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준비할 때면 고민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매장의 청소와 식물에 물 주기를 해놓고 갈 것인지, 내일 아침에 와서 할 것인지 작은 고민을 합니다. 사장이면서 직원이니까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맘 가는 대로 하면 됩니다. 처음엔 조금 더 늦더라도 퇴근하기 전에 해놓고 갔습니다. 다음날 오전의 부담을 조금은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가 어느 날은 아침에 청소와 식물에 물 주기를 하였습니다. 사소한 것이었지만 밤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습니다. 바닥의 구석진 곳의 먼지가 보였고 식물의 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습니다. 특히 밖에 있는 식물에 대한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같은 행동이었지만 자세히 마주하며 물을 주는 느낌과 어두운 곳에서 물을 붓는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오랫동안 식물과 함께하였고, 늦은 밤 화분에 부어버리듯 주는 것과 아침에 마주하며 주는 것의 차이가 어쩌면 관계에 대한 지속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식물이 죽어가는 대부분의 원인은 물주는 방법에 있었습니다. 시기와 물양의 조절 없이 단순히 수돗물을 붓는 것으로 뿌리가 썩어서 죽게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같은 식물이지만 화분이 가지고 있는 흙의 성질과 물을 오래 머금고 있는지 그렇지 아닌지에 따라 성장의 속도가 달랐습니다. 보이는 것만 신경 썼으니 뿌리는 썩어 가는 것을 모른 채 죽은 식물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알았습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도 그렇게 한 것이었을까,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가지고 있는 마음속 흙의 성질에 따라 적절한 물 주기를 해야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내 곁을 떠난 것인지 내가 떠나보낸 것이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고 관계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습니다.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식물도 욕심일까 키우고 있는 것만이라도 잘 관리해야겠습니다. 퇴근 후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아들을 보며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같은 게임방에 있던 버릇없는 초딩들에게 까였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까이다"라는 속된 표현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물리적인 충돌 없이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대방에 대한 마음 때리기로 받은 상처는 현실보다 더 크게 느껴지나 봅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가끔씩 보았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말을 쏟아내고 가버리면 그만이니까...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가상의 전투를 치르고, 특히 지는 게임에선 서로의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런 것이 싫어서 게임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는 걸 보면 그래도 견딜만 한가 봅니다. 어쩌면 그것이 게임이 주는 묘미입니다. 이기는 게임만 하면 금세 싫증을 느꼈을 것입니다. 삶도 그렇듯이... 게임을 통해지는 것을 알고, 가끔씩 까고, 까이고..., 그렇게 분노조절 능력도 키워가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성격 못됐고 집요한 아이들이 게임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내미도 게임을 곧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요한 면은 알겠는데..., 요즘 아이들은 오프라인 친구가 거의 없으니 아들의 성격을 물어볼 친구가 없습니다. 같이 뛰어놀다 집에 데려오는 친구도 없습니다. 부딪히며 관계를 학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문제일까... 집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다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만 보이는 숨기고 있는 이면이 있을 것입니다. 아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봅니다. 게임도 관계를 학습하는 하나의 과정이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한창 게임에 빠질 위험이 있던 시기를 잘 이겨 냈으니 게임을 독려(?)한다고 해서 중독의 위험은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집사람은 여전히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좋은 것만 가득한 세상이 아닌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 무작정 금지한다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가끔은 무슨 광고인지도 모르고 TV를 보다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게임 광고라는 얘기에 집사람과 눈이 마주쳐 황당한 표정을 짓고 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은 하던 하지 않던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온갖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것입니다. 오히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나중에 큰 걱정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제일 반갑습니다. 스스로 걷고, 똥 오줌 가리고, 이제는 내가 알아서 한다니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알아서 해야 될 시기가 머지않았는데 꼭 그렇게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관계의 적정거리와 물주는 시기, 물의 양,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잊을 건 있고 다시 관계를 맺으면 된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책에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부딪혀가며 배우는 재능이나 성격이 살아가는데 훨씬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단지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의 지나간 부족한 경험의 시간을 태워서 더디 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의 경험치는 분명 다를것입니다. 식물에 물 주듯 그냥 아이들 시간의 흐름으로 흘려보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과하면 썩을 것이고 부족하면 마를 것이고, 식물을 키우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집안의 식물이 아니라 산의 나무처럼 자라야 할 텐데...,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