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 그리고 잠시 갈등

by 옛골소년

어제 오후 늦게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딸이 무슨 일로 전화를 했을까?, 인터넷 쇼핑몰에서 무엇인가 꽂힌 상품이라도 있어 사달라고 하는 것일까?ㅎㅎ, 그런데, "아빠!, 푸샵바 2개가 왔는데!..., 2개나 시켰어?", "푸샵바"는 팔굽혀펴기 운동할 때 사용되는 운동보조기구입니다. 하나를 주문했는데 왜 2개가 왔지?..., 뭐지?...

아들은 요즘 아빠의 유전자를 닮아 타고난 좁은 어깨를 운동으로 극복해 보겠다며 팔굽혀펴기 운동에 한창입니다. 머리 크고 어깨 좁다며 놀리는 여동생의 원색적인 놀림도 오빠를 팔굽혀펴기 운동에 불을 집히게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입니다. "딸아!, 잘하고 있어!, 오빠를 계속 놀려주라!~, 일깨워 주라!, 맨날 핸드폰만 하면 어깨가 핸드폰만 해지고 운동하면 어깨가 쫙 펴진다는 것을!, 무슨 폴더블 어깨도 아니고, 맨날 접혀 있는 것 같아!" ㅎㅎ

처음엔 마른 나뭇가지처럼 부들부들 떨며 10개 하기도 버거워 했는데, 조금씩 횟수를 늘여가며 이젠 제법 남자답게 힘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옆에서 가족들이 자꾸 부추깁니다. "오!~, 멋있어!, 잔근육이 장난이 아닌데!...,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의 악기 소리가 낱낱이 들리는 것처럼 팔과 어깨근육이 갈라지고 굵어지는게 낱낱이 다 보여!, 곧 이소룡따라 잡겠어!"ᄏᄏᄏ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은 음악에 빗대어 얘기해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리듬만 듣는 가족과 달리 아들은 음악 속에 합쳐진 여러 악기 중 개개의 악기소리를 듣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아들과 같이 녹여져 있는 악기 소리를 콕콕 짚어가며 듣는 음악은 색다른 재미도 있고 음악의 느낌도 달리 전달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누눈가의 입과 글로 전해지는 메시지에서 단어를 놓치면 의미가 달라지는 것처럼 아들은 음악도 악기를 통해 창작자가 전달하려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놓치지 말고 자세히 들어보라 합니다. 어느 듯 아이가 아빠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바쁘다고 대충대충 듣고 보는 것에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무엇이든 자세히 보고 들어라!~...

푸샵바 2개가 배송되었다는 얘기를 하려다가 너무 멀리 온 것 같습니다.ㅋㅋ, 다시 본래의 얘기로 되돌아갑니다. 분명 하나를 주문했는데 두 개가 배송되었습니다. 계란을 샀는데 쌍란이 들어있는 뭐..., 그런 기분!, 순간 딸아이에게 "오!, 땡잡았다!, 하나는 거저 얻었네!, 그냥 입다물고 있자!"고 했습니다.ㅎㅎ

딸아이가 그래도 되냐고 반문합니다. 쌍란의 노른자 하나를 슈퍼에 반품할 수는 없으니 그냥 먹는 거랑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 보지만 딸아이는 내심 찝찝하고 불편한 모양입니다. "아빠, 잘못 온 것이라면 돌려주어야지!, 그렇지 딸아!, 네 말이 맞다ㅎㅎ", 딸아이에게도 한수 배웁니다. 그런데, 포장이 따로 되어 왔고, 하나는 엄마 앞으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애들 엄마는 주문한 적이 없다 하고..., 누군가는 주문을 했다는 것인데...,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퇴근하니 눈앞에 모양이 다른 푸샵바 2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하나를 주문했는데 왜 2개가 왔지?..., 뭐지?..., 잠시 후 아이들 외삼촌이 퇴근길에 들렀다며 현관문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푸샵바가 왜 두 개나 왔지?"라며 놀라는 눈으로 가족들을 번갈아 가며 바라봅니다. 애들 외삼촌도 순간 저와 같이 쌍란을 생각했을까요!ㅋㅋㅋ, 곧이어 하나는 아이들 외삼촌이 주문한 거라고 하며 그렇게 궁금증은 해결되었습니다.

아이들외삼촌의 얘기를 들어보니 지난 주말에 우연히 들렀다가 조카가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면서 푸샵바 얘기가 오고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은 아빠에게 푸샵바를 사달라고 했던 것이고 외삼촌은 조카를 위해서 깜짝 선물을 해준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마냥 좋은지 코를 벌렁거리며 운동을 시작합니다.

그제서야 궁금증도 해소되고 반품의 수고도 없어졌으며 쌍란의 기대도 사라졌습니다.ㅎㅎ, 푸샵바라는 작은 물건으로 탐욕과 양심의 결정을 저울질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안도와 허탈감(?)의 웃음이 나옵니다. 다행입니다. 아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물건을 2개나 취득했습니다. 내 것이 아니면 욕심을 가져서는 안되는데 그날은 욕심이 이성을 눌렀습니다.

이제 남은 건 아들의 근육과 어깨를 두 배로 키워지는 것만 지켜보면 됩니다. 갑자기 딸아이가 아빠를 부추깁니다. 아빠도 팔굽혀펴기 할 수 있냐?, 몇 개까지 가능하냐?, 오빠와 비교되는 승부욕에 푸샵바 하나를 손에 쥐고 미친 듯이 해봅니다. 즉흥적이고 충동질로 타오른 승부욕은 고통과 피곤함만 따를 뿐 운동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어깨와 팔이 뻐근합니다.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고통이 가시기까지 공짜처럼 푸샵바 하나를 거저 얻으려고 했던 부끄러운 생각도 한동안 같이 갈 것 같습니다.ㅋㅋㅋ
#푸샵바 #욕심 #팔굽혀펴기 #운동 #어깨 #팔운동 #어깨운동 #커피인뜨락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한다면 지겨야 할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