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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왜 그랬어?" 대신 해야 할 말

by 김소연 트윈클

“지나간 일은 돌아보지 말자.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엔 고민하지 말기.”

이 문장은 어른이 된 나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나에게도 매일같이 되새기게 되는 말이다.


하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이미 지나간 선택에, 흘러가버린 감정에, 잡히지 않는 ‘아까움’에 머물러 있다.

그건 마치 매몰비용(sunk cost)에 집착하는 상황과 같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왜 그랬어?”
“그때 그 말은 왜 한 거야?”


하지만 이 질문은 아이의 마음을이미 지나가버린 ‘실수의 순간’에 묶어두게 한다.

그 순간부터 아이는 “내가 왜 그랬을까”를 끝없이 떠올리며 자신을 탓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는 다음 선택 앞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실수를 다시 반복할까봐.
부끄러움을 다시 느낄까봐.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했지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이 비용에 집착할수록, 우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마음도 그렇다.

이미 흘러간 감정, 지나가버린 실수, 되돌릴 수 없는 말에 오래 머물수록 지금의 나를 위한 선택은 멀어진다.


“그땐 왜 그랬어?” 대신 “지금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것.
이 짧은 질문 하나가 아이에게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기회를 주고,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작고 단단한 디딤돌이 된다.


실수를 통해 배우는 힘, 자신을 다시 믿는 연습, 후회보다 회복에 집중하는 태도.

그 시작은, 어쩌면 부모인 내가 내 마음의 매몰비용을 먼저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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