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 효과와 부정성 편향
오늘 아침,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다가 빵 한 조각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잼을 바르고 한 입 먹으려는 순간, 손이 미끄러졌다.
빵은 공중에서 빙글 돌더니, 예상대로 잼 바른 면이 바닥에 착— 하고 닿았다.
나는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으악, 토스트 효과.”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은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엄마, 엄마, 토스트 효과가 뭐야?”
“빵을 떨어뜨리면 꼭 잼 바른 면이 아래로 떨어지는 거야. 이상하지?”
“그럼 잼을 반대쪽에 바르면 돼?”
“응?? 참신한데??”
아은이는 또 다시 반짝이는 눈망울로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엄마, 그럼 잼을 양쪽에 바르면 떠 있을까? 엄마, 우리 해볼까?”
나는 빵을 주워 들며 피식 웃었다.
이 아이는 늘 뻔한 결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하지만 지금은 철학적 고민을 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 나갈 시간이다.
그날 하루는 이상할 정도로 꼬였다.
출근길 내내 신호에 걸렸고, 엘리베이터는 내 앞에서 문이 닫혔다.
겨우 정시에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예약 취소가 두 건이나 들어왔다.
“왜 이러지.”
그 순간, 문득 떠오른 또 하나의 법칙. 부정성 편향.
인간의 뇌는 나쁜 기억을 더 강하게 저장한다.
빵이 바닥에 떨어진 건 하루 동안 벌어진 수많은 일 중 하나였을 뿐인데,
그 한 가지 불운이 계속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은 일도 있었을 텐데. 억지로라도 떠올려 보기로 했다.
✔️ 출근길에 아은이 덕분에 웃었다.
✔️ 오랫동안 진료해온 수험생이 대학에 합격했다.
✔️ 퇴근길, 우연히 듣고 싶었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토스트 효과와 부정성 편향의 덫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기억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은이 말대로, 어쩌면 잼을 양쪽에 바르면, 빵이 바닥에 닿더라도 덜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떨어질지를 고민하는 대신, 떨어졌을 때 덜 억울한 방법을 찾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