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고 놉니다.
남편이 올가을 결혼을 앞둔 지인과 통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에 있을 때 뭐하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밥 먹고 게임하고 뭐 그런다고 했지. 그랬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왜?"
"게임해도 형수님이 뭐라고 안 하냐고."
"그래서 뭐라 그랬어?"
"와이프도 같이한다고 했지."
"잘했네, 잘했네."
우리는 마주 보고 낄낄 웃었다.
남편은 신혼집에 이사 오면서 컴퓨터를 장만했다. 무려 듀얼 모니터로. 주말이면 거실 창가에 앉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게임을 한다. 그러면 나는 그 근처에 엎드려서 만두 먹기 삼매경에 빠진다.
"으갸걐갸캭캬갸캬갸갸"
"몇 등이야?"
"꼴찌..."
"... 그만해."
영혼까지 털리고 남편이 뜯어말려야 만두 지옥이 끝난다.
따로 놀다가 마주 앉으면 같이 게임을 한다. 우리는 체스, 블루마블, 루미큐브, 화투 등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가장 열광하는 종목은 스플렌더라는 보드게임이다. 카드와 동전을 이렇게 저렇게 가져와서 점수를 모으는 게임인데 이게 뭐라고 주말에는 아침저녁으로, 늦은 밤에 만나는 평일에도 해재낀다. 뚫어지게 카드를 보던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너무... 게임 동아리 아니야?"
다음 전략에 골몰하던 남편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네? 이 정도면 겜동 인정."
학교 다닐 때도 안 하던 동아리 활동을 결혼하고 나서 하게 될 줄이야.
주말에 만나 반나절 먹고 떠들고 노는 연애가 이벤트였다면 한 집에서 대개 서로의 시야 안에 머무르는 결혼은 일상 그 자체다. 문득문득 '네가 왜 우리 집에!' 싶던 적응기를 지나 요즘은 따로, 또 같이 노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에는 기필코 이기고 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