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먼저 들어야 할 말
시험을 보고 온 날, 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기대했던 점수보다 낮았다고 했다.
나는 무심코 말했다.
"다음엔 열심히 해~"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단단했고, 말은 또렷했다.
"엄마, 왜 내가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해?
그럼 점수가 낮은 우리 반 친구들은 다 열심히 안 한 거야?
열심히 해도 못 할 수 있잖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순간, 부끄러웠다.
나는 그저 아이를 위로하려 했을 뿐인데,
그 말이 아이에게는 ‘노력하지 않았다’는 평가로 들렸던 것이다.
아이는 정답을 말하고 있었다.
결과만 보고 노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그걸 나는 종종 잊고 있었다.
그래, 니 말이 맞다.
엄마의 생각이 부족했다.
미안해.
그날 이후, 나는 '위로'라는 이름으로 무심히 내뱉는 말들에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아이의 말에는 언제나 진심이 있고, 그 안에 자라는 자존감이 있다는 걸
조금씩 더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