까지 철저한 보안 교육이 이루어졌고 본관 경비 요원들에게는 국내 통신 보안 업체가 개발한 SHILED-5000이라는 휴대용 도청탐지 장비가 지급되어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크게 첨단 전자 장비를 이용하는 시진트(SIGINT)와 자국이 운용하는 스파이 또는 고용된 정보원에 의한 정보 획득을 뜻하는 휴민트(HUMINT)로 분류된다. 세계 각국은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에 의한 첩보전에 열을 올리지만 자국내 정보 보호에 있어서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엘빈토플러가 자신의 저서에서 '21세기는 경제 스파이산업이 호황을 맞을 것이다'라고 예언한 것 처럼 기업들마저 지적재산권 지키기와 빼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국정원에서는 음지에서는 국가 기밀을 보호하고, 양지로 나와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보안 세미나'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국내 첨단 산업 보호를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미 휴대폰이나 반도체 제조 기술 유출 차단등의 실적을 통해 산업보안의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고 최근에 와서는 군 관련 보안부서인 기무사령부까지 발 벗고 나서 산업스파이 색출에 노력하고 있을 정도다.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 국정원장에게 건의했던 대통령 면담 요청이 대통령의 흔쾌한 승낙으로 조기에 실현됐다. 국정원장이 안재훈 전 미 CIA 요원을 대동하고 접견실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상처는 좀 어때요. 좋아졌습니까?"


"예 대통령님과 여러분의 배려 덕분에 빨리 좋아졌습니다. 그 보다 한국 국민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져 드린 점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안재훈씨! 그런 소리 말아요. 당신이야 CIA의 암살작전도 모르고 그리운 동생을 만나러 온 것 뿐이니 그리 잘못한 것도 없지 않소."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조국을 등지고 남의 나라 스파이 역활을 했던 일들이 통탄스럽습니다. 남은 인생을 다시 찾은 조국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허락해 주신다면 한국 국정원에서 근무하고 싶습니다."


"CIA에서 취득한 고급 기술들을 우리 국정원에서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야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국정원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통령이 국정원장의 동의를 구하면서 허용하겠음을 피력한다. 국정원장이 엷은 미소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 대통령의 뜻에 따를것을 동의한다.


"실은 제 새아버지라고 해야 할까요. 어머님이 재혼한 미국인이 전에 CIA한국지부장이었습니다. 몇 년전에 쿠바에서 작전을 하다 돌아가셨는데, 그 분이 한국에 계실 때 작성한 리스트가 있습니다."


"그게 어떤 리스트입니까?"


"CIA에 협조하는 한국 정보원 리스트입니다."


진중하던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리스트에 의하면 정재계와 언론매체등에 종사하는 중견간부급 이상의 정보원이 3만명 정도 됩니다. 군부에도 상당 수 있구요."


"군에까지요?"


"그렇습니다. 이들에 의해 제보된 고급정보들은 CIA 본부에서 취합 분석되어 각 종 공작 자료로 활용됩니다. 한국의 무기도입이나 최근의 FTA 협상에까지 다방면으로 이용되고 한국을 상대로 하는 민간 기업에까지 제공됩니다. 이전 정부까지는 청와대에도 다 수 있었던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군 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미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니, 설마 설마하던 일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들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리스트가 있다면 각 분야별로 대대적인 검속을 벌여야 할 노릇이다. 일제 강점기 천황에 충성하던 친일파들과는 또 다른 부류의 신매국노들인 것이다. 간첩이 매춘부 다음으로 오래 된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자기 집안 정보를 팔아 먹는 자들은 매춘부나 간첩보다 더 악질이라 할 수 있다.


"그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겠습니까?"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바라보며 자료의 활용 방안을 요구한다.


"얼마전 대통령님께서 지시하신 신친일파 척결 프로젝트 추진팀이 이제 정상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그 팀에 안재훈씨를 합류시키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요. 신친일파나 미국을 위해 일을 하는 정보원들이나 다 척결하고 넘어가야 할 매국노들이지요. 안재훈씨를 그쪽으로 합류시키시오. 그리고 이참에 간판도 좀 바꾸면 어떻겠소?"


친일파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의 범위를 넓게 잡았으니 이에 걸맞는 프로젝트명으로 바꾸자는 대통령의 제안이다.


"음 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포괄적으로 '반민족행위척결팀'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추진되고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와 맥은 같이 하지만 위원회가 구친일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저희쪽은 신친일파와 같은 매국노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민정서가 광복 후 시행된 반민특위의 해체를 아쉬워 하는 측면을 감안했습니다."


"그래요. 그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외쪽 반응은 어때요?"


얼마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미국 CIA에 의해 자행된 한국 내 민간인 테러의 해외 반응을 묻고 있다. 국정원 또한 외교통상부와는 별도로 해외에 주재하는 직원들을 통해 매일같이 고급 정보를 스크립해 분석하는 업무를 한다.


"유럽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미국 일방의 우월주의에 대해 그 동안 쌓여왔던 유럽인들의 반감이 이번 기회에 표출된 듯 합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영국에 비하면 프랑스나 독일은, 영향력 있는 매체들이 앞장서서 이 전에 세계 각국에서 자행된 미국의 테러와 스파이 행위까지 새삼 곱씹고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인들은 겉으로 별 반응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부글거리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겁니다. 우선 민주당에서 들고 일어나 네오콘들을 공격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점 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의 지지도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이에 편승해 일부 방송 앵커들은 부시 대통령을 멍청이로 표현하며 조롱할 정도입니다."


"부시 행정부쪽의 공식 대응이 아직도 없더군요."


"그렇습니다.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겁니다. 그 동안 만만하게만 생각했던 한국이 외교적인 협상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고했기 때문에 그 만큼 충격이 크리라 봅니다. 차기 CIA 국장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책임을 물려 경질하리라 판단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물러서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그래요. 다음 대응책을 강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 건의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참여정부 들어와서 도청장비를 폐기한 후 일체 도청 행위는 없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목적의 도청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니까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겁니까?"


"이 부분에 대한 대통령님의 의지와 의중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경우에는 감청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국정원장이 합법적 도감청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법원의 승인이나 대통령의 재가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 감청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법은 그렇습니다만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전 중앙정보부나 안기부의 위세라면 통신업체의 적극적 협조를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신실에 상주하며 감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국정원에서는 이런 일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국민 정서 자체가 도감청에 민감한 면도 있지만 그 만큼 국가기관의 권위가, 아니 국가권력이 국민을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재 탄생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 이해 합니다. 얼마 전 상정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말씀하시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미 '칼리아법'이라고 해서 특정 교환기에서 직접 감청할 수 있도록 통신회사의 협조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국회통과를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어요. 내 다음 당청협의에서 확실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정원의 도감청 합법화에 대해서는 국회의 진보 보수 양측 다 결사 반대하는 입장이다. 지난 날 진보측은 영장없이 집행된 정치적 의도의 불법 도감청에 의해 시달려 왔고 이전 군사 정권의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보수층은 이제와서 자신들이 역으로 감청을 당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옛 안기부 출신 의원들이 더욱 적극 나서서 반대하고 있으니 시대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아까 얘기하던 리스트 말입니다. 신친일파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일을 잘해주고 있지만, 이번엔 인터넷을 활용해 보는게 어떻겠습니까?"


신친일파의 대표적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오선화와 김완섭등에 대해서는 언론매체가 나서서 그들의 행적과 매국 행위를 적나라하게 밝혀 잇슈화시킨 바 있다.


"인터넷이라면..."


"리스트를 분류해서 1차 2차에 걸쳐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공개하자는 얘깁니다."


"그렇군요. 국민들에게 공개해 여론재판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사실 3만명이나 되는 명단을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구요."


"서프라이즈라는 사이트를 활용해 보세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참우익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 입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국정원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반민족행위척결팀에 합류한 안재훈씨와 기존 팀원들에 의해 리스트는 신속히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당시의 정황 자료들을 보완해 임의로 첨삭할 수 없도록 슬라이드식의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졌다. 이 자료는 미국 하와이에 소재한 임의의 서버를 거쳐 '고구려인'이라는 익명으로 서프라이즈 게시판에 올려졌다. 리스트 공개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웹사이트 서버가 접속 폭주로 마치 DoS 공격을 받은것처럼 다운되기까지 했다. 자료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한국 사회가 또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방송과 신문에서 앞 다투어 리스트에 기재된 반역자들에 대해 확인된 사항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일부 악질 매국노들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이나 관련 기업의 고발로 검찰에 기소되기까지 했다. 이 가운데 한가지 특이 사항은 인천국제공항의 미국행 탑승객 숫자가 평균에 비해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출국 모습은 비디오 카메라에 의해 하나 하나 담겨지고 있었다.



북한 총참모부 산하 121소 해커부대 운용실, 10여명의 정예 부대원이 대형 화면을 보며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개처럼 움직이고 있다. LCD 모니터 옆에는 작으마한 박스가 하나 씩 올려져 있다. 대고구려연방준비위의 박철웅 위원장과 안재홍 팀장이 뒤에 서서 해커들이 작업하는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군부의 산하 조직으로 해커 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영재들을 중학교에서부터 선발해 특별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이들이 북한의 명문이라할 수 있는 평양금성고등중학교를 거쳐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로 진학 졸업한 후에도 소수의 정예만을 선발해 해커부대에 투입하고 있어 가히 중국의 해커부대나 미국 CIA를 능가하는 최정예 해커들로 알려져 있다.  


"위원장님! 저거 보세요. 암호 하나 해독하는데 1초도 안걸립니다."


"그러게 안팀장.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애."


"시제품들을 테스트하는데 딱 입니다."


안재훈 팀장이 북한으로 넘어와 다시 공동작업을 재개한지 몇 개월만에 상용화를 할 수 있는 광전계 시제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 일부가 북한의 해커부대에 투입되어 시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슈퍼컴퓨터라 해도 몇일이 걸릴만한 암호 해독 작업들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있었다. 포항공대의 양동근 교수가 없어 어려운일들이 많았지만 상세하게 정리된 기술보고서에 의해 그나마 일을 쉽게 진척시킬 수 있었다.


"위원장님! 시장에 출시할 광전계의 성능을 좀 더 낮춰야겠습니다."


"그게 좋을 것 같네. 우리가 저런식으로 거꾸로 당하면 어떡하나."


"남한 국정원에서 정보가 넘어왔나."


"곧 메일로 들어올겁니다."


"남한에 매국노가 그리도 많았나?"


"리스트중에서 이번에 미국으로 탈출한자들이 200명 가까이 된답니다. 대부분이 이중국적자들이고 정보 제공 사례비를 미국 은행 구좌로 입금받아 땅투기까지 하고 있었답니다. 하여튼 재밌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해킹 툴을 이용해 각 미국 은행별로 우회 침투 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작업입니다. 음 벌써 계정계 서버의 DB 보안까지 다 뚫었군요."


이 때 안재훈 팀장이 들고 있던 CDMA모뎀이 내장된 PDA가 이 메일 수신음을 울리고 있다. 


"들어 왔습니다."


안재훈 팀장이 PDA를 조작해 메일 첨부 파일을 메모리카드로 옮긴 후 카드를 꺼내 앞에 있는 광전계 시스템의 슬롯에 밀어 넣는다. 200개 가까운 리스트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각 해커별로 나뉘어져 할당된다.


잠시 숨을 돌린 해커부대원들의 손놀림이 다시 빨라지고 있다. 1시간이 채 안되어 작업 종료를 알리는 듯 부대원들이 손이 하나 둘 올라간다. 누가 먼저 해킹을 완료하는지 해킹대회를 하는 모습이다.


"완전히 국제 거지가 되겠군요. 크 크 크"


안재홍 팀장이 재밌어 죽겠다는 식으로 킥킥대고 있다. 매국노들의 재산이 대고구려연방 구좌로 몰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계좌 이체가 된 후에는 은행 DB상의 개인 구좌 정보가 말끔히 삭제된다. 일부 부동산을 소유한 재산가들은 등록이 말소되고 시민권까지 삭제되고 있다. 일을 끝낸 해커들이 해킹툴을 이용해 우회 경로상에 위치한 서버에 남아 있는 로그들을 청소하며 물러 나왔다. 마치 모래위의 발자국을 지우는 것 처럼 그렇게 작업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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