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쩌면 내가 번역가로서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자 작품을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이것은 어쩌면 내가 번역가로서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자 작품을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중국 영화 <소년 시절의 너>가 최근 재개봉을 했다. 우리나라에 2020년 첫 개봉을 한 이후 무려 3차 재개봉이라고 한다. 주동우와 이양천새가 주연을 맡았고,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라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온갖 시상식에서 주연상과 작품상 등을 휩쓸었고 중국에서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다.
원작은 웹소설 작가였던 구월희가 쓴 소설 <少年的你,如此美丽>인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과 <용의자X의 헌신>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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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품을 첫 개봉 당시 보고, 이번에 재개봉 소식을 듣고 한 번 더 보았다. 겨우 4년 만인데도 그때 느꼈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이 사뭇 달라서 마치 서로 다른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주동우의 연기는 보고 또 봐도 폭발적이었고, 촬영 당시 겨우 스무 살 남짓이던 이양천새의 감정 연기 역시 감탄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나는 이 소설의 검토서를 '새로' 썼다.
영화의 원작 소설 <少年的你,如此美丽>의 검토서를 처음 쓴 건, 2020년의 일이다. 모 대형 출판사로부터 검토 의뢰를 받고 이 소설을 처음 만났다. 영화와 소설은 사뭇 달랐다. 영화는 돋보기로 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느낌이라면 소설은 돋보기를 치우고 조금 멀리에서 더 크게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과 인물 간의 관계 하나하나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 또한 놓지 않는 소설이었다. 영화보다 훨씬 풍성한 이야기를 섬세한 표현으로 써 내려간 책이다.
결론적으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어판 제작은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편집자님이 치열한 고민을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이 작품에 대해 논의하며 주고받았던 메일이 꽤 많이 쌓여 있다.
그로부터 4년 뒤. 3차 재개봉 영화를 보고 온 날, 검토서를 '새로' 작성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작품을 한국어판 소설로 꼭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져서였다. 소설도 다시 읽었다. 4년 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보였다. 영화와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이 제각각이라 소설은 소설대로 또 하나의 작품으로 볼 가치가 있었다. 4년 전에는 '의뢰'를 받아서 썼지만 이번에는 '자의'로 써 내려간 검토서를 최근 함께 작업하고 있는 출판사 편집자님께 보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한국어판 진행은 순조롭지 않게 되었다. 저자와 저작권사 측에서 해외 판권 수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했다. 한 권의 책이 번역서가 되어 탄생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단계를 거치고 또 거쳐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소년 시절의 너>.
영화를 두 번 보고, 소설을 두 번 읽고, 검토서를 두 번 썼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한국어판 작업으로 (아직은) 이어지지 않았으니, 영화와 책을 보고 검토서를 썼던 그 시간이 '아까울'만도 한데 의외로 전혀 그 시간이 아깝거나 낭비되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천니엔과 샤오베이, 두 사람과 함께 한 그 시간이 좋았다. 내가 만났던 두 사람의 세계를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적어내려가는 시간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이것은 어쩌면 내가 번역가로서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자 작품을 사랑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