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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Apr 25. 2020

골목길 된장찌개 냄새

퇴근길 구불구불한 골목길
담을 넘어 코를 간지럽히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 잠시 걸음을 더디
가게 합니다. 어느 집에서 풍기는
냄새일까. 자칫하면 문을 두드리는
누를 범할 수도 있겠구나.

혼자서 먹는 것이라면 구수함이
담을 넘었으니 된장찌개 하나라도
족할 것이고,
둘이서 먹는 것이라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니 외롭지 않아
흐뭇할 것이고,


셋이서 먹는 것이라면 자식의
먹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할 것이고,
같이 먹는 이가 넷 이상이라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함에 세상 부러울 것 없을
것만 같구나.

그렇게 길가던 배고픈 이를 잠시
머뭇했던 걸음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하루가 멀다고 된장을 주식처럼
먹었던 그날에 두부라도 얹히면
모친의 가장 자신 있는 레시피의
끝을 보여주는 맛집이 되었고,

친구에게 보여주기 싫었던 삶의
냄새는, 된장 냄새와 김치 냄새로
배어 있었고, 밥을 목으로 넘기게
해주던 최고의 맛은, 마주하기
싫었던 모순이었습니다.

모친의 장독대 깊이는 파도 파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고, 제발 좀
바닥을 들어내어 이제는 없어지라고
소원했건만,
긴긴 겨울 가족의 허기를 채워주던
최고의 보물임에 흐뭇해하셨던
모친의 기쁨과 모순이었습니다.

그랬던 된장찌개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먹는 이가 넷이니 오늘도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야지!
배고프다 걸음아 어서 가자.

된장찌개 냄새는 엄마의 진한

그리움의 향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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