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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Jun 11. 2020

아동학대 대처의 한계

아이가 잘 보호받고 독립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지금은 서른 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내가 12살 때 엄마의 동거남에게 폭행을 당했다.

누군가에게 손과 발로 두들겨 맞은 건 처음이었다.


엄마와 동거남이 밤마다 치고받고 싸우는데

늘 엄마가 맞는 입장이었고

그런 삶에 진저리가나 12살의 나는 소리를 질렀다.


"맨날 술 처먹고 다니면서 쌈질이나 하냐?!"


동거남의 눈이 뒤집히더니 나를 벽으로 몰아세우고 마구 때렸다. 엄마는 맨 정신이었지만 속상했는지 안방에 들어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피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거남의 손과 발이 마구잡이로 내게 쏟아진 것 외에 손찌검의 강도가 잘 기억이 안 난다.


7살 내 동생이 그 동거남을 목숨 걸고 막아 벗어날 수 있었다. 내 동생은 그 놈에게 목까지 졸렸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 동거남을.

하지만 힘이 없었다.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채로 일주일을 살았는데

그때가 방학 때였는지 학교에 간 기억은 없다.

학원 갔을 때 선생님들이 그냥 이상하게 봤을 뿐.

나는 넘어졌다고 해명을 했었나 싶기도 하다.


친아버지는 5살 때 집을 나갔고

엄마 혼자 나와 동생을 기르던 중 동거남이 생겼다.


어린 나와 동생에게는

동거남에 대한 허락도 거부도 주어지지 않았다.


엄마는 술만 마시면 동거남과 싸우고 맞았다.

나는 엄마가 맞는 걸 좋아하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시비란 시비는 다 걸고 그럴 때마다 맞았으니까.


내가 하는 일은 잠든 동생을 어렵게 깨우고

같이 몰래 나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경찰이 오면 엄마에 대한 폭행은 멈췄지만

그 후가 더 문제였다.


어느 날은 경찰에게 부탁했다.

"제발 저 사람을 바로 돌려보내지 마세요."


내 목소리는 나왔지만

나라의 법에게 까지는 내 말이 들리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나라 법은 내 말을 들었어도

엄마에게 내 말이 들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합의를 해준 것인지 무슨 일인지

한두 시간 뒤면 금방 돌아왔었으니까.


어느 날은 "네가 나를 신고했지!?" 하면서

달려드려는데 방문을 의자와 내 몸으로 밀어대면서 막았다.


지금 그 동거남과 살고 있지 않지만

그 당시는 그 문제로 참 우울하고 힘들었다.

단 한 번의 폭행이었지만 재수 없는 기억이다.


중학생 때 한 6 돼 보이는 동네 꼬마가

얼굴에 시퍼런 멍이 든 채로 엄마 손을 잡고 길가에 서있는 걸 봤다.


그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학대를 의심했는데, 엄마도 놀란 듯 약간 손을 떠는 모습이 보였다.


우연히 방향이 같아 길을 가던 중

두 모자가 한 집으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


어느 날 새벽 그 집에서 한 남자아이가 소리치고 울며 도망가고 그 뒤를 죽일 듯이 쫓아가는 남자를 봤었다.


그다음은 나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의 난... 신고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했을 것이다 도와줬을 것이다 하며..


아동폭력, 가정폭력... 이런 집안일이라는 건

눈치가 있더라도 선뜻 나서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 부모가 그 아이를 책임지고 있고

혹여 신고해 조사를 받게 하더라도

아이에게 가해질 보복성 폭행이 걱정되기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아동학대로 가방에 갇혀 죽은 아이를 보며..

그 아이가 분리조치되어 최소 2달 동안 보호를 받았다면.. 하지만 그 후도 문제다.


가야 할 곳은 시설이나 보호자라는 이름을 가진 가해자에게 가는 것뿐이니 말이다... 가해자에게 간다면 보복성 학대가 또 있지는 않았을지....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아동학대 담당 경찰의 수를 늘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준다면 해결될까?


학대는 대물림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

폭력이 학습돼서 자기 자식에게 대물림 되는..

'나도 무의식 중 학습된 대로 아이를 괴롭히면 어떡하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학대 신고와 예방 및 대처 교육

-0~10대 아이들의 보호자들 학대 예방 의무교육

-후속조치 마련 (법률과 시설 확보 및 심리치료 등)

-후속조치 마련 (학대아동의 경제 독립 방법 교육)

-학대 단속 및 지속적인 모니터링

-부모교육

-심리치료 무료 지원(코로나 19 지원처럼)


아이들이 어리기도 하고 경제능력이 없어

가해 보호자 밑에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분리되어 살며 아이가 행복해지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속적인 후속조치 및 경제교육으로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그 보호자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독립 교육도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의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 아이들이 살아온 바탕을 토대로

그다음 세대가 길러진다.


지금의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그다음 세대들도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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