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흐르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 지루함을 잊기 위한 몸부림으로 오늘도 시간을 보냅니다. 매일 같은 반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함과 시간의 막연함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하루와 한달과 일년이라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정했을 것입니다. 어느 영화에서 무인도에 홀로 살아남게 된 조난자가 나뭇가지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을 기록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삶에 대한 시간을 기록하며 반복의 규칙을 정함으로써 막연함에 대한 공포심을 조금씩 지워갔습니다. 그리고 물과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생존을 위한 반복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끝이 불투명한 반복의 지루함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접하게 됩니다. 제한적이지만 주위에 있는 것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채웠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영역의 질서를 위해 자기 옷과 떠밀려온 물건을 이용해 우스꽝스러운 가상의 사람을 만들고 친구인양 말을 걸어 외로움을 채웠습니다. 마음의 영역에서 흔들리면 조난자는 삶을 포기하였을 것입니다. 마음의 영역에서 질서를 만들어 가는 조난자의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던 영화로 기억됩니다. 마치 무인도에 있는 조난자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반복의 지루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생각을 해봅니다. 무인도가 아니기에 마음의 영역만 질서를 주면 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영화의 주인공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져 있고 대신 나만의 공간에서 마지막 영역인 마음의 질서를 흔들리지 않기 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한 방법을 찾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가상의 친구와 대화하듯 친구에게 전화를 해봅니다. 오늘도 비슷한 처지의 다른 무인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전화를 해봅니다. 불안이 가득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곳을 어떻게 채우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마음을 비웠다고 합니다. 친구는 때 되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합니다. 재미도 없고 불쌍하기 짝이 없는 친구같으니라고!ㅋㅋ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장난기 섞인 얘기를 건네봅니다. "야! 그럼, 그만하고 집에 가자!, 집에 가면 행복하다며?", 친구는 오늘 주어진 시간을 채워야 집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돈통은 채워지지 않아도 시간은 꼭 채우고 가야 된다고 합니다. 20년간 지켜온 규칙이라고 합니다. 그것을 지키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일탈이 필요하지 않니?, 이 답답한 친구야!..., 학교 다닐 땐 가끔 그렇게 해서 즐겁지 않았니?", 문득 대학시절 일탈이 생각났습니다. 대리출석을 부탁하고, 대학시절 밥 먹듯이 드나들었던 당구장, 오락실은 대표적인 반복을 비켜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용돈의 대부분은 당구장과 오락실 발전 기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던 이기던 잘하든 못하든 게임이 시작되고 끝이 나고 다시 또 시작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그것이 반복이라는 것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학교를 다닌 것인지 당구장을 다닌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반복을 거듭했습니다. 아마 당구장, 오락실, 노래방이 없었더라면 졸업을 하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당구장 사장님은 수많은 학생들을 무사히 졸업시키는데 큰일을 하셨습니다. 오락실 동전통이 채워지듯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동전의 아까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으로 무엇인가 빠져나가는 듯한 허기짐을 무엇인가로 채워야 했습니다. 지금도 마치 그때처럼 채워짐이 있다면, 친구가 가까이 있다면, 오늘 저녁엔 친구와 당구장과 오락실을 가보고 싶습니다. 맘같아선 매일 가고 싶습니다. 이것도 코로나19가 방해하겠구나!ㅠㅠ, 더욱이 마음을 비운 친구도 자영업자의 사명감으로 일탈을 꿈꾸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의 전화 상담원 같은 친구는 20년 가까이 자영업을 하며 버텨온 내공의 힘이었을까, 점점 사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처럼 보였습니다.ㅎㅎ 그러고 보니 친구는 전화할 때마다 마음을 비웠다고 했던것 같습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친구야!, 이럴 땐 마음을 비운 채로 살아라, 자꾸 채우려고 하지 말고!... 너는 나의 경지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다ㅎㅎ", 마치 종교계의 거목같이 말하는 친구는 20년 정도 되니 정신이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에 있게 되는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ㅋㅋㅋ 어찌 됐든 마음을 채운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이 친구에게 전화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한참을 통화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그냥 뭐...좀 마음이 채워진 것 같았습니다. 아무 때나 전화를 받아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년 내공의 힘을 가진 친구는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친구를 믿어야겠습니다! ㅋㅋㅋ #친구#극복#비우기#마음비우기#믿음#일탈#커피인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