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며 노래 부르네
부쩍 바빠지기 시작했다. 안 해도 되는 건 하지 말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시간에 쫓겨 다녔다. 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도 결혼 얘기가 빠지지 않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았다. 뭔가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두 가지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구몬 일본어. 방바닥에 엎드려서 빈칸을 채우다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재미있었다.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력소가 됐다.
"뭐해?"
"니홍고노 벵쿄~ (일본어 공부~)"
"엄청 열심히 하잖아?"
"카와이데스까? (귀엽습니까?)"
"이이에~ (아니요~)"
고등학생 시절에도 구몬 일본어를 했는데 그때는 듣기 공부용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받았다. 그런데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요즘은 스마트 펜이라는 걸 교재에 톡 찍으면 그 부분의 단어나 문장을 들을 수 있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나는 귀여운 파우치까지 장만해서 교재와 스마트 펜을 들고 다니며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렸다. 신혼여행을 일본으로 가냐는 말까지 들었다. 아니요. 일본에는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
두 번째는 우쿨렐레였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똘이가 사줬는데 계속 세워만 놓고 있다가 갑자기 유튜브를 보고 연습을 시작했다. 음과 간단한 코드만 익혀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뭐해?"
"반짝반짝(띵띵띵) 작은 별~ (띠링)"
"엄청 잘하잖아?"
매일 새로운 곡을 개척해나갔다. 그날 연습한 곡으로 밤마다 폰서트를 열었다. 한동안 이는 각종 동요를 강제로 들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생산적인 현실 도피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열정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혼과 동시에 모두 내팽개쳐버렸다.
"우쿠리(우쿨렐레 이름) 어디 갔어? 요즘은 왜 노래 안 불러?"
"은퇴했어."
"...저런."
바쁠 때 해서 더 재밌었던 걸까. 조만간 우쿨렐레와 구몬 교재에 먼지를 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