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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너라면>그림책의 힘, 로고테라피

그림책! 때로 누군가에겐 힘이 되고, 누군가에겐 긁어 부스럼이 된다.

<아마도 너라면>

코비 야마다 글, 가브리엘라 버루시 그림, 이진경 번역, 상상의 힘, 2020..9 출간     

  이 그림책은 독자에게 자존감, 자신감, 용기, 희망, 위안과 위로를 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나, 너,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신비한 일이라고 한다. 이렇게 신비롭고 마법 같은 우리는 소중한 존재이며 무엇이든 가치 있는 일을 꿈꿀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격려와 도전정신을 갖게 하기도 한다. 마치 누군가 나를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그런 책과 같다.      

  ‘내 마음에 울림이 있잖아. 위로가 되는 책이야. 내게 해주는 응원의 말 같아.’

내가 이 책을 구입할 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가을이었다. 용기가 필요하거나 응원이 필요한 내담자들을 만나면 함께 읽고 응원해주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그렇게 <아마도 너라면>은 내 책장에 꽂혔고, 잊고 있었다. 1년을 넘게 책장 한쪽을 차지했던 그림책이 어느 날 보였다. 나름 규칙을 두고 정리한 책장이라 몇 달에 한 번은 규칙에 맞춰 흩어진 책들을 정리하는 나만의 책장정리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둘째가 영국 들어가기 전이기도 했다. 신경 쓰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마음이 허허로웠던 내게 이 그림책이 다시 꽂혔다.


  왜 그렇게 공감 가고 위안이 되는지 모두 내게 해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느껴졌다. 내가 딸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림책, 내게로 오다’ 모임에 ‘요즘 꽂히는 그림책 중 한 권’이라 했더니 함께 읽자고 했다. 이런 종류의 그림책을 싫어할 독자도 있을 거라 했는데 표지를 보고 괜찮다고 함께 읽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둘째가 영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바보처럼 날짜를 착각한 나는 하루를 잃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하고, 저녁때 두 타임은 뺐다. 딸을 위해 내 삶에 규칙을 깨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 그리고 내 몸은 분주해졌다. 둘째가 내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김밥을 만들었다. 녀석이 좋아하는 채소들 7가지를 씻고, 다듬고, 자르고 볶았다. 밥도 간을 잘 맞추고, 단단하게 김밥을 말았다. 가족이 모두 식탁에 모여 앉아 김밥을 먹었다. 마치 ‘최후의 만찬’처럼...     

  공항 가는 길, 남편은 운전하며 계속 둘째를 응원하고, 당부하고를 반복했다. ‘이 남자, 원래 이렇게 수다스러웠나.’ 싶을 정도로 많은 말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부치고, 넷이 기념사진도 찍고, 휴식을 취하다 녀석이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둘째가 떠나기 전 소갈비찜, 전복구이, 전복내장덮밥 등을 만들어주고 마지막 날엔 '김밥'



마치 남편이 여행을 가는 것 같다...^^
출국하는 둘째


  녀석이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주룩주룩 시야를 가렸다. 엉엉 흐느끼며 목놓아 울었다. 큰아이 원이가 나를 달랬다. 그러더니 나와 남편 사이로 들어왔다. 팔짱을 끼더니 기어이 우스갯소리인지 한마디 했다.      


  “아빠, 나 외동딸이 된 거 같아.”     


원이와 윤이는 일란성쌍둥이, 1분 차이다. 쌍둥이 자매는 유난스레 우애가 좋기도 하다.      


  “엉엉엉~, 넌 꼭 그렇게 말해야 하니? 네 동생 어떡해. 마음도 여린데….”     


  “걱정 마. 잘 지내다 올 거야. 그 녀석 말처럼 취직이 잘 돼서 눌러살아도 좋지.”     

  남편이 위로했지만 마음은 더 허전하고 작별이 서러워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나 워홀 갔을 때도 엄마는 이렇게 흐느꼈어?"      

  “당연하지. 아이고, 괜찮아. 지가 좋아서 가는 거잖아. 뜻대로 안 되면 곧바로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지켜봐.”     

나는 아이처럼 훌쩍훌쩍 울며 큰아이 원이 팔에 끌려가듯 걸었다.      

  “팔짱 끼는 거 불편해. 엉엉엉.”     


  “왜? 나는 우리 큰딸이랑 팔짱 끼고 걷는 거 오랜만이라 좋기만 한데.”     

  “그렇지, 아빠.”     

  죽이 척척 잘 맞는 부녀는 나를 위해 일부러 농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 걱정 마. 내가 '외노자' 선배거든. 잘 조언했으니까 괜찮아. 대학 다니면서도 알바비 모아 보름씩 영국도 다녀오고, 미국도 다녀왔잖아. 그때도 두 번 다 혼자 갔었어.”     


  뭇사람들은 하필 지금 갈까 싶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 녀석이 코로나로 인해 계속 지연시켰던 일이었다. 서른이 되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다던 녀석이다. 이제 나는 우리 윤이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기도밖에 특별히 해줄 일이 없다.     

 

 그렇게 윤이 떠난 지 2주가 되었다.

내게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이 소중한 ‘내 숨 쉬는 공기 같은 윤’, 녀석을 향한 불안한 마음이 그림책으로 이어지고, <아마도 너라면> 그림책 일부를 보여주며 엄마 마음이라 했다. 딸은 “참 좋은 내용이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리고 다음 날 큰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동생한테 너무 안부 묻지 마. 엄마가 자꾸 ‘오늘은 뭐 먹었니?’ ‘뭐 했니?’ ‘어디 갈 거니?’ ‘집은 새로 구했니?’라고 물으니까 부담스럽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누군가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부은 것처럼 머리가 시원해지며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를 딸에게 들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녀석이 떠나고 나의 생활 방식은 조금 달라졌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묵주기도를 한다. 기도는 영국 워홀 간 윤이를 위한 기도로 시작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단백질을 타 주고, 아침 글쓰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내 일을 시작하고, 중간중간 여유 있는 시간도 있긴 하지만 어두워지면 일이 마무리된다. 이게 평일 나의 일정이며 규칙적인 삶이다. 그렇게 하루 일정이 끝나면 하루를 시작하는 윤에게 나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딸의 하루를 묻는다. 요약하자면 “나는 어떻게 보냈어. 넌 어제 어떻게 보냈니? 오늘은 뭐할 거야?” 뭐 이런 식의 문자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제는 ‘그림책, 내게로 오다’에서 <아마도 너라면>을 읽고 느낀 소감을 이야기 나눴다. 9명이 모였는데 3명이 잔소리 같았다고 했다. 나는 이 모임 이래서 좋다. 감사하다. 이렇게 콕 찍어서 솔직하게 말해주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헤집는 것이 좋다. 행복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를 찾아가는 기분, 내가 현재 어떤지 나를 돌아보며 더 확실하게 나를 읽을 수 있어 좋은 그림책 모임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탁월한 모임, 자랑스런 모임이기도 하다. 그림책에 혜안이 넓은 분들이 모여있으니 좋고, 삶의 지혜와 가치관이 뚜렷하신 분들이라 존경스럽다.


  오늘 모임에서 역시 나는 오규원 시인의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시 속의 '화자'처럼 또 누군가 내 머리에 차가운 물 한 바가지 시원하게 퍼부어주는 느낌이었다. 잊고 있었다. 독자를 고려했다고 생각해 윤에게 전했던 <아마도 너라면>은 일상에서 여전했던 엄마의 잔소리처럼 들렸던가 보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말이라 해도 그 모든 미사여구가 현재 우리 윤에겐 잔소리같이 공허하게 들렸던 것이다.


  좋은 그림책이 독자를 고려하지 못한 상황에서 때에 따라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런 연유도 역시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 준비를 하지 않는데 굳이 억지로 들이밀며 왜 그런지 구석구석 마음을 후빌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내게 그림책이 왔듯 아무리 좋은 그림책이라도 적시(適時), 적소(適所), 적자(適者)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 좋다. 그런 그림책을 통해 나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의 의미를 되새김하며 내 존재 가치는 물론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고 기운을 얻으니 말이다.


  로고테라피(Logotherapy) ‘의미치료’라고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작가이며 신경학자이며 정신과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에 의해서 시작된 이론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 심리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의 끔찍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신분석 방법인 ‘로고테라피’를 창안했다.       


 


글 작가 코비 야마다는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문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등을 쓴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최근 작품으로는 <나의 아기 오리에게>가 출간되었다. 나는 <아마도 너라면>이 처음이었지만 이런 종류의 그림책을 주로 쓰는 작가인가 보다.


  일러스트 작가 가브리엘라 버루시 역시 그림을 매우 추상적이면서 아름답게 그렸다.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숨겨진 듯 보이기도 하다. 자연을 동물을 세밀하고 정밀하게 묘사해서그런지 판타지스러운 그림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다.

그림책 발문 하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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