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지키는 나무의 꿈

by 옛골소년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를 보며, 가지에 앉은 새의 몸짓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새소리는 가지를
타고, 봄 햇살의 눈부심으로 갈라지는
조각처럼 귀로 따스하게 전달됩니다.

새의 쉼터로 든든한 가지를 내어주며
얼마가 되던 결코 시간을 보채지 않고
바람이 새의 노래에 방해라도 될까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지에 갖은 힘을
다합니다. 그 힘의 원천은 나무를
지탱하는 뿌리입니다.

새들에게 더 많은 안식처를 주기 위해
가지의 숫자를 늘여가며 하늘과 닿을 듯
뻗어나가는 봉오리는 늘 햇볕을 향합니다.
뻗어나가는 힘은 땅속 깊은 뜨거운 곳을
향하고 있는 가느다란 뿌리에서 받습니다.

땅에 가려진 뿌리는 가지의 길이만큼
반대로 땅끝을 향해 깊숙이 뻗어갑니다.
한쪽만 향하기를 고집하지 않고 때로는
옆으로 옆으로 둥글게 둥글게 뻗어갑니다.
그 힘을 지탱하기 위한 뿌리는 비록
가늘지만 땅을 후벼파는 고통을 이겨내며
단단하게 땅속 깊숙이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무는 방향을 달리하며 느긋하되
꿋꿋하게 새들의 쉼터를 지켜갑니다.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나무는 오늘도
내일도 뿌리를 들어내지 않은 채 자리를
지탱하며 새의 노래를 응원합니다.

내가 나무라면 당신은 그저 나무 위에
앉아 노래하는 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새라면 나는 당신을 지지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어 드러냄을 자랑질하지 않고
지켜만 보겠습니다. 같이 노래할 수 있는
새끼 새의 함께함이 뿌리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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