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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민 Dec 26. 2021

자기 감옥에서 나오는 중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은 서른한 살이 되었는데 내 습관과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자식을 잘 키우려면 본이 되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드라마와 인터넷 웹서핑에 빠져 사는 나... 다이어트는 입으로만 한 지 어언 10년이 넘어가고.. 영어공부도 하다 말기 일쑤고.. 다재다능한 친구나 언니들을 부러워하고 나 자신과 비교하기 일쑤다.


나에 대해서는 이불 킥할 사건들만 생각하며 생각 소모 감정 소모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온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 버린다. 무기력해진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살았던 내 모습들을 떠올리나는 스스로를 비난과 조롱의 감옥에 가둬버렸다. 더 이상은 부끄러운 일들을 벌이지 말라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다그치듯이, 어떤 때는 해보기도 전에 나라는 애가 할 수 있겠냐며 지레 포기하게 만들었다.


자꾸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비난과 조롱의 생각들- 불안 - 불면증 - 피곤 - 삶의 불만 - 무기력 - 시기와 질투 - 비난과 조롱 - 불안

이런 무한궤도에 빠지게 된다.


어디서부터 교정해야 할까 하면 리셋 증후군이 발동한다.

아빠가 가출하기 전부터,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결혼을 하기 전부터,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렇게 마음에 되뇌며 과거로만 향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

미래를 가서 볼 수 있을까? 아니.

그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지난날 부족하고 부끄러운 나날이 많았지만

지금을 잘 사는 것이다.

지금에서부터 교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허리가 휘면 교정하고 치료하는 데 아프고 오래 걸리듯이,

내 인생과 나를 교정하는 시기를 거치는 것이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었다 하나 육신이 약해 나는 변화되지 못하고 여전했다. 여전한 내 모습에 무기력으로 지쳐가고 있었다.


그 시기에 정말 감사하게도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게 됐다. 마음이 답답하면 본인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오은영 박사님은 평소처럼 아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금쪽같은 처방을 내려주셨다. 거기까지 보고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의외의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또 다른 이상행동을 일으킨 것이다. 이제는 가족들 앞에서까지 당당히 머리카락을 뽑기까지 했다. 더 큰일이 일어났구나 싶었는데 마침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의 부모님과 2차 면담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 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어려서 표현방법이 다소 격하게 보일 수 있지만  아이가 나아지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그 말이 내게 큰 희망과 힘이 됐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왜냐면 나는 이상한 사람이니까.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니까.


무난히 대학까지 나와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사이가 순탄하지 않았다.


버럭 욱하며 혹은 말없이 끊어낸 친구들도 많고,

내 능력을 과대 포장해서 대학교 동아리 회장도 했었고,

관상은 똑똑하고 부지런하게 생겼는데

한량같이 놀고먹으며 누워서 핸드폰 하는 거나 좋아하는 이상한 나니까.


혹여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그런 이상한 나를 감추기 위해 나는 온갖 긴장을 바짝 해야 했다. 긴장한 나 또한 이상했다.


뚝딱거리기 일상이고 교과서에 나올 법한 말들을 뱉어내며 영혼 없는 대답을 많이 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무례하게 주제넘게 대답하기도 질문하기도 잘했었다. 그럴 때면 상대는 침묵으로 혹은 묘한 웃음으로 사이가 어색해지지 않게 마무리해 줬던 것 같다.

.

.

.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아프구나를 알았고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내 아픈 마음과 생각이 불면증과 불안으로 나오는구나.


나 스스로를 향한 비난과 조롱이

나를 초라하고 힘없게 만드는 구나하는 것을 말이다.


후회스러운 과거에 메이지 않고 거창한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의 초라한 나를 조롱하지 않고,

지금을 살면서 나 자신을 치료해 주기로 했다.

이상반응을 보이더라도 고치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며 나를 칭찬한 번 해줘 봤다.

"그래, 젖병 설거지 하나는 끝내주게 하네."

기분이 좋았다. 또 설거지를 하고 싶어졌다.


나의 이상행동이 나 스스로에게도 느껴질 때

이제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나를 돌봐주고 격려해 주고 치료해 줘야지.

이렇게 글을 쓰며 아픈 속도 달래주고 그렇게 살 것이다.


비난과 조롱 속에 가둬둔 자기 감옥에서 나와

하고 싶었고 되고 싶었던 것을 이루며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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