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추격전
여름에 시작한 남편의 치과 치료가 가을이 되어서야 끝났다. 어렸을 때부터 이가 약해 대학병원으로 치과를 다니며 부모님을 고생시켰던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라 와이프를 걱정시키는 어른이가 되었다.
2년 전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우리는 웬만해선, 되도록, 기필코 할부는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아슬아슬하게 지켜온 다짐이 이번에 치과 앞에서 무너졌다. 시원하게 카드를 긁고 온 날 남편은 잠시 눈치 보는 척을 했던 것 같다.
큰돈이 들어도 아픈 이를 고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내가 울컥울컥 화가 났던 건 남편의 유별난 콜라 사랑 때문이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해서 나를 열 받게 한 적도 있다.
"내 혈관을 타고 콜라가 흘러어~"
술은 끊어도 콜라는 못 끊겠다니 일주일에 두 잔 이상 먹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종일 따라다니면서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도 이렇게 왕창 돈을 썼으니 너도 양심이 있으면 덜 먹겠지, 믿는 수밖에.
며칠 전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구몬 일본어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 펜으로 교재를 꾹꾹 눌러가며 일본어를 중얼거리다 고개를 들었는데 책장 위에 빨간 띠를 두른 페트병이 보였다.
"이 짜식이..."
몰래 마시고 남은 콜라를 교묘하게 불그스름한 것들 사이에 세워 놓다니, 기가 막혔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가니 숨겨둔 걸 까먹었는지 콜라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저거 뭐야?"
"오잉? 봤어?"
"숨겨 놓은 거야?"
"응! 귀여워?"
"몇 대 맞을래?"
"걸렸으니까~ 시원하게 먹어야지~"
남편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콜라를 냉장고에 넣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러라고 귀여움을 가르친 게 아닌데... 요즘 나는 혼자 집에 있을 때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두 번은 봐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