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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ul 16. 2020

초밥 자동차는 사랑을 싣고

엄마와 송아지

 아무리 사위 사랑은 장모라지만 엄마의 송아지(<우리 집 송아지 자랑> 참고) 사랑은 유별나다. 우리가 10년이 넘는 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까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엄마였는데 내가 남편 흉이라도 볼라치면 엄마는 아예 말문을 막아버린다.

 "우리 동이 같은 애가 어디 있다고. 아주 배가 불렀어, 그냥."


 남편은 결혼 전 공부를 오래 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졌을 때도 엄마는 언제나 예비 사위 편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합격하던 날 직접 기쁜 소식을 알렸다. 엄마는 지금도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내가 그때 전화 끊고 펄쩍펄쩍 뛰었잖아, 너무 좋아서."

 

 당연하지 않은 그 속내가 궁금했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엄마라서 가끔은 놀랍기도 했는데 그래서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는 동이 어디가 그렇게 예쁜 거야?"

 "착하잖아."

 "그게 다야?"

 "젊었을 때 네 아빠 생각도 나고. 공부가 쉬운 게 아닌데 고생하는 게 안쓰럽잖아. 뭐라도 해주고 싶고 그래."  

 좋겠다, 송아지.


 어제 아침에 엄마가 양손에 큰 가방을 들고 놀러 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주 동안 모은 귀여운 아이템(?)들을 주섬주섬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띈 건 초밥이 올라간 장난감 자동차였다.

 "이게 뭐야? 어디서 난 거야?"

 "우리 동이 주려고 내가 샀지. 동이가 연어 초밥 좋아하잖아. 책상 위에 올려놔. 오모니가 사준 거라고 꼭 얘기해. 알았지?"

 결혼하고 이렇게 살림까지 차리고 살아도 엄마 눈에 우리는 그냥 애기들일까. 초밥을 들었다 놓으니 반짝반짝 불빛과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날 밤, 퇴근하고 온 남편은 장난감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역시 어머님!!! 어머님이 최고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이렇게 애정을 주고받는다. 모쪼록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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