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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즐겨보자.

불안할까봐 불안한 사람들

by 김소연 트윈클
당신은 불안한가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보호자들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아이가 힘들어할 것 같은데, 학교에 보내야 할까요?"

"불안해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미리 염려하며 불안해하는 것이다.

즉, 불안할까봐 불안해하는 것이다.


부모의 이런 불안은 아이에게도 쉽게 전해진다.


나는 불안을 큰 공에 비유한다.

불이 너무 커지면 그 공이 우리를 압도하고 괴롭게 만들 수 있다.

공이 커지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우리는 그 공을 없애거나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 공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은 없앨 수 없는 필수적인 감정 중의 하나이다.

없애려 할 수록, 공은 더 커지고, 커진 만큼 나를 더 위협한다.

반대로, 우리가 불안을 받아들이면 불안은 스스로 작아진다.


불안이 너무 커서 도저히 그 공과 친해질 수 없다면, 그럴 때는 병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공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공놀이를 즐기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불안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안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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