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꿀단지꽃

by 옛골소년


봄이 되면 교정에 가득했던 꽃과 벌
어김없이 시작되던 꿀 따먹기 놀이
꿀벌 무리와 친구들 손가락 숫자는
누가 더 많은 지 내기라도 하듯
교정을 가득 채운 꽃에 담긴 꿀을
먼저 탐하려는 손들로 가득찼습니다.

꿀벌도 뒤질세라 친구들이 뽑아먹던
꿀단지 꽃에 얼씬대지 못하게 윙윙대며
무리지어, 친구들의 손을 쫓아 버립니다.
욕심부린 벌로 벌침에 쏘여 우는 친구
장난감 꽃등에와 노느라 정신없는 친구
사루비아 꽃대를 입에 물고 웃는 친구
친구들의 모양처럼 꽃들도 가지가지

먼저 잡은 꿀단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꿀벌들과 친구들은 뒤죽박죽이 되어,
술래잡기 놀이하듯 꿀벌을 쫓고
손사래를 치며 꿀벌에 쫓기고
벌에 쏘여 울고 있는 친구는
친구가 물려준 꿀단지 꽃대에 웃음을
찾고, 지켜보던 친구는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친구를 놀립니다.

마을 어귀에도 반겨주는 꿀단지 꽃다발.
집가는 길에 뽑기놀이 장난감이 되어주고,
꿀벌이 먼저 탐한 사루비아 꿀단지가
담고 있는 공허함은, 혀에 닿은 간절함이
그리운 배고픈 아이를 놀리기라도 하듯,
뽑기에 따라 달라지는 운명처럼
꽃대공이 머금은 달콤함의 강약에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꿀벌과 닮은 꽃등에와 친구도 되고,
욕심을 부린 대가로 꿀벌의 봉침은
어린아이의 손을 타고, 팔로 고통을
전해주는 매가 됩니다. 그렇게 꿀벌도
같이 좀 먹고 살자고 모조리 다 뽑아먹을 듯
달려드는 아이손에 벌침을 놓아 줍니다.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아이에게
엄마가 발라주는 된장 약은 손에 박힌
벌침의 아픔과 같이 질척한 범벅이 됩니다.
된장냄새와 아픔을 꾹 참으며 사루비아
꽃말처럼, 꽃대공의 꿀을 뽑아먹겠노라
아이의 마음은 다시 활활 불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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