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외로운 긴긴밤

여객기 참사 희생자분들을 추모합니다

by 눈보라별

아버지와 남동생이 태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새해를 맞아 본가에 도착하니 꼬불꼬불한 태국어가 새겨진 태국 파스와 코끼리 인형, 과자 등 선물꾸러미가 거실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평소 같으면 선물을 구경하느라 들뜬 마음이었을 텐데, 12월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를 겪은 희생자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한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면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을 텐데.

나는 물끄러미 선물을 바라보았다.


여객기 참사를 접하고부터 매일매일 우울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의 감정이 뒤섞이고 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이번 여행을 맡은 가이드의 친한 가이드가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 가이드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내년에 또 온다고 그러셨는데.. “라며 슬픔에 잠겨 이야기를 전하셨다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지은 [인생수업]이라는 책에서는 우리는 각각 다른 시기에 각각의 방식으로 상실을 경험하며,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저마다 유예기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순간에 소중한 이들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상실의 고통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저마다의 유예기간이 지나 이별이란 현실을 받아들이는 날이 찾아올 때, 너무 아프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어둡고 외로운 긴긴밤을 보내고 계실 유가족분들께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겨울이 있고,
녹지 않는 눈이 있고,
거센 바람이 붑니다.
휘몰아치는 겨울바람 때문에
그는 바깥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꽝꽝 얼어버린 거대한 눈덩이가 켜켜이 쌓여
그의 마음은 무척 무겁습니다.

겨울을 품은 그는 추위를 이겨내는 사람.
작은 사람이 웅크리고 있어 더욱 작아 보이는
나는 그 사람을 알아요.


어떤 비밀(저자: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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