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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05. 2020

부모라는 흙에서 자라는 아이꽃

창문을 열다가 화분을 깨뜨렸다
꽃을 보지 못한 실수는
꽃잎을 꺾이게 하는 아픔이 되어
다친 곳을 어루만지며 뿌리를 들어낸
꽃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바닥에 쏟아진 흙을 만져 보았다
강아지가 손가락을 핥는 것처럼
간지러움을 느낀다
꽃에게 말을 건넨다
흙에서 무엇으로 꽃을 피우고 있니

뿌리를 핥아 주는 흙의 손길로
세포를 꿈틀거리며 꽃을 피우지요
오늘 당신은 왜 꽃을 보지 못했나요
지금 아이가 보이시나요
설마 당신은 아이를 보지 못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오늘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마세요
아이는 꽃이어야 되고
꽃은 아파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아이꽃은 부모의 흙을 먹고 자라요
설마 막무가내로 절실하기만 한
욕망으로 꽃을 끼우지는 않겠지요

부모라는 흙 속에서 향긋한 흙냄새를
맡으며 자라고 있지요. 촉촉한 흙의
손길로 아이의 세포를 간지럽히세요
그리고 절대 마르게 하지 마세요
그러면 꽃은 움츠려들거든요
아이의 세포가 나오려고 꿈틀거리다
못다 핀 꽃으로 시들어 버리지요

아이꽃을 가까이서 오래 보고 싶다면
어디에 있는지 잊지 마세요
아이꽃은 부모가 담고 있는
흙의 성질에 따라 꽃을 피운답니다
꽃을 예쁘게 피우기 위해 촉촉함으로
관심의 물을 주세요

오늘처럼 스스로를 흙이라 생각하고
만져 보세요. 촉촉함을 느껴보세요
아이꽃도 같은 촉촉함을 느낀답니다
소중함에 집안에만 두지 마세요
따스한 햇빛과 상쾌한 공기와
거센 바람은 흙이 주지 못하는 세포의
박동을 키워준답니다

아이꽃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자라고 있는지
절대 한눈팔지 마세요
꽃을 피우고 있는 아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어린이날 #부모 #아이 #커피인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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