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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May 03. 2022

엄마아빠도 사랑을 할까

부모님의 세계

 연말에 퇴직을 앞둔 아빠에게  달의 휴가가 주어졌다. 30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시간 자유의 몸이 었다. 아빠는    열흘을 같이 퇴직하는 동료들과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뭐 하지?"

 엄마 얼굴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던 나는 아빠가 제주도로 떠난 지 3일 차에 격리가 끝났다. 밖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엄마랑 식당에서 점심 먹기였다. 대낮에 술도 없이 막창을 한 판 구워서 맛있게 먹으며 엄마와 밀린 토크를 했다.

 "아빠 제주도 재밌대?"

 "몰라, 전화가 엄청 와."

 "전화할 시간이 어딨어. 구경하고 맛있는 거 잡사야지."

 "영상 통화도 오고 그래."

 "해외여행 간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얼굴은 싫음 반, 좋음 반이었다.     


 한동안 엄마와 강아지만 있는 본가를 오가며 지냈다. (그때는 재택근무 중이었다.) 옆에 있어 보니 엄마 말은 진짜였다. 아빠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전화를 했다.

 "란아 란아 뭐하니~?"

 "TV 보고 있지. 어디야?"

 "아까 내가 유명한 셰프 식당에 갔는데~"

 엄마 얼굴은 궁금함 반, 안 궁금함 반이었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나는 결혼 하고 싶음 반, 하기 싫음 반이었다. 사이가 좋을 때야 괜찮지만 나쁠 때는 남한테도 못할 소리를 해서 생채기를 냈다. 두 분이 지금보다 젊으셨을 때는 더 했다. 그때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아빠도 사랑을 할까. 결혼은 왜 해서 이 난리일까.  

   

 결혼하면 부모님이 이해될 줄 알았다. 어느덧 유부 4년 차가 된 지금, 여전히 두 분 관계를 잘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연애를 오래 했고 진짜 화가 나면 일단 입을 다무는 암묵적인 룰을 가지고 있어서 (남편은 잔다) 아직 엄마아빠처럼 싸워본 적이 없다. 그런데 떨어져 지내는 두 분을 지켜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편과 30년을 더 살아도 부모님의 관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감히,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산 시간보다 더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분은 저녁마다 같이 산책을 하고 멀리 가 있으면 서로를 궁금해한다. 아빠가 없는 동안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아빠의 물고기와 다육이들을 돌봤다. 그게 사랑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인 건 확실하다. 4년 차 조무래기 유부녀 딸내미는 이렇게 부모님께 사랑의 모양을 배워간다.


저녁에 만나요 사랑해요


사진 출처

https://www.australianhearthealth.org.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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