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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Sep 08. 2020

강아지의 기분

그때그때 달라요

 1

 얼마 전 동생이 이직을 했다. 요즘같이 어려울 때 잘 됐구먼- 했는데 우리 집 똥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일주일 신입사원 교육을 받아야 한대."

 "그럼 집에 못 와? 순이는 어떡해?"

 "그러니까, 내 말이."

 엄마와 나는 집 떠나는 동생보다 남겨질 강아지를 먼저 걱정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 중 엄마와 내가 이틀씩 데리고 자기로 했다. (똥개는 동생, 나, 아빠, 엄마 순으로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잘 때는 아빠한테 안 간다.) 화요일 밤, 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하얀 솜뭉치가 깡충깡충 뛰어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너 온다고 해서 컨디션 좋은 거야. 어제는 젖은 빨래마냥 내둥 늘어져 있었어. 멍하니 문만 쳐다보고."

 전날 잠을 설친 엄마가 일찍 자러 들어가고 나도 순이랑 침대에 누웠다. 베개 위에 걸친 조그만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오빠야가 순이 버리고 간 거 아니야. 교육 갔어, 교육. 교육이 뭔지 알아?"

 내 목소리가 졸린 지 까만 눈이 스르륵 감겼다. 이럴 땐 순이가 말을 못 알아듣는 게 특히 아쉽다. 며칠 뒤 똥개는 엄마와 나의 노고를 잊고 동생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2

 어느 저녁, 엄마와 동생이 집에서 소고기를 구웠다. 냄새 맡은 똥개의 마음은 이미 두근두근.

 "근데 우리가 먹으면서 얘기하느라 순이를 깜빡한 거야. 한참 있다 보니까 옆에 없더라고."

 "어디 갔어?"

 "제 방에 들어가서 고개를 구석에 처박고... 삐진 거지."

 "... 세상에."

 동생이 고기 줄 테니까 얼른 오라고 여러 번 불렀지만 토라진 순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방에 가서 둥기둥기를 해주며 데리고 나왔다고.

 "순이도 기분이 있나 봐."

 "그럼. 좋을 때는 입이 헤 벌어져. 나쁠 때는 막 눈알 굴리면서 째려보고."

 "웃기는 개야, 진짜."

 오늘 우리 순이 기분은 어떨까. 조만간 엄마 집에 들러서 물어봐야겠다.

 

애비야 눈 부시다 불 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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