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예보에 우산을 챙겨 아내와 같이 집을 나섰다. 아내는 삼청동에서 약속이 있다고 했다. 혼자 걷던 길에 말동무가 생겼다. 앞만 보며 걸어가는 내게 머리가 어떠냐며 물어보았다. 며칠 전에 아내는 머리를 새로 했다. 그래서 이미 받은 질문이었다. 거금을 들여 머리를 새로 한 날이면 몰라보는 남편에게 으레 물어보았던 질문을 며칠이 지나서 다시 듣게 되니 순간 난감했다. 아내가 머리를 하고 온 날이면 변화된 모습에 대한 평가는 뒤로하고 먼저 지불한 비용이 얼마인지가 궁금했다. "오늘 머리를 새로 했는데 어때?"라고 물어보면, "그래!, 얼마 주고 했어?"라는 말이 항상 먼저 나왔다. 평가는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며칠 전에 한 머리니까 머리를 새로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의도의 질문은 당연히 아닐 것이고, 약속한 사람을 의식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라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데!"라고 답을 했다. 그런데 아내는 대답이 맘에 들지 않은 듯 "아니, 성의 없게 답하지 말고, 자세히 좀 봐봐!",라며 가던 길을 멈춰 서게 하고는 눈을 마주했다. 신체의 일부에서 머리 스타일이 주는 느낌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일 같이 보는 사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긴 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변신을 시도한 것도 아니었다. 부분적으로 드러났던 나이의 흔적인 흰머리는 가려졌지만 볼륨감을 줬다는 머리는 두 가지를 계속 만족시키지 못했고, 이미 볼륨감은 많이 줄어든 듯했다. 아주 형편없지 않은 이상 머리를 한 사람의 자기만족감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염색은 잘 된 것 같고, 단발이 주는 느낌이 젊게 보이는 것 같은데"라고 답을 해주었다. 사실 이 표현에 그렇게 신경을 써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아내는 머리에 변화를 주는 것이 기분전환의 목적이고 때가 되면 그렇게 미용실에 간다. 문득 가격적인 기준은 빼고 내 입을 통해 전달되는 표현에 오늘 지속될 아내의 기분에 선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그렇게 힘든 감정노동이 아니라면 긍정의 관심을 표시하는 것이 아내의 기분을 하루 종일 좋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음식 맛 표현하듯 연습을 통해 이왕이면 긍정이 묻어나는 표현의 다양성을 높여 가야 되겠다. 가까이 있는 사이일수록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함부로 남발하여 기분을 잡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내가 마음의 만족을 위해 소비한 것이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가격으로만 따질 수 없다. 숫자와 그리 친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가치를 판단할 때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먼저 튀어나오게끔 세팅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물건이나 결과물을 손에 가졌다면, 그것을 가지기 위한 목적과 노력이나 과정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먼저 튀어나오는 감정의 표현은 간결했다. "부럽다, 돈이 아깝다, 그 돈이라면, 그 돈을 내게 주었더라면...,"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아픔을 잊기 위해, 지친 마음의 기분 전환을 위해, 그 사람이 쏟아부은 노력의 대가에 대한 보상이니까,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겠지...",으로 바꿔버리자. 각자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해 소비한 것에, 가진 것이 노력에 대한 보상이든 아니든, 쓸데없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즉흥적인 나의 기준을 급하게 가져가며 내 스스로가 비교당할 필요가 없다.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기준은 무엇으로 하던 스스로가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내#자기만족감#가심비#만족#커피인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