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성장서사

울면서 달리는 트랙 위에서

22.09.25

by 치슬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참 스펙타클했다. 독립, 연애, 이직, 교회 옮김,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었던 수많은 문제들과 그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들까지... 누구의 인생이라고 늘 평탄하기만 하겠냐만은, 인생은 늘 변화를 위해선 댓가를 필요로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많았지만 굳이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하나님은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마음 먹으셨다면 일점 일획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모두 해결하고 가도록 상황을 만드신다는 것. 그리고 그 상황이 왔을 땐 아무리 하기 싫어도 울면서 달리게 된다는 것.


사수가 1:1에서 못하는 걸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하는 걸 더 독보적으로 잘할 생각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구조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건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데이터 문해력> 과 <로지컬 씽킹> 을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읽는 내내 왜 그동안 이렇게 구조적으로 살지 못했는지 마음에 찔림이 심하다. 나는 늘 내가 말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산 것 같다. 여기서 배운 교훈들은 나중에 따로 글로 써야지.


성경 일독도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인다. 신약은 비교적 잘 읽혀서 그런가 빠르게 진도를 나가고 있고. 일과 시간 틈틈이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있다. 구약에서는 별 어이없는 이유로 사람이 죽어 나가고 도대체 성전 건축과 의례가 뭐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고 또 슬퍼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갔다. 한편 신약에선 복음의 능력이 뭐라고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가져다 바치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예수를 쫓는지 좀 충격적이었다. 정말 복음의 능력이란게 뭐길래 그걸 맛본 사람들은 자꾸만 그걸 갈망하고 찾으려 할까? 나도 좀 알아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그걸 위해 기도하고 있다. 마음이 괴로워서 살려고 시작한 성경일독인데, 읽는 동안 참 많은 깨달음이 내 안에 찾아왔다. 이제 영어로도 읽어야 하는데, 또 다른 감동과 변화가 있기를 기도한다.


생전 다이어트란걸 해본적이 없는데 갑자기 3개월 안에 -4kg를 빼야 하는 임무(?) 가 생겼고, 오늘 '눔 코치' 어플을 해봐야겠단 결심을 한지 만 2년만에 드디어 결제를 했다. 식사 기록을 매번 하는게 핵심이라 하나씩 기록을 하는데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이렇게 살이 빠질 수 없는 식생활을 하고 있었군... 내일부터는 코치님과 대화도 할 수 있을테니, 식단도 조금씩 바로잡아봐야겠다.


이 모든 깨달음이 오고 가는 와중에 놀랍게도 여름에 내놓은 전세집은 미국발 금리 인상 여파와 더불어 지금까지도 빠지지 않았다. 엄마가 오늘 용산 집을 잠깐 들러서 사람이 없으니 관리가 안 되고 본의아니게 지저분해진 것 같단 얘기를 하다가 모든 것은 뜻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고, 문득 작년 독립을 결심하면서 했던 다짐들을 다시 생각해 봤다.


밥을 내 스스로도 건강하게 챙겨 먹고,

새벽과 밤에 날 위한 시간을 스스로 가지며 회복하고,

모교 도서관에서 꾸준히 책을 빌려 보고,

그리하여 진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올해 초엔 사실 몸과 마음 건강이 다 무너져서 도망치듯 본가로 다시 돌아왔는데, 여기 남은 미련을 주님은 기억하고 계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걸 해결해야 집 문제도 해결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마침 오늘 내 미완의 과제인 '모닝 페이지' 에 대한 찔림을 어떤 글이 주었고, 조만간 용산에 복귀할 것 같다. 가서 못 다한 미련을 해결하고 와야겠다.


마지막으로 요즘 회사 일에 심하게 온 스트레스와 현타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우리 회사는 문제가 있는게 맞긴 하고) 다음 스텝을 위한 움직임 없이 스트레스만 얻는 건 본질은 버리고 비본질에 집착하는 것이란 교훈을 다시 한 번 얻었다. 나는 이미 말씀과 기도로 당신에게 공급받을테니 내 인생 책임지시라고 주님께 말씀드렸다. 주님이 내 인생 책임지신다는 믿음을 갖고, 해야 하는 걸 해야겠다.


윤종신의 <말꼬리> 에선 "남은 사랑만큼 쓸데없는 건 없으니, 여기서 다 소진하고 가라" 고 노래한다. 비단 연인 관계뿐인가, 삶과 사람, 사물과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못 다한 과제들은 무용한 미련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요즘의 내 삶은 트랙을 달리며 미련을 내뿜는 '미완의 과제' 들에게 어그로 끌리는 삶 같다. 와우에서 컨트롤 못해서 맨날 몬스터들한테 어그로 끌리던 내 모습이 여기서도 오버랩되는군... 아무튼. 어그로 끌리면 싸워서 이겨야 한다. 아님 죽고 부활해서 다시 싸워야 한다. 고통스러워서 눈물 나지만, 어쩌겠는가.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것이 유일한 왕도이자 본질이다. 요즘엔 그런 생각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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