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장석주 시 / 유리 그림 / 이야기꽃 출판
여기 또 한 편의 시 그림책이 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장석주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엮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대추나무에 새순이 돋기 시작하며 한 알의 대추가 열리는 과정, 그 대추가 빨갛게 익어 우리가 먹을 수 있을 때까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이다. 시를 읽노라면 그림이 그려지는데 일러스트 작가의 좋은 그림이 덧붙여져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솔직히 이 시는 시만 읽어도 충분히 감동적인 좋은 시다. 그럼에도 그림책으로 나온 건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일러스트 작가는 장석주 시인의 시를 회화적으로 번역했다고 해야 할까. 그림책을 펼치면 시골 어느 마을풍경이 세밀하게 사진처럼 펼쳐진다. 마을 앞 논밭의 풍경, 봄이 오고 대추나무에 하얀 꽃이 피며, 여름이 오고 대추나무에 대추 열매가 통통하게 자라는 모습을 실감나게 잘 그렸다.
대추 한 알에 인생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모진 비바람과 태풍, 천둥, 번개를 다 이겨낸 대추나무다. 뜨거운 햇볕 속에 빨갛게 영글어간 대추 한 알. 특히 마지막 장에 농부가 대추 한 알을 들고 있는 부분은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농부의 손톱에 난 멍자국을 비롯해 농부의 거친 손, 그 손에 들려진 붉게 여문 대추 한 알. 긴 여운을 남기며 나도 모르게 감탄을 연발하게 되는 시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며 대추의 의미를 찾아보게 되었다. 대추는 풍요와 생산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집집마다 대추나무를 심었고, 벼락 맞은 대추나무 도장은 복을 불러온다는 얘기도 있다. 결혼식 하고, 폐백 드릴 때 어르신들은 신랑 신부에게 대추와 밤을 던져 준다. 유교적이지만 제사상에 홍동백서 조율이시 중 가장 먼저 오르는 것이 대추다. 그 이유는 대추는 씨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붉게 익은 과일이라 임금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사상에 대추가 가장 먼저 올라간다고 한다. 했다. 그 다음 밤, 감, 사과, 배 등의 순서로 오르는데 저마다 재미있는 의미가 있다.
<대추 한 알> 그림책을 읽고 그 여운을 안고 따뜻한 대추차를 마신다. 이렇게 좋은 그림책에는 마음을 놓게 된다. 좋은 그림책은 나를 드러내어 이야기하게 하는 마술이 있다. 그러니 자꾸만 그림책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림책으로 나눌 수 있는 생각들
* 우리는 살면서 천둥, 번개. 무서리. 태풍, 비바람을 몇 번이나 맞았는가?
* 그럼에도 어떻게 이겨냈는가?
* 그림책에는 없지만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전문 마지막 행에는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라는 시구가 있다. 세상과 통했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 대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지금까지 잘 살아온 기특한 나에게 주고 싶은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