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학교 가는 아이

by 옛골소년

핸드폰으로 학교가기 3일째!, 딸아이는 8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30분 동안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준비라고 해봤자 화장실 가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준비합니다. 8시 30분이 되면 핸드폰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합니다. 찬과 밥을 같이 접시에 담은 아침밥을 책상 한편에 두고 눈은 핸드폰의 선생님을 향하고 손은 연필과 수저를 번갈아 가며, 누가 보면 엄청 공부에 목말라 보이는 듯, 딸아이의 1교시는 분주하게 시작됩니다.

중3이 된 딸아이는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고2가 된 아들내미는 여전히 자연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빠의 이런 모습이 딸아이에겐 상대적 박탈감이라도 드는지 오빠도 같이 일어나고 눈을 뜨고 있으라며 깨워댑니다. 그런 오빠는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 있다며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니라며 성질을 냅니다.ㅠㅠ

밤낮을 반대로 살아가는 것도 나름 규칙이라면 규칙입니다. 하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학생 신분이지만 온라인 개학을 먼저 한 딸내미의 눈에는 규칙이 아니라 그냥 방탕한 생활을 하는 철없는 오빠의 변명으로만 들립니다. 한 공간에서 다른 규칙에 맞춰 이뤄지는 학교생활이 가능할까...,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해봅니다.

학교에 가지 않은 딸아이의 운동화를 엄마가 며칠째 신고 다닙니다. 자기 것도 있는데 딸아이께 편하다고 자기 것인 양 신고 다닙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기분도 달래주고 온라인도 개학이니까 개학 기념으로 딸아이에게 흰색 운동화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딸아이와 발 사이즈가 같으니 엄마도 한번 신어보고는 정말 편하고 이쁘다고 합니다. 딸아이는 엄마에게 "이거 신으면 절대 안 돼!"라며 선을 긋습니다. 그런데 언제 쯤 신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엄마가 또 신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딸아이에게 온라인 학교 갈 때 신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새 신발이니 방에서 신으면 된다고, 그리고 교복도 갖춰 입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딸아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진담이야?, 방에서 신발과 교복을 입고 있으라고?",ㅋㅋㅋ

온라인 학교도 학교니까 예를 갖추고 선생님을 봬야 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ㅎㅎ, 쌍방향 강의가 아니니 선생님의 얼굴만 보입니다. 새로 만나는 선생님도 있고 익숙한 선생님의 얼굴도 있다고 합니다. 온라인으로 만나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반가울까!..., "연예인을 실물로 보는 느낌이 들지 않겠니?", 이건 제 생각입니다.ㅎㅎ, 딸아이는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는 표정으로 아빠를 비스듬히 쳐다봅니다. 조금만 더 놀리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 했습니다.ㅋㅋ

유튜브에 익숙한 딸아이는 어떤 선생님의 수업은 정말 인기없고 재미없는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쯤으로 보이고, 억지 좋아요와 구독을 눌러주어야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ㅋㅋ, 이 상황이 점점 오래 지속될수록 인기많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의 평가가 아이들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는 웃긴 상황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유튜버처럼 되어 버린 상황!..., 설마, 온라인 학교에서 좋아요와 구독 버튼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웃어야 될지, 슬퍼해야 될지..., 딸아이가 아마 전문 유튜버로 전향하는 선생님도 나올지 모르겠다며 농담을 건넵니다. 제발 그런 세상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자!...ㅠㅠ, 빨리 학교에 가야지!...

한때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의를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다가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강사 선생님을 볼 때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이 잠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이브 강의의 매력은 현장감과 함께 강의를 듣는 다른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심으로 온라인 강의에 비해 생동감이 가득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자극이 되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는 그냥 기대로 끝이 났습니다.ㅠㅠ, 오히려 힘들어하는 아빠를 보고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부작용만 전해준것이었을까!...ㅎㅎ, 그래도 아이들이 언젠가는 필요로 해서 스스로 공부를 할 때 아빠의 모습을 조금은 기억해 주지 않을까..., 이때가 기회다 싶어, 딸아이에게 아빠가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한번 경험해보는 좋은 계기라고 위로(?)를 해주었습니다.ㅎㅎ

코로나19가 정규 수업과정을 온라인으로 하게 된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 수준과 함께 인터넷과 핸드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교육의 열기도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치적으로나 코로나19로 인해 혼란스러운 때에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박탈감을 상쇄시켜주는 듯합니다. 흔들림에 흔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이웃들에게 고난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오후입니다.

#개학 #온라인개학 #학교가기 #학교 #선생님 #커피인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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