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깊은 곳에 살던 배고픈 아귀 한 마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배고픔을 달래려 한다.
그런 아귀의 거짓 소문, 헛소문에 속아 넘어가는 물고기들이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감기 걸리면 열이 펄펄 나잖아.
그래서 빨간 거야.
그런 것도 몰랐어?"
다양한 색의 작은 물고기들이 똘똘 뭉쳐 한 무리로 모여 큰 물고기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공동체에 들여오는 해괴망측한 소리가 있다. ‘물고기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의 작은 물고기들이 똘똘 뭉쳐 한 무리로 모여 큰 물고기처럼 살아가던 어느 날,
공동체에 들여오는 해괴망측한 소리가 있다. ‘물고기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것이다.'
감기가 뭔지도 모르는 물고기들은 어리둥절하고 무섭고 두렵고 겁이 난다.
아귀의 헛소문에 금세 동요되고 속아 넘어가 혹여 자신들에게 병을 옮길까 가차 없이 빨간 물고기들을 쫓아내는 작은 물고기들. 쫓겨난 빨간 물고기들은 아귀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노란 물고기도 감기 때문에 콧물이 나와 노랗다는 소문에 공동체에서 쫓겨나고, 파란 물고기 역시 감기에 걸려 으슬으슬 추워서 입술이 파랗다 는 소문으로 또 쫓겨난다. 남은 회색 물고기들과 검은 물고기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게 된다. 급기야 작은 물고기들 공동체는 무너지고 모두 아귀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처음 이 그림책을 보게 된 경위는 중학교 대상으로 수업을 해달라는 어느 도서관 요청 때문이었다. 그때는 표지만 보고 ‘뭐 이런 그림책을 중학생에게 수업해달라는 걸까?’ 의아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청소년들과 토론 해 볼만한 주제들이 보였다.
소문이란 내용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세상에서 얘기되는 이야기를 말한다. 때로 정치도 기업도 바이럴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역사 속 백제의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이야기도 헛소문을 퍼뜨리며 이뤄졌다. 그러나 21세기 현재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접한다. 언론 매체, 인터넷 기사, SNS 등을 이용해 소식과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특히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은 더욱 빠르게 퍼져간다.
아귀 같은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건 당연하다. 먹이 사슬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며 순리다. 그런데 그림책 속 세상을 현실로 가져와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문의 진상을 확인도 하지 않고, 고민도 없이 혹시나 자신이 피해 볼까 두려워 무조건 소문을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다. 함께 무리 지어 다니며 공생관계였던 작은 물고기들이 소문으로 인해 다른 물고기들을 배척하는 장면은 우리네 사는 모습과 흡사하다. '나만 아니면 돼.' 하는 식의 회피와 이기적인 모습의 물고기들을 통해 최근에 불거지던 비판 없이 매체를 읽고 보는 우리네 모습을 반성하게 한다. 인터넷 매체나 언론 매체의 기사와 뉴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비판의식 없이 바로 수긍하거나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물고기들의 어리석은 행동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다. 사실과 진실은 다른데 겉으로 보이는 사실만 믿고, 따르고, 추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귀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있지도 않은 소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소문은 개인에게 상처가 되고, 공동체는 불신과 의심, 갈등, 분열의 양상을 띠게 되며 와해되고 파멸하며 자멸하게 될 수도 있다.
* 작은 물고기들은 왜 소문을 믿었을까?
* 소문은 어떤 사람들이 왜 내는 걸까?
* 나는 얼마만큼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가?
* 내가 만약 작은 물고기였다면 과연 그런 소문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 헛소문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공동체에서 소수집단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규칙을 세운다거나 방법을 제시한다면?
* 혹시 나 자신은 보지도 않고 남이 하는 말을 듣고 믿은 적이 있나?
* 왜 나쁜 소문은 빨리 퍼지고 말하기 좋아하는데, 좋은 소문은 내지 않는 걸까?
<감기 걸린 물고기>는 제목만 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하며 어이없어 웃음이 나오는 그림책이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지 풍자와 해학을 남아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