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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09. 2020

토요일에 오는 비

비 내리는 토요일, 너마저...
아니 비가 와도 좋다. 오늘은
방안 가득 기름냄새와 막걸리
한 잔의 최선만은 비켜가고 싶다
일상의 탈출에 목이 말랐던
욕망의 우산을 펼치며 우울한
외출을 감행한다

이 비가 월요일에 내렸으면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눈을 뜨면 다시 시작되는 고행
흠뻑 적셔진 기분은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말라비틀어질
정신줄의 방향이라도 잡아줄텐데

지친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는 빗방울
일주일 사이에 벌어졌던 기억들이
우산에 튕겨져 형체도 없는 조각들처럼
바닥에 흩어진다. 내일만은 맑음을
내일이면 다시 마를 날을 기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먹먹해지는
온몸을 두들기는 빗소리, 지난 일은
잊어야 되는 오늘이 저물어 간다
지나간 기억들이 다가올 기억으로
머리를 친다.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생각의
조각들이 방향도 없이 바닥에 흐른다

지난 일들이 비처럼 내리고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든다면
모조리 씻겨 사라져 준다면
비라도 오니 좋다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 차분하게 지나간다
토요일에 비가 오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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