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나

by 옛골소년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있는 첫 번째
거울과 마주합니다. 밤새 안녕!
스스로에게 안부를 묻고 답합니다.
맨얼굴의 첫 번째 나를 마주합니다.
창백하지만 순수한 얼굴입니다.

세수하는 비누의 따가움은 나와의
마주함을 질투하듯 방해합니다.
오늘의 첫 번째 작은 시련입니다.
실눈을 한채 조금은 희미한 자신없는
나를 마주합니다. 머리를 말리며
머릿속 걱정까지 날리고 싶은 맘으로
또 다른 거울속 나와 마주합니다.


화장을 하며 주문을 걸어 봅니다.
사람들이 나를 또 얼마나 괴롭히고
외롭게 할까, 얼굴을 덮어버리는
가면을 하고 가면 뒤에 숨은 나를
들키지 않으리라 다짐을 합니다.
밤새 숨어있던 사적인 공간을 박차며
또 다른 거울속 나와 마주합니다.

차창으로 비친 어딘가를 보는 내가
보입니다. 미소를 지어 토닥입니다.
괜찮아, 다 보여주지 않겠다고
들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섰잖아
화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절대 당황하면 안 돼, 그건
내가 불러낸 것이 아니라 나를 불러낸
사람들의 감당이려니 하면 돼
근데, 정말 화내면 지는 것일까

허둥대며 가방 속 거울을 찾습니다.
마주한 얼굴에 중간 안부를 건넵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거야
또 다른 너를 끄집어 내지 않고도
잘 참아가며 널 보여 주고 있는 거야
시험에 들게 하려는 자들로 가득하지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날까 봐 겁먹지 마
그땐 그냥 마음 가는 데로 하면 돼
가끔 한 번씩 저주는 것도 필요해

울고 있던 웃고 있던 항상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도 알고
거울 밖의 나도 알고 우린 너무 잘 아는
사이인 걸 알고 있잖아, 누구라도
건들기만 해봐, 이빨 꽉 깨물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바로 보여주면 돼

그리고,
숨겨왔던 나의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
마지막 거울을 보며 다시 토닥이면 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옷을 벗어던지듯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면 돼
그렇게 숨었다가 다시 계속 가면 돼
거울 속의 너를 내가 가장 잘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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