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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은 왜 빨래를 할까?

회피일까,희망일까?

by 김소연 트윈클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엔 비가 올까요.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괜찮아요.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지 몰라요.


빨래는 일상의 아주 소소한 행위다.

하지만 이적의 노래에서 빨래는 단순히 옷을 깨끗이 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쌓인 마음의 먼지를 씻어내려는 몸짓이다.

빨래를 할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얼룩과 흔적을 지운다.

마치 무심코 입은 상처, 오래된 기억의 잔해를 천천히 헹구어 내는 것처럼.

이적은 어쩌면 그런 마음으로 빨래를 하는지도 모른다.


바쁘고 지친 하루를 견딘 채 먼지와 땀에 찌든 옷처럼,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존재.

그런 옷은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며 깨끗해진다.

마음도 그렇다.

힘들고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지 못할 때, 익숙한 일상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씩 정화하는 것이다.

빨래는 회피이자 동시에 희망이다.

현실의 무게를 당장 마주하지 못해도, 그 무거움을 덜어내는 작은 몸짓. 어쩌면 그것이 이적이 빨래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씻어내며 다시 새로워지는 희망.

빨래가 끝난 후의 뽀송한 냄새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 맑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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