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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봄눈, 꽃눈, 흰눈에 담긴 인생 이야기

『흰 눈』공광규 시 / 주 리 그림 / 바우솔 출판


『흰 눈』공광규 시 / 주 리 그림 / 바우솔 출판

『흰 눈』공광규 시 / 주 리 그림 / 바우솔 출판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 매화나무, 벚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아까시나무, 찔레나무... 등에 앉다가 앉다가 어느 할머니의 흰머리에 앉는다는 시를 그림책으로 엮었다. 공광규 시인의 시에 주리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 완성되었다.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가 늦겨울이었다. 서점에서 그림책 표지를 보며 왕벚꽃이 참 잘 그려졌다 생각하며 책을 펼쳤고 시와 그림을 보며 감탄했었다. 그런 느낌을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초봄부터 피는 꽃에 시간의 순서에 따라 흰 눈이 앉는다는 설정. 얼마나 기발하고 참신하며 아름다운 상상력인가. 시인에게도 감탄했지만 시인의 마음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화가의 그림에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림책이다. 예쁜 시에 예쁜 그림이 어우러진 완벽한 시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 땐 지금쯤 흰 눈이 어디에 앉아 있을까 저절로 상상하게 된다.     


  올해 도란도란 작은 도서관에서 어르신들과 이 그림책을 읽고 마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책의 내용에도 솔깃하시면서 그림을 보며 감탄하던 어르신들은 낭송하는 중간에 '맞아' '오메 이쁜 거' 맞장구를 치며 감상했었다.     

"어르신들, 지금쯤 흰 눈은 어디에 앉았을까요?"

하고 여쭈니 아래와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우리 아기의 배냇저고리에 앉는다.”

“내 옆에 있는 할아버지 머리에 앉는다.”

“새색시 앞치마에 앉는다.”

"여섯 자식을 품은 감꽃에도 앉는다."

"머리에 앉은 하얀 눈은 마음이 슬프고 흰머리는 인생무상 인생도 꽃처럼 피었다 지고..."    


   우리 어르신들이 시 그림책을 읽고 마음 나누기하시며 시인이 되셨다. 어르신도 시 그림책을 읽으며 인생을 논하셨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피는 꽃들은 청춘 같고, 그런  흰 눈이 앉다가 앉다가 삶의 뒤안길에 서 있는 할머니 성긴 머리에 앉았다. 봄꽃부터 할머니까지 이어지는 그림이 심오하다. 삶을 뒤돌아보게 하고, 마음에 울림이 퍼진다. 따뜻하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지게 하는 벅차오르는 뜨거움이 있다.   

  

  이 그림책을 읽기 전에는 공광규 시인의 시를 잘 몰랐다. 그림책을 통해 시인을 알게 되고 시인의 다른 시들도 접하게 되었다. 그림이 얼마나 훌륭하게 시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시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독자에게 다가오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리 작가의 그림은 시와 딱 들어맞게 표현되었다. 시만 읽을 때도 봄에 피는 꽃들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림은 시에서 담지 않은 부분까지 배경으로 그려 냈다. 그래선지 흰 눈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감동이 배가 되고 시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보고 또 봐도 예쁘고 아름다운 시 그림책이다. 자꾸만 나를 유혹하는 특별한 시 그림책이다.        


  2016년에 결성된 도란도란독서심리치유연구회는 다양한 책을 매개체로 어린이, 청소년, 성인, 어르신들과 마음 나누기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들여다보며 성장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연구 모임이다. 2019년 6월부터 7월까지 70대 후반 어르신부터 80대 어르신들을 모시고 7회기로 ‘도란도란 행복한 시니어 그림책 학교’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책으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그림책은 어린아이들만 읽는 줄 알았는데 인생이 담겼다며 그림책으로 삶을 돌아봤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보람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도란도란독서심리치유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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