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5
요즘은 유독 새벽에 잠이 잘 깬다.
새벽 4시 반쯤 눈이 번쩍 떠져, 아직 검은 하늘이 푸르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흘러가는 구름이 아파트 옆동 끝자락에 걸릴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을 가만히 헤아리다가 다시 잠에 드는 것이 일상이다.
이불 속에서 계속 뒤척이며 난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하고 한참을 생각하곤 한다.
망원동 단단집으로 독립하고 싶어. 근데 내 방도 나쁘진 않아. 강남으로 회사 다니려면 확실히 집이 편하지.
그 사람 만나고 싶어. 그런데 그 사람을 만난다고 내 인생에 느껴지는 아쉬움이 해소될 것 같진 않아.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일 것 같아.
그래서 넌 뭘 원하니? 나의 행복. 그래서 행복이 뭔데? 지금도 행복하잖아.
연봉을 더 받고 싶어. 근데 연봉 오른다고 행복해질까? 지금도 꽤 먹고 살 만 하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걸 쟁취하면 행복해질까? 그럴 것 같진 않아.
수많은 질문과 답이 머릿속에서 오가는데,
명쾌한 답은 하나도 없고 전부 다 '지금 이대로 다 괜찮은데?' '그런다고 행복해질 것 같아?'라는 반문으로 모든 대화가 끝이 났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심정이었다.
환상적인 해결책은 없다
체리필터 노래 중에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라는 가사가 있었다.
어릴 땐 '이 사람만 있으면', '이 학교만 가면', '이 회사에 취업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
마치 모든게 꼬여버리고 엉망이 된 와중에 신이 무대 가운데로 강림하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말이다. 그것들은 잠시 현상에 대한 마취제가 될 뿐, 내가 성취한 것들 역시 조금 있으면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그 사실에 미리부터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럴 수록 더 현실을 채우려는 시도에 몰두했던 것 같다. 내가 나에게 몰두하기 시작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기리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빈틈이 많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럭저럭 현실을 감각하는 마음과 생각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게서 멀어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느껴질 때, 그것이 내가 노력하는 행위나 100억 복권 같은 것으로는 절대 채울 수가 없다는 걸 느낄 때 또 한번 아득해지고는 한다. 그걸 자각할 때 그렇게 한 번씩 새벽에 깨는 거려나.
그래도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의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얻기 위해 더 쓰는 수밖에 없다.
여전히 모르겠다면 자기 전 명상이라도 더 할 수 밖에.
더 많이 말을 걸고, 더 많이 걷고 뛰고, 더 많이 설거지하며 생각을 비워내고.
그럴 수밖에.
그러다 보면 새벽에 나를 깨게 하는 것이 뭔지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