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는 생긴 건 안 닮았는데 취향이 비슷하다. 귀여운 걸 좋아하고 뭐든 잘 모은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내가 대학 들어가고 1년에 한두 번씩 엄마랑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정말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결혼하고 엄마 집 내 방은 그동안 우리가 바리바리 모은 각종 잡동사니 박물관이 됐다. 평소에는 강아지가 오줌 살까 봐 문을 닫아놓는데 한 번씩 들어가면 아빠도, 동생도, 남편도 반응이 비슷하다.
아빠 : 이게 다 뭐냐
동생 : 귀신 나올 듯
남편 : 이거 다 어떡해?
요즘 우리의 주력 아이템은 굿즈다.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있으면 꼭 하나씩(예쁘면 두 개씩) 사 온다. 만날 때마다 뭘 샀는지, 어디가 예쁜지 자랑하고 같이 살펴본다. 오늘은 엄마한테 이런 사진과 메시지가 왔다.
-이거 봐~ 펩시에서 캠핑 의자가 나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순이는 왜 올라간 거야?
또 며칠 전에는 동생과 바람 쐬러 나왔다가 조그만 귀여운 것들을 샀다며 사진을 잔뜩 찍어서 보냈다. 나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그만 사. 거덜 나.
-귀여운 건 두 개 사서 우리 둘이 나눠 가져야지.
-아니야, 엄마 거만 사도 돼.
-안 돼. 우리는 귀여운 거 동지잖아.
우리가 사들인 거 다 합쳐도 엄마만큼 귀여울 수 있을까.
내 친구 니니 어머님은 요즘 화분에 관심을 가지셨다고 한다. 작년에 심은 다육이가 다 죽어 다시 사면서 사장님한테 물어보셨다고.
"다육이가 원래 1년생인가요?"
집에 돌아와서 원래 있던 화분에 새 다육이를 심었는데 TV에서 새 흙이 좋다는 걸 보셨다. 그래서 새 흙을 사다가 '이케이케' 옮겨 심고 흡족. 여기서 멈추지 않고 어머님은 수국에도 도전하셨다.
-어제 갑자기 동네 아줌마들이 수국 샀다가 죽인 얘기하더니 수국을 사러 갔다 와서 그걸 또 심었어.
-그거 하고 또 행복해했어.
니니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고운 어머님 얼굴이 떠올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니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다짐해 보았다. 우리, 나이를 먹어서도 엄마들처럼 귀엽자고. 아마도 쉽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