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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pr 06. 2023

남편의 아픈 손가락

그 손가락 말고


 우리 집에 이사 온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공식 입주가 시작하자마자 들어온 이 동네에는 한동안 그 흔한 편의점 하나도 없었다. 저녁에 시원한 맥주라도 먹고 싶으면, 그런데 냉장고에 들어 있지 않으면 비상이었다. 전철역을 코 앞에 두고도 고립되었던 생활이 지금은 다 추억이다.


 아파트 상가에 제일 처음 들어온 가게는 기다리고 기다렸던 편의점이었다. 5평 남짓한 그곳이 문을 연 날 동네 사람들로 북적였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남편과 나도 손을 잡고 구경을 갔는데 진열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다. 편의점의 인기는 옆옆에 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마트가 문을 열던 날 우리는 어쩐지 복잡한 마음이 되어버렸다.

 "편의점은 어떡하지?"

 "삼각김밥 사 먹으러 가면 되지."

 "이제 맥주는 마트에서 사야 할 거 같은데."

 이후 편의점 맞은편에 하나, 뒤쪽 상가에 두 개의 편의점이 더 들어왔다. 남편과 나는 술을 거나하게 먹은 날이면 굳이 우리 동네 1호 편의점에 간다.

 "가서 뭐라도 사 오자!"

 "가자! 거기는 내 아픈 손가락이거든."

 남편의 아픈 손가락은 또 있다. 편의점 하나밖에 없던 우리 동네에 처음 생긴 식당은 삼겹살집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고기 한 번 먹으려면 줄을 서야 했다. 우리도 그 틈에 섞여 고기를 굽던 날, 빈자리가 없는 식당을 두리번거리면서 여기가 맛집이구나, 다음에는 예약하고 와야겠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곳의 인기도 오래 가지 못했다. 고깃집이 하나 생기더니 두 개 생기고 세 개에 이어 네 개 그리고... 지금은 양손을 다 써야 셀 수 있을 만큼 생겼다. 우리 집이랑 제일 가까운 1호 고깃집 앞을 지날 때면 또 마음이 복잡하다.

 "몇 테이블 있어?"

 "두 테이블."

 "이 시간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그러게. 망하면 안 되는데. 우리가 한 번 가야 하나."

 "여기도 내 아픈 손가락..."

 "여보 손가락이 여러 개 아프네."


 우리처럼 배짱이 없는 베짱이들은 가게를 일구고 부지런히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을 보면 그저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한다. 해보지 않아서 감히 상상할 수 없지만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손님이 들지 않으면 괜히 걱정이 된다. 아픈 손가락이 자꾸만 늘어가는 남편은 언젠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나오면서 모퉁이에 있던 조그만 도나스 가게를 보고 말했다.

 "나는, 이런 가게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 내일은 일찍 퇴근하고 외식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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