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따끔함과 잠깐의 고통으로 잠시 하던 일을 멈췄습니다. 말라죽은 장미나무 가지를 정리하던 중 손에 가시가...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가시를 찾느라 손가락을 한참 보았습니다. 찔릴까봐 장갑을 꼈는데도 장갑을 뚫고 손가락에 박혔습니다. 가시가 있음에 주위를 기울였음에도 눈 깜짝할 사이 아픔이 전해졌습니다. 뿌리 하나를 두고 겨울을 견뎌낸 가지가 있고 죽어 말아비틀어진 가지가 있습니다. "너도 같이 따스한 봄날 새싹으로 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죽어서 나에게 아픔을 두 배로 주니", 카페 안으로 들어가 가시를 제거할 도구를 찾아 이러 저리 뒤졌습니다. 평소엔 눈에 띄던 흔한 옷핀이 오늘은 한참 동안 보이질 않습니다. 물욕도 한몫하겠지만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으니 자꾸만 이것 저것 모아 두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서랍을 온통 뒤져 옷핀 하나를 겨우 찾아냈습니다. 라이터로 소독을 한 뒤, 눈에 힘을 주며 빼보려고 안간힘을 써봅니다. 찌르는 아픔으로 슬슬 약 올리는 미물은 손가락을 떠날 듯 하면서도 점점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앞으로 나아가 듯 꼬리를 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눈에 가시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고, 누가 표현한 것인지 느낌을 제대로 살렸구나... "인생이 가시밭 길"이라는 표현도 머리에 스쳐가고 달갑지 않은 노안과 옷핀을 쥔 손의 떨림도 함께 나를 괴롭힙니다. 아! 이게 뭐라고, 이러다가 정신줄 놓는건 아니겠지!ㅋㅋ, 당장 해결하지 못하면 오늘 반나절은 가시 박힌 삶이 될 것 같은 초조함에 눈에 힘을 더 주어 씨름을 해봅니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커피 주문으로 결국 그런 삶이 현실로 시작되나 싶었습니다.ㅠㅠ, 전반전 끝나고 쉬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머릿속은 커피 생각 반, 손가락에 박힌 가시 생각 반, 채 십분이 안 된 시간은 눈앞에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음으로 인해 금방 가버리고 다시 후반전을 치뤘습니다. 해결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힘겨운 삶의 일부인 무엇처럼..., 눈과 손이 분명 내 것이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는 답답함에 초라해지는 건 뭐지..., 가시가 몸과 마음을 시험하듯 나를 흔들고 있었고 잡힐 듯 잡히지 않음에 인내심이 곧 바닥을 들어낼 듯 하였습니다. 그렇게 가시에 한참 집중을 하고 있을 때 훤칠하고 정말 멋있는 중년의 남성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 죄송한데, 아이가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좀 사용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빠를 뒤따라 들어오는 아이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누가 봐도 장애가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아빠만 보면 그냥 멋있는 삶을 살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면에는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삶이 보였습니다. 다 큰 아이의 볼일을 도와주는 아빠의 모습, 아빠와 같이 화장실로 들어간 아이는 한참 뒤 밖으로 나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사라집니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흐린 눈으로 작은 가시를 보다가 눈앞에서 아픔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제 불편도 아픔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픔이라는 표현을 한다는 게 조심스럽고 실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두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렇지 않게 지켜보는 나의 시각이 잘못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빠의 손을 잡고 나간 아이의 잔상이 한동안 남습니다. 방금 나간 두사람의 시간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이젠 왠만한 일로 인한 아픔과 불편쯤은 의연하게 대처하겠지... 손에 가시 정도로는 불편하다, 고통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멍하니 시간을 보낸 후 상처만 더 키우기 전에 그냥 집에 가서 딸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아빠도 도움 받을 수 있지 뭐..., 그렇게 맘 먹으니 박힌 가시는 눈에 보일때만 거슬릴뿐 애초부터 아픔은 없었던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가시를 보지 말자!, 밴드를 붙여 버렸습니다. 다른 보기싫은 것들도 죄다 무엇으로 붙여서 가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도 급했구나!. 가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불편하다는 것을 미리 단정하였습니다. 흐린 눈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해결하려고 고통만 키우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시가 아픔을 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시 박힌 손가락 살에 오히려 깊은 상처를 주고 있었구나!, 급할게 없는데...,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게 또 무엇이 있을까?, 스쳐가는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밴드를 붙여버릴까!... 해보기도 전에 온갖 잡다한 생각만 늘어놓고, 쓸데없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걱정하고, 무의미한 조급함의 괴롭힘은 늘 함께 했던 오랜 친구였습니다. 더욱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손가락에 박힌 가시를 빼는 정도의 것이라면, 조금만 기다렸다가 잘 보이는 누군가의 힘을 빌려 쉽게 해결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 급할 것 없다면, 불편하지 않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니라면..., 좀 참을 줄도 알자. 퇴근 후 딸아이에게 손가락을 가져가며 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아이 엄마가 빼주겠다며 기회를 한번만 달라고 합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니 기회를 주었고 아이 엄마는 돋보기를 껴고 씨름을 해봅니다. "가시보다 주변 상처가 더 잘 보이네!, 그리고 상처가 더 아플 것 같은데!, 뭔 짓을 한 거야!", 순간..., 아!..., 내 삶에 고통을 주는 사람이 나 말고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분명히 감정이 섞여 있었습니다.ㅎㅎㅎ 다시 손가락을 딸이의 손으로 가져갔습니다. 딸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 고통 없이 능숙하게 제거하였습니다. 하루 내내 이러 저런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장미 가시, 그래도 덕분에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네, 단지 눈에 보여서 불편했던 미물이여! 이젠 안녕!, 경험해보니 박혀있던 내내 그렇게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빼내려고 스스로 찔러댔던 살에게 미안했고 진심으로(?) 살을 찔렀던 아이 엄마는 정말 미웠습니다.ㅋㅋㅋ 살다보면 보잘것 없다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조급함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겐 어려운 일이지만 쉽게 해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해보지 않고 미리 짐작하여 단정지울 필요가 없다는 것과 경험치도 쌓일 수록 부자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하루였습니다. #손에가시#가시#장미가시#경험치#조급함#살다보면#커피인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