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묶인 매듭이 스르륵 작은 힘에 맥없이 풀리고 먼 길을 달려온 엄마의 힘이 풀리는 순간 흘러나오는 탄식 오백리 길을 달려 잘도 버티며 그 먼 길을 보내느라 온 힘을 다한 힘없는 손이 느껴지고 감자와 마늘이 몸을 부둥켜 안은 모습에 아무렇게나 받기만 하는 미안함이 새어 나옵니다 어머니 한 움큼 도시락 보자기 매듭은 그리도 단단하셨는데 한 줌 비닐 노끈 매듭의 당김은 이리도 느슨해 지셨네요 긴긴 세월 채울 수 없는 가난을 끌어안고 당김과 풀림이 반복하던 손결이 여기에 다다르는 순간 무심함의 놀란 마음 힘없이 내려앉았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아무리 힘을 주어 그리움을 단단히 묶어도 어느 순간 툭 풀려버리는 그날이 오면 그제서야 엉엉거리며 어머니라는 매듭의 끈을 힘껏 붙들어 잡고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머니#엄마#그리움#매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