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영도야!
안녕! 영도야. 잘 지내니?
월요일에도 너를 보고 싶지만, 그 날만은 너를 못 만나서 몹시 아쉬운 나는 너의 열혈팬이란다. 내 마음대로 너의 이름도 지었어. 영종도서관. 줄여서 영도. 나는 너를 만나고, 이전보다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느긋해지고, 행복해지고, 감사해졌어.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보지 않을래?
나는 아이 둘을 기르고 있는 보통의 엄마야.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땐, 너에게 찾아가고 싶어도 유모차를 끌고, 아기 짐을 한가득 챙겨서 가는 게 만만치 않았어. 그래도 이따금 육아의 방향을 잃거나,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땐 아기 짐을 잔뜩 싸서, 아기를 품에 안고 너를 찾곤 했지. 그때의 내 모습 기억나니?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쾌활하게 뛰어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너를 찾을 수 있게 되었어. 아이 둘을 돌보는 게 너무 고단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엔, 내가 얼른 나이가 들어도 좋으니 아이들이 어서 쑥쑥 자라길 바란 적도 많았어. 참 철이 없지? 그런 시절이 흐르고 작은 아이가 세 돌이 지나자, 이제야 아이들이 크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게 되었고 현재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이내 추억으로밖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넌 늘 준비된 모습이야. 엄마인 나를 위해서도, 우리 아이 둘을 위해서도, 마치 도서관 건물의 생김새만큼이나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 가족을 안아주는 듯해. 아이들은 1층의 어린이실로 달려 들어가서, 네가 미리 준비해둔 책을 보며 꿈을 키우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곤 해. 아직 한글도 영어도 읽을 줄 모르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을 당당히 꺼내서 그림을 보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이야기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를 통해 책 속을 여행하기도 해.
아이들이 크면서, 너에게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어. 그렇게 육아를 하며 엄마로만 살아온 몇 년을 보상이라도 받듯, 나는 더 깊이 책에 푹 빠져들 수 있었어. 어떤 땐 내가 책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할 만큼.
처음엔 아이 키우는 게 너무나 버거워서 육아서를 많이 보았어. 그렇게 읽다 보니, 자식을 키우는 것은 결국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때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행복한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 다음은 심리 서적을 읽게 되었어. 어떤 책은 너무 아파서 도저히 계속 읽어나갈 수 없는 책도 있었고, 또 어떤 책은 너무나 따스해서 눈으로는 책을 보고, 손으로는 필사를 하며, 마음으로는 위안을 받는 책도 있었어. 또 다른 책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서 그저 속으로만 앓고 있던 나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글로 풀어주어서, 식구들이 모두 자는 깜깜한 밤에 혼자 엉엉 울면서 읽은 적도 있었어.
그렇게 긴 터널 같던 시간을 지나서, 마음이 단단해지는 걸 느꼈어. 그렇게 조금씩 건강한 토양을 갖게 된 나는 차츰 새로운 분야의 책들에도 눈길을 줄 수 있게 되었어. 혹자는 자기계발서를 뻔한 이야기를 하는 뜬구름 잡는 책이라고 혹평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자기계발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꿈을 키우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준 고마운 책이야. 그리고 한 권의 자기계발서에서 얻은 한 가지의 지혜를 내 삶에 하나씩 적용해가기 시작했어. 그렇게 내가 읽는 책의 권 수가 늘어나는 만큼, 나는 내 삶에서 좋은 습관을 하나씩 추가해나갈 수 있게 되었어. 그런 하루하루의 변화가 정말 감사했어.
이렇게 책으로 다져진 내 마음의 밭에서, 나는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의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종교인의 삶을 다룬 자서전을 보며 그의 인생을 마음으로 느껴보기도 했어. 내가 어떤 책이든 가슴을 열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던 탓일까?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책을 읽는 게 행복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갈증이 나듯 더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어졌어.
이런 나의 변화에 너는 더 큰 선물을 주었지. 바로 “글쓰기” 세계로 나를 안내한 거야. 너는 마치 무심한 듯, 포스터 한 장으로 나에게 신호를 보냈고, 나도 무심한 듯 지나치려 했지. 그런데 무의식중에 나는 이미 단단히 걸려들었던 모양이야. 기적적으로 글쓰기 수업에 함께할 수 있게 되었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의 내 삶은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어.
아무리 책 읽기를 좋아하고, 필사했던 시절이 있었다 해도, 내 마음을 또렷하게 쳐다본 적은 좀처럼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내 마음을 정확하게 모른 상태에서는 단 한 자도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 만약 어떤 것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그 대상에 대한 내 진짜 속마음을 대충 숨기고 있다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거야. 나는 이 점이 참 좋았어.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경험이고, 그때 느낀 감정이 가식이나 위선의 가면을 벗은 진짜 얼굴이라는 것에 전율을 느끼게 되었어.
왜냐면 난 겉으로만 멀쩡한 직장에 다니는 멀쩡한 엄마였지, 속은 항상 나약하고 흔들리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그런 내 모습까지도 난 숨김없이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고, 그 모습도 밉지 않았어. 내가 왜 두려워하고 왜 흔들리고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힘까지도 얻게 되었어. 그래서 지금은 하나씩 극복해가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는 중이야.
6살, 5살이 된 두 아이를 키우는 나는 딱 아이들의 나이만큼 같이 성장하는 중이야. 엄마가 되고서야 비로소 이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고 재미있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 그리고 그 길에서 너를 만난 나는 너무 기뻐. 요샌 기쁘다는 표현을 쓸 일이 자꾸 늘어나. 그 사실이 또 기뻐.
그리고 나에겐 꿈이 생겼어. 너를 만나고 내가 달라졌듯 지금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고단하거나, 적성과 맞지 않는 직장을 다니느라 귀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희망을 주고 싶어. 반드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그 방법과 시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올 거라고.
나를 꿈꾸는 엄마로 만들어준 영도야. 진심으로 고마워.
내가 받은 따뜻한 배려의 손길만큼, 나도 그것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