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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 Feb 07. 2021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슬로우 노트> #2. 오늘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세상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책이 한 권이 생겼다. 더 많은 이들과 나눌수록, 개개인의 의식이 변화할수록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렴풋이 머리로는 알면서도 순간의 편의로 외면해왔고, 너무도 당연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지구.

나에게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네 자에 명징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게 한 작은 책 한 권.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나의 꿈은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히는 저자의 꿈이 우리를 숙연하게 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벅차오르게 한다. 우리가 늘 두 발로 딛고 살지만, 어쩌면 지금까지 무수히 짓밟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나의 습관들. 지금이나마 부끄러움을 안고, 지구를 향해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한다.


작은 상자 바깥에 더 큰 상자가 있다.

작가 타일러 러시가 말하는 작은 상자와 큰 상자는 인간계와 자연계의 단절된 모습을 쉽게 비주얼로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아마도 지구가 아름다웠던 오랜 과거에는 숲에서 자원을 얻고, 생활하고, 숲은 다시 자라며, 인간과 동식물, 해양 생물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하나의 생태계의 울타리에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로 자본주의에 점령된 우리는 너무도 많은 연결고리를 잃은 채 무차별적인 편의성과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생태계를 파괴하며 인간계만의 블록 안에서 집-직장-사회라는 좁은 울타리가 전부인 듯 살아가고 있다. 이미 작은 상자 안에 갇혀 큰 상자라는 자연과의 유대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갇힌 인공이라는 작은 상자 바깥을 전혀 상상하려 하지도 않는다. 수도를 열면 물이 쏟아지지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  8페이지 프롤로그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채무자는 인간

타일러가 대학 시절 접한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은 학생들이 유일하게 다 읽지 못하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그 책의 내용이 너무도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그 반복으로 인한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 나 또한 기억하고 세기 고자 남긴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가 상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져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놓인다. 2도가 올라가면 그린란드 전체가 녹아 마이애미, 맨해튼이 바다에 잠기고,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수십만 명으로 늘어난다. 3도가 오르면 지구의 폐 아마존이 사라진다. 4도가 오르면 높아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뉴욕이 물에 잠긴다. 5도 이상 오르면 정글이 모두 불타고 가뭄과 홍수로 인해 거주 가능한 지역이 얼마 남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된다. 평균 온도가 6도까지 오르면 생물의 95%가 멸종한다.
- 31페이지, 6도의 멸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3장에 3도 오른 지구를 묘사한 장부터가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우리는 북극곰의 멸종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되먹임 현상, 피드백 루프 (기후위기를 위한 결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상) 때문에 인류가 위기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고, 제어 불능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난다. 또 바다의 산성화 때문에 대부분의 갑각류가 껍데기가 진화하기 전의 상황(캄브리아기 이전)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가장 충격적이다.
- 33 페이지, 6도의 멸종


WWF에서 2020년 2월 발표한 보고서 '지구의 미래'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해 매년 세계 총생산 중 최소 4,790억 달러, 2050년까지 누적 9조 8,6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넘쳐나는 자본주의 경제가 다시 화살이 되어 우리를 향해 돌아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인종적인 갈등을 불러일으킨 시리아 난민 문제가 기후위기에서 촉발된 위기였을 줄은 전혀 몰랐다. '누구나 환경 난민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는 말은 더 이상 단순하게 너와 나를 가르는 인종차별, 지역 이기주의, 자본주의에 점철된 잘못된 경제관에 사로 잡혀 있다가는 한 순간  우리가 환경난민이 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다. 연결성이라는 의식을 깨달아야 우리를 품고 있는 하나뿐인 별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한다.

2019.4.10. 한국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었다. 다른 나라의 수준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 사람들처럼 먹고, 입고,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전 세계 평균이 1.75개로, 이것은 곧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환경 파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 p65, 우리는 너무 작다는 말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우리의 실천

1. 소비의 기준치를 바꾸자. 저렴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경제적 외부성을 고려한 현명한 소비가 필요할 때이다. 가공식품이 싸다고 이것만 먹었다가 건강을 망치고 환경을 파괴하여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 패스트 패션으로 빨리 버려지는 옷보다는 양질의 옷을 선택하여 오래 입어야 한다.


2.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알리기 위한 솔직한 표현이 필요한 때이다.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중화시킨 표현이다. 대기오염을 왜 미세먼지라고 하는가! 철저하게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하는 표현을 정확히 써야 한다.


3. 채식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탄소배출이 가장 심각한 축산, 가공업에 대한 진실을 들여다보고 조금씩 줄여나가며 채식을 하는 이들을 유별난 이로 점찍는 시대착오적인 시선을 멈춰야 한다.


4. 시스템을 고리로 연결하는 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시스템적인 사고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 앞에 머그잔이 있다고 하면 이 머그잔이 무엇에 연결되어 있는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관계망을 그리는 것이다. 그 연결을 볼 수 없다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 P121

5. 환경을 고려한 기업을 선택한다. 소비자가 바뀌어야 기업의 제품 생산 철학도 바뀔 것이다.  탄소배출에 대한 고민, 원재료의 고민, 포장재의 고민은 반드시 기업들이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다.


6.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

<두번쨰 지구는 없다>


만성 알레르기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어쩌면 그동안 무분별하게 먹던 식습관, 매연과 도시환경에 노출된 일상, 당연시 살아온 경제생활로부터 시달리는 스트레스의 총합일 것이다. 소비와 살아온 습관이 결국 나에게 돌아와 알레르기의 형태로 공격했던 것처럼,  나의 삶을 이루는 습관이 어쩌면 세상과 연결된 지구적인 일로 이어진다는 자각을 분명히 해나가야 할 때이다.


암흑 같은 우주에서 무지한 인간을 떠안은 지구가 혼자 버티고 버티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WWF <지구 생명 보고서 2020> 바로 읽기 : https://wwfkr.awsassets.panda.org/downloads/2020__.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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